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누워있는데, 고등학교 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다짜고짜 남해를 가자고 하더군요. 여행을 위해 차도 빌렸으니 기름값만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여행이란 지금 당장 이 곳에서 벗어나는 게 시작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해서 별 고민없이 바로 남해로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남해에 지금은 빈 집인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 집으로 갔습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거의 바로 학교에 복학하느라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 참 반가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고기를 구워먹고 술도 한 잔씩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금새 밤이 지나가더군요. 학교를 다닐 때에는 몰랐는데,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참 재밌었습니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나이가 스물이 넘고 각자 일을 하며 지내다보니 정말 만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학생 때에는 매일 보던 얼굴들이 이제는 이렇게 방학 때에만 가끔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군대도 다녀오고 사회생활도 시작하면 점점 더 보기 힘들어 지겠죠. 뭐 어쨌든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을 훌쩍 보내고, 잠깐 눈을 붙인 다음, 아침 일찍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꽤 비워서 생긴 거미줄을 다 떼고, 바닥도 한 번씩 닦고 우리가 사용한 그릇들도 깨끗히 정리하고, 남해의 상주로 차를 타고 갔습니다.


상주에 가는 이유는 저희가 학교를 다닐 때 교장선생님으로 계셨던 '여태전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주중학교의 교장선생님이시죠.


저희를 참 좋아하시고, 아끼시는 선생님이라 저희도 많이 친근한 분이셨습니다. 여태전 선생님은 저희를 많이 반가워하셨습니다. 좀 더 자주 찾아오라며 장난을 치기도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사주시는 회와 매운탕 그리고 조금의 소주를 곁들이니 그 만큼 완벽한 점심식사는 없었습니다. 여태전 선생님과 옛날 태봉고를 다닐 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선생님은 중학교로 다시 들어가셨습니다. 바다 옆에 있는 상주중학교가 참 멋졌습니다. 좁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중학생들 보니까 흐뭇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부러움일까요.. 약간의 그리움도 있었습니다. 여러 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하지만 신났던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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