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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의 대립 이전에 사람의 삶이 있다

독서 | 2018.03.01 12:19 | Posted by Sammot 마산 김태윤

태백산맥 3부, 한반도를 덮친 전쟁의 위협

태백산맥 3부에서는 이데올로기의 본격적인 대립으로 6.25 전쟁이 일어납니다. '1950년 6월 25일'이라는 목차의 제목에서 나오는 차갑고도 위압적인 느낌은 제목 자체로 전쟁의 참혹함을 전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한반도 역사의 큰 분기점인 그 날은 태백산맥의 이야기 속에서도 큰 사건이고, 많은 인물들이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고 행동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 염상진을 비롯한 좌익 공산당 세력들에게는 그 전쟁은 바로 인민해방을 위한 숭고한 해방전쟁이었고, 그들의 사상과 가치관을 실현시키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반면에 땅을 많이 가진 지주 중심의 기득권 세력들에게는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북한 괴뢰군의 불법남침이자 혼란의 시작이었습니다. 


지주들에게 착취를 당해오던 가난한 농민들은 농지개혁과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사회주의 세력의 인민군들을 반가워합니다. 소설에서도 묘사되었지만 그들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반기고 찬동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땅을 가지고 '착취당하지 않는 삶' 자체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농지가 많아 농경생활이 성행했던 전라도 땅에서 소작 농민들이 겪은 끝없는 착취와 가난한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참혹했던 것이죠. 


그에 비해 지주 세력들은 공산주의가 자신들이 가진 재산을 무상으로 몰수하여 농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양반중심의 생활양식을 가진 그들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 또한 말이 안되는 것이었죠. 


이렇게 다른 두 이데올로기 대립의 절정인 전쟁 속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갈등과 가치과 혼동을 느낍니다. 좌도 우도 아닌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지식인 김범우는 이리저리 방황하는 와중에 동료에게 "제 3의 입장은 없다"는 팩트폭력을 당하게 됩니다. 


전쟁의 초반, 한반도 대부분을 인민군이 장악하고 있던 시기에 김범우는 인민군 세력의 선전활동과 정보 수집 활동을 하며 좌익 쪽으로 가치관이 넘어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김범우 자신의 우려대로 미국이 참전이 결정되고, 미국 전투기의 엄청난 폭격에 남한 땅의 수많은 인민군들이 죽어갑니다. 


인민군이 심각하게 밀리는 상황에서 김범우는 동료들의 배려로 인민군 세력에서 벗어나 혼자 몸을 숨깁니다. 그는 두 이데올리기가 대립하게 되면 결국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민족이 처잠하게 죽어가는 모습에 큰 두려움을 느낍니다. 


미군의 참전으로 대립은 대립대로 악화되고, 사람은 사람대로 수없이 죽어가는 모습은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끊임없는 죽임의 현장이었고,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데올로기나 정치사상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인데, 그런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대립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큰 회의와 혼란을 느끼고 방황합니다. 


그러다 한국 여자를 겁탈하려는 미군들을 혼내주게 되고, 이런 저런 일을 겪다가 자신이 그렇게도 거부했던 미군의 통역사가 되버렸습니다. 


김범우는 민족의 발견을 외치며 한반도의 민족이 하나로 뭉쳐 외세를 몰아내고 진정한 화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 미군에서 일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인생의 수치이고, 민족을 배반하는 부끄럽고 죄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자기 감정을 숨기고 묵묵히 일을 해나갑니다. 


그는 미군들과 일하면서 한국 사람들을 보며 야만적이고 자신들보다 하등한 존재로 여기는 미국에게 열등감이 아닌 구역질을 느끼고 그들을 죽이는 꿈을 계속 꿉니다. 


김범우의 눈에는 인디언들을 무차별로 죽이고 그 곳에 나라를 세워 인류의 발견이니 뭐니 해대는 미국이야말로 진정으로 야만적이고 역사의식은 커녕 역사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습니다. 


그런 미국을 몸을 느끼면서 김범우는 민족의 단합이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점점 머릿속에 새기며 그런 생활을 참아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그의 생각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줄 일이겠죠. 


3부의 후반, 7권의 마지막장에서 미국과 남한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에 중국의 개입이 시작되며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한반도 땅에서 같은 민족끼리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군인들까지 들어와 피튀기며 싸우는 전쟁의 끔찍한 현실, 한반도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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