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2권을 읽었습니다. 1권은 사회주의 혁명의 염상진이라던가, 그를 쫒는 동생 염상구, 민족의 단합을 주장하는 김범우 등의 주요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2권의 그 주변인물들에 초점이 잡혀있는듯 했습니다. 


사회주의 혁명, 책에서는 소위 '빨갱이'가 되어 몸을 숨겨야만 하는 남편을 둔 여자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그런 시대에 그들이 겪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힘들기만 했습니다. 


경찰서에 있는대로 끌려가서 매타작을 받으며, '남편을 보았냐', '남편을 빨갱이로 신고할 것이냐', '남편을 설득시킬 수 있냐'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고, 


그런 상황에서 아내들을 남편이 하는 빨갱이라는 것에 치를 떨고, 거부감을 느끼지만 남편은 남편이기 때문에, 자식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신고할 수 없다며 꿋꿋한 의지를 밝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겨진 자식들은 부모가 다 자리를 비운 마당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되지만, 더 어린 동생을 달래며 어른스럽게 부모를 기다리는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지주와 소작인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실직적인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굶주림과 가난의 대물림으로 살아가는 힘겨운 삶에 지쳐 정부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고, 그런 정부에 반하는 좌익세력에 마음이 쓰이기도 합니다. 


'배고픔과 동물과 인간'라는 차례가 있는 2권에서는 이렇듯 인간이 겪는 어쩌면 가장 큰 고통일 수도 있는 굶주림에 대한 고민을 던져줍니다. 












책 속 김범우는 반만년이라는 긴 세월동안이나 역사를 이어온 한반도에서 아직도 이런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굶주림과 가난에 시달리는 것에 큰 회의감을 느끼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이며, 긴 시간동안 인간이 이루어 낸 것이 또 고작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통인 것이 참 슬프다고 합니다. 


결국 이 책의 사회주의 혁명의 시작도 이런 수많은 사람들의 굶주림과 가난의 굴레를 끊어버리기 위한 발걸음이라며 그들의 사상적 의지는 더욱 불이 붙습니다. 


이런 시국에 자기 밥그릇과 승진할 기회만 노리는 높은 사람들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이렇게 대조적인 두 집단의 모습이 여러 가지 인간의 고뇌와 심리를 복잡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책 속 그들의 선택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만큼 참아왔던 고통, 울분이 담겨있기에 그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해야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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