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은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와 사건이 전개됩니다. 하지만 인물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뛰어난 연출 덕분에 영화를 보며 전혀 피로하거나 혼란스럽지 않죠.


원래 그 배우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이미지를 영화 속에 녹여들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대는 배우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대학생으로 나오는 '연희(김태리 분)' 라는 인물인데, 이 연희라는 인물이 이 영화 1987의 감정을 따라가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영화 1987을 만든 장준환 감독님은 연희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꽤나 직접적으로 연희라는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를 통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연희는 기본적으로 첫 등장부터 잡지를 얼굴에 뒤집어 쓴 모습으로 등장하고, 다음 장면에서는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걸어갑니다. 



그 당시 정권은 국민들의 정치나 사회에 대한 관심을 줄이기 위해 잡지나 음악같은 대중문화를 장려했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희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눈과 귀를 막은' 대중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초반, 연희 주변에는 데모를 하거나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정작 본인은 나름의 상처때문에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연희는 소개팅을 하러 가는 길에 시위가 일어나 경찰에게 맞으며 쫒기게 되고 몸을 숨겨 얼굴에 묻은 최루가스를 닦으며 "처음 소개팅인데 데모하고 지랄이야..."


이 장면에서 관객들과 저는 웃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대사였습니다. 지금 밖에 놀러나가는 길에 시위를 하고 있다면 저는 어땠을까요? 


연희는 그 후로 한 운동권 오빠를 만나 동아리실에서 7년전, 5.18 광주에서 있었던 일의 진상에 대해 알게되고 생각의 큰 전환점을 겪어갑니다. 


영화후반, 지칠대로 지친 연희는 그 운동권 오빠에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라는 말을 하는데, 용기가 부족했던 많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대사였던 것 같습니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결국에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큰 한 걸음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점점 바뀌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저는 같은 대학생으로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수많은 국민들이 모인 광장에서 결국 손을 들고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연희의 모습은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장면이었죠.

 

불과 1년 전에도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큰 일이 하나 있었죠. 같은 일은 아니지만, 그 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희망을 외치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영화 1987은 1987년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며 변해가는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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