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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각자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 | 2015.10.05 10:54 | Posted by Sammot 마산 김태윤

인터넷에서 재밌는 동영상을 보며 놀다가 '류승범의 소름돋는 연기' 라는 식의 제목이 달린 영상을 한 편 보았습니다. 류승범이 교도소에서 자신에 시비거는 사람을 노려보는 연기였는데, 정말 눈빛이.. "와...." 라는 말밖에 안나오더군요. 


살벌한 눈빛 하나로 그렇게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니.. 정말 감탄했습니다. 찾아보니 그 영화는 마침 제가 좋아하는 류승완 감독님의 '주먹이 운다'라는 영화더군요. 


저는 학교과제를 하다말고 바로 그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영화로 10년이나 된 영화지이지만 최민식과 류승범의 연기력과 마음을 울리는 연출력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영화입니다. 


어릴 때 한번 본 영화같은데, 기억도 잘 안나고 해서 이번에 제대로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왕년에 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 딴 전직 프로 복서 강태식(최민식 분)과 패싸움과 삥듣기밖에 하지 않는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양아치 유상환(류승범 분).


은메달리스트 강태식은 주변 사람들에게 빚 보증을 서주고 이것저것 사기를 당해 땡전 한푼도 없는 상황에서 길거리 한복판에서 매를 맞으며 돈을 버는 처량한 신세가 됩니다. 



게다가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나 이혼까지 요구합니다. 그의 어린 아들 서진은 그런 아빠를 무식하다며 부끄러워합니다. 강태식은 젊은 시절 자신의 찬란한 순간을 회상하며 다시 한 번 복싱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우여곡절 끝에 프로 신인왕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유상환은 불량배지만 사실 마음은 매우 여린 남자인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 같이 사는 그는 최대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서 겉모습과는 다른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공사판에서 힘들게 일하는 그의 아버지는 상환을 항상 걱정합니다. 양아치같은 아들이 한심하지만 정작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을 많이 아쉬워하는 듯한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상환은 그런 아버지에게 미안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상환은 돈이 필요해서 강도짓을 하다가 붙잡혀 소년원에 수감됩니다. 


소년원에 가자마자 상환은 자신에게 시비거는 남자와 싸움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장면이 제가 인터넷에서 본 장면이었습니다. 싸움을 하는 상환의 깡다구를 눈여겨 본 교도 주임은 상환에게 권투부 가입을 권합니다. 


권투를 배우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될 때쯤 공사판에서 불의의 사고로 상환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권투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주려 했던 상환은 끝내 아버지에게 부끄러운 아들로 남았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슬퍼합니다. 



게다가 상환의 할머니까지 몸상태가 악화되서 치매에 걸리게 되고 상환은 점점 비참하게 현실에 내몰리게 됩니다. 궁지에 몰릴수록 상환은 점점 훈련에 몰두하고 상환 또한 신인왕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들의 이름으로, 각자의 사연을 품은 두 남자가 링에서 만나게 됩니다.



가슴을 울리는 주먹 한 방! 이라는 영화의 소개 글처럼 정말 영화 속의 주먹 한방 한방에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최민식과 류승범의 연기력이 참 인상깊었는데, 그런 비참한 현실 속에서 점점 나약해져가는 모습을 오히려 강한 척하고 욕하고 소리지르는 꼴불견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게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특히 치매걸린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상환의 모습에서 끊임없는 연민의 감정이 생겨났는데, 제가 영화속의 상환과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몰입도가 깊은 연기력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친구에게 자신을 동정하지말라는 식으로 소리지르고.. 하는 모습이 진짜 리얼하더군요. 


저번에 영화 베테랑에 대해 포스팅할 때에도 말했지만 류승완 감독님과 배우 류승범씨는 형제 관계로 거의 항상 작업을 같이 해왔습니다. 다른 영화 감독님들이 류승완 류승범 형제를 참 좋아하고 존경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류승완 감독님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영화를 제작하실 때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배우를 구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는데, 양아치를 연기할 배우가 없어서 한참 고민하던 중 '집에 와보니 왠 양아치 한 명이 누워자고 있네...' 라며 자신의 동생 류승범을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그게 류승범씨가 양아치 연기를 잘하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류승완 감독님이 실제로 촬영을 할 때 동생에게 "늘 하던대로 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정말 재미있는 형제인 것 같습니다. 


'주먹이 운다'라는 영화는 제가 쓴 내용 말고도 재미있는 부분이 참 많은 영화입니다. 한 번 들으면 몇 번이고 다시 되새겨보는 멋지 대사가 많이 있었는데, 특히 술먹고 신세한탄을 하는 강태식에게 근처의 식당 주인 아저씨(천호진 분)가 던지는 핵직구가 참 많이 와닿았습니다. 


"세상에 사연있는 사람 너만 있는 게 아니다." 약간 영화의 주제와도 연관되는 듯한 중요한 한마디인 것 같습니다. 영화속 비참한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의 각자의 힘든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그런 힘든 사연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보다는 그저 잠깐의 휴식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내 사연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렇게 힘든 사람들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꿋꿋이 살아가는구나..'이라는 생각으로 보면 바쁜 현실에서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대부분이 비극이고 보면 눈쌀이 찌푸려지는 비참한 장면들도 있지만 영화속 그들을 보며 저는 약간 삶의 자신감이 생기고 제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요즘 공부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학이론서 '시학'에서 나온 비극의 목적입니다. 

'공포와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켜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를 도모하는 것'





주먹이 운다 (2005)

Crying Fist 
8.7
감독
류승완
출연
최민식, 류승범, 임원희, 변희봉, 나문희
정보
드라마 | 한국 | 134 분 | 200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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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임철수 2015.12.17 15: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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