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찾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이라는 철학자가 쓴 사랑에 관한 책입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많이 어려워서 항상 다 이해못하면서도 계속 찾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것을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 아니라, 충분히 숙달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이라는 '기술'을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사랑의 '이론'과 '실천'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는 '실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론 부분은 내용이 무척 어렵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해하기도 좀 힘들고, 사실 사랑보다도 사회의 구조로 인해 영향받는 사랑이라는 개념과 사랑의 종류 등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사랑의 실천에서는 사랑을 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좀 더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사랑을 하는 자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랑에 대한 '훈련'을 언급하는데, 어떤 기술을 습득하든 간에 훈련이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그 훈련은 특정 기술의 실천에 대한 훈련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친 훈련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훈련을 필요한 '정신 집중'에 대해서도 강조하는데, 정신 집중을 못한다는 것은 곧 '혼자 있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혼자 있을 때 뭔가를 먹거나 마시고, 책을 읽거나 담배를 핀다는 것은 결국 혼자 있지 못한다는 뜻이죠. 혼자 있을 때 가만히 있는 법, 즉 자신에게 민감해지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을 연습하라고 합니다. 


'명상'과도 비슷한데,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며, 정신을 흘려보내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죠.


세 번째는 '인내'입니다. 어떤 기술을 익히든 급히 결과를 바란다면 결코 그 기술을 익힐 수 없을 것입니다. 현대인에게 훈련과 정신집중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인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그 이유를 현대 사회의 산업체계가 끊임없이 신속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곧 인간의 가치가 되고 기계의 이익이 인간의 이익이 되는 논리가 지배한다고 하죠. 


어쨌든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 시대에서 인내를 가지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습득에 대한 '최고의 관심'이라고 합니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야 기술 습득이 된다고 합니다. 


운전이나 요리 등의 다른 기술들도 마찬가지죠. 사랑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그것이 곧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훈련은 물론이고 집중이나 인내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특히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가지는 것,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기르라는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사랑에 대한 해답이라기 보다는 사랑을 훈련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법, 사랑을 쟁취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형제애 등 사랑에 대한 폭넓은 정의를 바탕으로 사랑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것을 점점 더 느끼게 되는데,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남녀가 서로를 쇼핑처럼 교환가치를 매겨 선택하는 삭막한 이 사회에서 뭔가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의 기술

저자
에리히 프롬 지음
출판사
청목 | 2001-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대한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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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배트맨 시리즈를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배트맨 시리즈의 2편인 다크나이트는 제가 거의 10번 정도 본 영화입니다. 그 만큼 재밌게 본 영화였고, 배트맨 시리즈 1편인 배트맨 비긴즈도 봤었죠.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모두 보고나서야 놀란 감독님의 배트맨 시리즈가 정말 완벽한 트릴로지(3부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 편이 모두 연관성을 가지고 하나의 구조를 가진다는 것, 세 편을 정말 꼼꼼히 보면 배트맨 3부작이 주는 메세지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1편인 배트맨 비긴즈는 '비긴즈'라는 제목처럼 두려움을 승화시킨 배트맨이라는 영웅의 '탄생'을 그린 작품이라면, 2편인 다크나이트는 배트맨이 '다크나이트(어둠의 기사)'로 불리게 되는 이유와 함께 배트맨의 '추락'에 대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이 일어서는(rise) 이야기를 보여주죠. 영웅의 탄생과 추락,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다시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이만큼이나 완벽하게 표현한 영웅 시리즈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미 1편 배트맨 비긴즈에서 어린 주인공 웨인이 우물에 떨어졌으 때 웨인의 아버지가 구해주며 했던 '떨어지면 다시 올라 올 길을 찾으면 돼" 라는 대사를 통해 이미 3편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주제를 암시합니다. 



저것 이외에도 세 편의 영화가 마치 하나의 영화인 것처럼 이어주는 '구조'적인 장치가 영화 여러 곳에 숨어있습니다. 영화를 몇번이나 보고서야 그 세세한 장치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배트맨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과 장치들을 제가 좋아하는 한 블로그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식 순환구조'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순환구조는 놀란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놀란 감독님의 작품 '프레스티지(2006)'와 '인셉션(2010)'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영화 프레스티지와 인셉션 둘 다 배트맨 시리즈와 굉장히 비슷한 스토리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놀란 감독님 대부분의 영화가 기본적인 구성은 거의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항상 남자가 주인공이고, 그와 대립하는 자아와의 갈등, 항상 죄책감에 살아가는 모습 등 배트맨 시리즈에서는 브루스 웨인과 자신의 다른 모습인 배트맨과의 자아 갈등이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놀란 감독님은 자신의 다른 영화들에서 등장시켰던 배우들을 다시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단순히 친분 때문만이 아니라, 같은 배우를 등장시키고 그 배우가 그 영화에서 가지는 역할이 다른 작품과 동일하다는 것이 독특한 점입니다. 



어떤 작품에서 적으로 등장했던 배우를 다시 적으로 등장시키고, 조력자는 조력자로, 스토리의 핵심 인물은 다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놀란 감독님은 자신의 친척들을 카메오로 등장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카메오들도 한 작품에서 승무원(서비스직)으로 등장했다면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서비스직으로 등장시키고, 판사나 변호사라면 또다시 법에 관련된 캐릭터로, 의사를 연기했던 배우라면 다시 다른 작품에서 의사로 등장시키는 등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십니다. 


놀란 감독님의 이런 디테일한 작품 구성은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님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디테일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습관은 제가 분명히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모습.


여튼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배트맨 시리즈와 더불어 전체 작품들에 대한 저의 찬양(?)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단순히 영화가 블록버스터하고 흥행을 많이 해서 좋아한다기 보다는 놀란 감독님의 디테일한 영화 구성 탄탄한 스토리 명확한 주제의식에 반해서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놀란 감독님의 신작 인터스텔라는 흥행했지만 저는 그렇게 재밌지가 않더군요. 아직 그 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겠지요. 나중에 인터스텔라에 대한 글도 올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면서 놀란 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애착과 어마어마한 세계관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어제 아버지와 저녁을 먹는데, 제가 막걸리를 주문해 마셨습니다. 아버지는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저를 갑자기 다그치셨습니다. 제가 마시고 있던 막걸리가 생탁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생탁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아는지 물어보셨고, 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잘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가서 생탁 노동자들에 대해 찾아보니 정말 말이 안나왔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생탁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노예라고 표현하던데 그 말이 정말 과장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생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침, 점심을 회사에서 먹는데, 한 끼 식사가 1인당 450원이라고 합니다. 일요일에 일을 나오면 그 식사조차 주지 않고 고구마나 삶은 달걀을 한 개씩 나눠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휴일에 일을 나와도 휴일수당도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주 5일 근무는 커녕 한 달에 한 번도 제대로 쉬기 힘들고, 장례식이나 부모님 팔순 때에도 예외없이 근무하게 한답니다. 


사규에 1년에 80% 이상 근무하면 연차 휴가를 준다고 해놓고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소멸된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은 생탁 노동자들은 전혀 알지도 못한채 일했다고 합니다. 


버스가 다니지도 않는 새벽 4시에 버스비를 주면서 출근하라고 하고 심야수당도 없고, 이것들 이외에도 작업 환경과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정말 터무니없는 곳이 바로 부산의 막걸리 생탁이었습니다. 


부산 생탁의 노동자 지옥을 잘 보여주는 만화가 있기도 합니다. http://www.ziksir.com/ziksir/view/1484


생탁의 노동자들은 현재 1년 동안이나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회사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회의원조차 외면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상식적인 노동환경인데, 그 '상식'조차 지켜주지 않는 회사가 정말 무엇을 위한 회사일까요? 그러면서 사장들을 자기 몫을 다 챙기고 살겠죠. 자신들이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될텐데.. 



저도 아르바이트 정도는 해본 적이 있는데, 근무환경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대한 대우는 두말 할 필요도 없죠. 일할 맛이 나야 능률이 생기고 회사도 더 발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걸까요?


이런 생탁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잘 몰라서 생탁을 먹었으니까요.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아는 게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생탁의 노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 마시지 말아야겠습니다. 생탁말고도 앞으로 뭔가를 소비하거나 선택할 때 충분히 알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이라는 영화감독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분이 만든 영화는 대부분 다 챙겨보았습니다. 10번도 넘게 본 영화도 있습니다. 


메멘토, 프레스티지, 인셉션 등 그 분 작품들은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트맨 시리즈를 가장 좋아합니다. 



예전에 놀란 감독님의 다크나이트라는 영화를 보고 블로그에 글을 적었는데, 제가 다크나이트의 속편이 아주 기대된다고 적어놨더라구요.


예상대로 다크나이트의 속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2012년에 개봉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개봉하자마자 바로 영화관에서 챙겨봤었는데, 그 때는 별로 그렇게 재미가 없었습니다. 


조금 어려서 그랬던 걸까요? 내용 이해도 잘 안되고, 좀 지루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크나이트 라이즈라는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이번에 보니까 영화는 무척 재밌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제목처럼 '상승(rise)'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담시의 영웅 배트맨이 힘을 잃고 추락했을 때 다시금 일어나는 모습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상승(rise)'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대놓고 보여주려는듯 '더 배트' 라는 배트맨의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이 계속 등장하고 나중에는 스토리의 핵심적인 역할도 합니다. 



일단 배트맨이라는 인물에 대해 말하자면 재벌 2세인 브루스 웨인이라는 사람이 어렸을 적, 부모님을 범죄로 잃고나서 범죄에 대한 증오,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브루스 웨인은 범죄에 대한 증오로 타락하게 되는데, 특별한 계기로 훈련을 받고 힘을 기릅니다. 브루스 웨인은 범죄를 없애는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는 두려움의 상징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어릴 적 우물에 빠졌을 때 무서워하게 되었던 박쥐를 떠올립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범죄자들도 두려워하게 하기위해 자기 자신이 '박쥐(두려움)' 상징이 되기로 합니다. 



그렇게 하여 배트맨이 탄생하였죠. 두려움을 승화시켜 탄생한 영웅 배트맨, 이번에 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브루스 웨인이 두려움 그 자체를 받아드려 비로소 완전한 상승(rise)을 통해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두려움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는 제가 좋아하는 '슬램덩크'라는 농구 만화에서도 나오는 말입니다. 



"두려움을 받아들인다." 무척 어려운 말이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슨 일을 하든지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요?


상승과 두려움 극복으로 인한 성장 이외에도 공권력의 회복이라는 주제의식도 가집니다. 배트맨 시리즈 내내 공권력을 비롯한 경찰들이 정말 나약하게 그려지는데 이는 현실의 모습이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과 권력에 굴복하는 나약한 공권력을 배트맨 시리즈에서 정말 극단적으로 묘사하는 모습을 많이 볼수 있는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경찰들 스스로 고담시를 지키는 자립의 의지를 잘 보여줍니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이 계속 바랬던 '배트맨이 필요하지 않은 고담시'라는 이상적인 고담시가 되기 위한 과정이 영화에서 그려지는데, 이는 공권력이 사회를 바로 잡기위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주는 메세지는 이것들 이외에도 정말 많습니다. 특히 결말에서는 '끝이 곧 시작이다.' 라는 말을 하는듯한 여운을 많이 주는 것 같았는데, 이게 다크나이트의 새로운 속편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평론가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며 정말 완벽한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이라고 합니다.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배트맨 시리즈가 어떻게 하면 멋지고 완벽하게 마무리되는가? 다크나이트는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는 듯합니다. 정말 군더더기 없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를 다 보시길 권유합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The Dark Knight Rises 
8.3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앤 해서웨이, 톰 하디
정보
액션, 범죄 | 미국, 영국 | 164 분 | 2012-07-19


캄보디아에 들고 가서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소설가 유현숙의 '체 게바라'라는 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은 많이 읽어봤지만 이번에 본 책은 좀 달랐습니다. 


소설가 분이 쓴 책 답게 체 게바라의 인생을 그저 기록이 아닌 하나의 소설처럼 담아놨습니다. '유현숙 기록소설'이라는 말이 책 표지에 적혀있었는데, 정말 기록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소설처럼 체 게바라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덕분에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살아온 일대기를 평범한 기록이 아니라, 체 게바라가 그 당시에 했던 말, 행동, 생각들을 전부 이야기처럼 표현함으로써 재미를 더했습니다. 


체 게바라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게 참 새로웠습니다. 물론 책의 내용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기록 소설답게 제가 알고있는 체 게바라가 겪었던 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성격이 아주 자세히 묘사되는데, 그게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비록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작가 분의 상상이 더해진 설정이겠지만 체 게바라를 더 가까이에서 보는 듯 했습니다.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의 헌책방에서 샀던 책인데, 캄보디아에 있을 때에도 책을 반쯤 읽다가 갑자기 바빠져서 다 읽지 못하고 돌아왔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남은 절반을 다 읽어버렸죠.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앞의 내용도 조금 다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처럼 이야기 형식이라는 점 이외에도 독특한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체 게바라가 쿠바 혁명 이후의 이야기가 아주 자세하게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었던 체 게바라에 관련된 책들은 대부분 쿠바 혁명 이후의 체 게바라 모습이 잘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쿠바 혁명이 끝나고 쿠바에서 고위 간부로 경제 혁명을 일으키다가 볼리비아로 다른 혁명을 찾아 떠났다가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만 간단히 표현하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기록소설 체 게바라에서는 쿠바혁명이 끝나고 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떠나게 되는 이유, 그 당시 체 게바라의 심경, 볼리비아에서 새로운 혁명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아주 상세히 보여줍니다. 


보통 체 게바라를 쿠바의 혁명 영웅으로 많이 표현하지만 비록 실패했더라도 다른 국가들에서도 체 게바라는 뜨거운 혁명을 위해 청춘을 바쳤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체 게바라가 쿠바가 아닌 다른 곳에서 혁명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 체 게바라가 그 때 배운 것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며 느꼈던 감정, 혁명을 하며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모습, 천식이 심해지면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모습 등 체 게바라라는 사람을 정말 하나하나 자세히 표현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한 인물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체 게바라라는 혁명가를 그저 영웅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정말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잘 보여줍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체 게바라, 책에 나오는 말처럼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었고, '혁명이 있는 한 그곳에 있는다.' 라는 철저한 원칙을 삶의 과제로 삼은 사람이었습니다. 



체 게바라

저자
유현숙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1997-10-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53096 중남미 혁명의 전설적 지도자 에르네스트 체 게바라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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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레드 툼'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제목은 '빨갱이 무덤'이라는 뜻으로 6.25 전쟁 때 일어난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에 좌익전향자를 계몽하고 지도하기 위해 만든 단체로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하자 국가는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이 인민군에 동조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무차별 살해했습니다. 


영화 레드 툼은 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과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학살이 발생했던 곳을 찾아가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 학살이 일어난 당시의 처참함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선 자신이 보도연맹에 가입했는지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국가가 마음대로 가입시켰던 거죠. 그리고 마음대로 살해했던 것입니다. 보도연맹 사건은 국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명권을 침해한 비인간적인 학살이었습니다.



전쟁 중이었다고 해도 국가가 국민을 구속하고 처형하려면 적법한 절차와 공정한 재판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근거와 절차를 다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을 빼앗았습니다. 정말 엄청난 비극이죠. 


영화 레드 툼은 다양한 편집의 기교나 부가적인 설명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충분한 정보전달과 설득력을 가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사실(fact)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 사건에 대한 설명보다도 사건이 발생했던 곳, 희생자들의 유골,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모두 담았다는 것에서 기록적인 가치도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나레이션이 없어서 몰입도가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인터뷰한 분들의 목소리를 영상 설명과 나레이션처럼 사용함으로써 충분히 몰입도가 생겼습니다. 


특히 유족들이 제사를 지내며 희생자들에 대한 글을 읽는 장면과 할머니께서 오열하시는 장면은 그 자체로 영화와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 인터뷰 장면에서 나오는 "언제 무서운 시대가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다. 남북이 아직 떨어져 있다."라는 대사는 레드 툼이라는 영화가 가지는 주제의식을 정말 여운이 많이 남도록 함축하여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영상에 담긴 학살의 흔적, 그들의 목소리가 역사를 설명하고 기록하는데 충분한 힘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예산으로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역사의식이 투철하고 자본에 꺽이지 않는 의지가 분명했기 때문일겁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뒤로 가면서 몰입도가 약간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큐멘터리라는 게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정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속 파헤쳐가도록 유도해야 집중이 잘 되는데, 계속해서 영상의 나열인 것 같아서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이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국가나 큰 단체에서 이런 영화를 많이 지원해주고 하면 좋을텐데, 아직 이런 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환경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도 좋지만 나라가 좋아지려면 이런 역사 의식이 담긴 영화도 사람들이 많이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레드 툼 (2015)

Red Tomb 
9.1
감독
구자환
출연
성증수, 박상연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1 분 | 2015-07-09


캄보디아에 있을 때 '어린왕자'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잠깐 봤을 정도로 워낙 유명한 책이라 언젠가 한 번 읽어보려 했지만 제대로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책은 아주 짧았습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의 저자인 생택쥐베리는 책 속의 글과 함께 있는 그림에 더 애착을 가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자신이 직접 그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어린왕자의 책 속의 삽화들도 책만큼 아주 유명하다고 합니다. 


어린왕자라는 작품은 주인공인 어린 왕자가 여러 행성을 여행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내용입니다. 저는 어린왕자에 나오는 인물들의 대사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돈버는 일, 밥먹는 일도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말은 참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겠죠. 


저도 아직 많이 어리지만 살면서 인간관계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가끔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인간과계의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데도 인간관계는 결코 포기하거나 내려 놓을 수 없죠.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 수록 점점 더 외로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정말 인간관계를 내려 놓거나 정말 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노력해도 뭔가 보상이 없을 때 오는 상실감은 정말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렇게 지칠 때 제가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책을 보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 있을 때 봤던 어린왕자는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행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 그의 순수함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끊임없는 욕심 속에 사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어린 왕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상상 속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을 하는 말과 행동은 정말 자신감을 줍니다. 인간관계는 말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왕자를 보면 그게 더 느껴집니다.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만나는 장면에서 사막여우가 하는 대사는 정말 제 마음의 순수를 끄집어냅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마음이 즐거워질 거예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복한 기분이 점점 더해지죠. 4시가 되면 보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게 되고 마침내 당신을 보면 행복감에 젖은 얼굴을 보게 될 거예요!"


'누군가를 만나는 것' 그 자체에 설렘을 느낀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는 그 시간이 기다려 진다는 것을 저런 식으로 표현한 게 참 가슴에 와닿더라구요.


같은 감정이라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참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어린 왕자에서 말한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말하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길들여져있고 저도 누군가를 길들였겠죠. 


관계로 인해 사람이 많이 변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지금의 제 모습도 여태까지 제가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관계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어린왕자

저자
생텍쥐페리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주) | 1982-10-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용감있음/ 겉표지와 책의 3면이 때가 많이 탐 / 책기둥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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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프로듀사' 라는 드라마의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방송국 PD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그려 낸 드라마입니다. 옛날에 제가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기에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KBS의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을 보고 제가 방송국 PD가 되고싶었는데, 드라마 프로듀사의 주인공 라준모(차태현 분)이 맡은 프로그램이 바로 1박2일이었습니다. 



저도 예능PD가 되어 1박2일같이 참신하고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1박2일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방송국PD라는 꿈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면서 예전에 그 꿈을 꿀 때의 제 모습이, 그 때의 감정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는 영상도 많이 정말 만들었고, 공부라면서 예능 프로그램들을 모조리 챙겨보고 열정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뭐 대학생활이 바쁘니 어쩌니 하면서 열정이 많이 식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니 제가 방송국 PD를 꿈꿨던 그 때가 정말 순수하고 멋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신입사원으로 등장하는 백승찬(김수현 분)을 보면서 '내가 만약 PD가 되었으면 저랬을까?'하는 생각도 했죠.


주인공 백승찬은 방송국에 들어가 맨날 야근하고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온갖 고생을 겪는데도 정말 즐거워 보였습니다. 1박2일 촬영을 하고 편집하는 장면은 제가 많이 꿈꿨던 모습이라 부럽기도 했습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은 영상에 관심이 떨어졌다고 해도 언젠가 또 열정이 생겨서 PD가 되고싶다거나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일이 있겠죠. 


저는 그저 드라마 프로듀서를 보면서 잠깐 잊고 살았던 예전의 열정적으로 꿈꿨던 제 모습이 생각나서 힘이 많이 났습니다. 


드라마 프로듀서는 제가 PD의 꿈을 옛날에 가졌던 게 아니라도 여러 가지로 참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한 회마다의 제목을 '방송사고의 이해', '결방의 이해' 이런 식으로 방송에 관련된 용어로 짓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방송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그 말에 담긴 뜻을 인간관계와 연관시켜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과 고민거리에 대한 해결책 또는 메세지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저는 특히 남녀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오해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어렵다는 것을 방송 시청률에 비유하여 표현한 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프로듀사에서는 이런 메세지를 줍니다. '노력해도 얻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


뭐 여러 가지로 재미있었던 드라마였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키득키득 웃으면 TV를 본 것 같습니다. 



학교 과제로 광고 만들기가 있었습니다. 뭘 소재로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농구와 관련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광고라고 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에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농구로 선택했습니다. 


농구를 많이 하면 다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살 게 많습니다. 제가 가진 농구 용품과 친구들이 가진 농구 용품을 모아서 농구 용품 브랜드 '나이키 조던' 을 광고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조던 브랜드의 용품들을 착용하고 농구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자주 가는 농구 용품점에 부탁을 해서 농구화와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된 모습도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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