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체험을 시작한지 벌써 둘쨋날이 되었습니다. 둘쨋날도 역시 저희들은 EBS 방송국으로 갔습니다. 제가 생활했던 곳은 여의도의 신길동이었고, EBS는 서초구의 매봉역 옆에 있는곳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40분정도 가야하는데,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저희들이 EBS에 직업체험을 하러 가는 시간이 아침 출근 시간대라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고생을 좀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뭐 돈을 벌러 가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인턴쉽을 통해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는 것이었기에 지하철에 사람이 좀 많고 복잡해도 여유롭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EBS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야외촬영을 견학하러 나갔습니다. 저희가 따라 나간 팀은 E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나눔 0700'촬영팀이었습니다.
저희가 인터쉽을 갔을 때에는 5월 첫째 주에 방송될 나눔 0700의 오프닝을 촬영한다고 했습니다. 촬영을 위해 각종 장비들을 챙겨 EBS 이동차량을 타고, 서울의 한 공원같은 곳으로 갔습니다.
촬영장으로 가면서 촬영 감독님과 조연출 형에게 야외 촬영에서 중요한 이것저것을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야외 촬영에서 오디오 녹음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촬영을 하다보면 우선 바람 소리가 많이 들리니까 오디오 녹음을 굉장히 신경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좋은 마이크 장비를 사용한다고 해도 한계가 정해져 있으니, 바람이 없는 곳을 찾거나 최대한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촬영을 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촬영 장소에 도착하고 진행을 맡은 연예인 한 분이 오셨습니다. 각종 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시고, 3년째 나눔 0700의 진행을 맡고 계신 방송인 전제향이었습니다.
MC가 와서 드디어 촬영에 돌입했습니다. 촬영을 하는동안 저희들은 가만히 서있을 줄만 알았는데, 촬영감독님께서 저희에게 친절히 이어폰을 끼워주시고 촬영 화면을 보여주시면서 직접 체크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고등학생에게 시키는 소소한 작업이라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대한 집중하는 자세를 가졌습니다.
확실히 좋은 카메라와 마이크 등의 장비를 사용하니 음질과 화질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컴퓨터에 넣어서 편집을 하는 과정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는데 마치 진짜 방송되고 있는 영상처럼 퀄리티 있는 효과적인 음질과 영상이었습니다.
저희에게 작은 일이라도 맡겨주시는 감독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촬영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스태프들이 카메라 앵글을 잡고 장비를 점검하는 동안 진행 MC는 코디에게 옷과 머리 정리를 한 뒤, 대사를 연습했습니다.
이런식으로 촬영 준비시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효율적으로 촬영을 해서 그런지 오프닝 촬영은 아주 순식간에 끝이 났습니다.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의 촬영은 그걸로 끝이라고 해서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어서 꽤 알찬 시간이 되었습니다.
방송인 전제향님과 사진 한 컷.
촬영 일정이 끝나고 저와 친구는 숙소로 가서 잠시 휴식을 하다가 저녁에 녹화가 하나 있다는 김현우 PD님의 말을 듣고 다시 EBS로 갔습니다.
저녁에는 E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스페이스 공감'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의 녹화가 한창 준비중이었습니다. 오늘의 초대가수는 '제이레빗'이라는 2인조 뮤지션이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많이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인기가 있고, 노래도 잘 부르는 가수였기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저희가 녹화를 견학하기 위해 있는 곳은 녹화가 진행되는 무대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조정실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녹화되고있는 카메라의 앵글을 결정하고, 오디오 체크와 컷을 정하는 등, 대부분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엇습니다.
김현우 PD님께서 저희들이 조정실을 견학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스페이스 공감의 녹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녹화 준비를 마치고 녹화에 들어가는데, 조정실에 있는 분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폭발할듯 매서운 눈빛으로 5개나 되는 카메라 화면을 쳐다보고 집중했습니다.
저도 나름 긴장한 마음으로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녹화가 시작되고 단 몇 초만에 컷이 바뀌고 담당 PD님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화면의 자연스러움을 판단한 뒤 컷 바뀜을 지시했습니다.
중간중간에 디졸브(한 화면이 천천히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화면이 점차 나타나는 화면 기법)을 넣기도 하면서 정말 쉴새없이 많은 컷들이 지나갔습니다.
제가 PD님이었다면 정말 한 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않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 바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머리가 돌아버릴 것입니다.
스페이스 공감은 다른 음악 프로그램들과는 조금 다르게 초대가수가 진행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형식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때문에 돌발상황이 일어나도 조정실에서 모든 지시를 통해 일을 처리합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PD님도 대단했지만 PD님의 지휘 아래 모든 영상과 오디오를 전환하고 통제하는 다른 분들이 실수없이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도 정말 굉장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녹화가 끝나고 담당 PD님께서 한 숨을 돌리시더니 저희에게 "많이 배운 거 같아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하도 정신없이 진행되는 녹화에 정신이 팔려서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오늘 두 번의 방송 촬영을 견학하면서 느낀 게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로 PD의 지휘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분위기가 인상깊었습니다.
학교에서 저희들끼리 영상 촬영을 할 때에는 촬영 준비에만 몇 십분이 걸리고, 연출자나 배우 모두 어찌할 줄 몰라 가만히 있거나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프로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PD의 지휘하에 모든 일이 진행되지만 PD의 지시가 있기 전에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를 하는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것은 방송이나 영상은 담당 PD가 대부분 모든 것을 지휘하고 연출하지만 결코 그 PD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담당 PD가 물론 방송이나 영상의 전반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기획해나가는 일을 하지만 그 PD의 지휘에 따라 영상을 만들어가는 수많은 스태프들, 촬영감독, 오디도 감독, 출연자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영상입니다.
그리고 그런 여러 작업들을 끝으로, 마지막에 그 영상을 보는 시청자가 있어야 비로소 방송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방송은 모든 이들의 힘이 합쳐져야 완성되는 작업인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EBS 견학을 함으로써 제대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방송과 영상을 만들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방송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하나의 방송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노력을 투자하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이런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값지고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직업체험 기간에도 더 많은 것들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