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부당거래와 베를린을 연출하신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입니다. 전작들에서 볼 수 있는 류승완 감독님 특유의 긴장감있는 연출을 좋아했었는데, 이번 영화 '베테랑'은 긴장감보다도 웃긴 장면과 액션이 풍부한 오락 영화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베테랑을 보면서 류승완 감독님의 전작 '부당거래'가 많이 떠올랐는데. 그건 부당거래와 베테랑 두 영화 모두 배우 황정민씨가 주연으로 나오고 범죄를 돈으로 덮으려하는 사람들이 주 내용이기 때문이죠. 


배우와 상의하고 계시는 류승완 감독님(왼쪽)


두 영화 모두 황정민씨가 경찰로 나오는데, 부당거래에서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욕심많은 경찰로 등장하는 반면, 베테랑에서는 오히려 승진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신의 가치와 정의를 지키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실제로 베테랑에서 승진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차이 만큼이나 두 영화에서 황정민씨가 연기하는 두 경찰 최철기(부당거래), 서도철(베테랑)의 역할도 많이 다릅니다. 


부당거래의 최철기 형사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


부당거래의 최철기 형사는 급하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얼른 덮으려고 하고,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는 반대로 엉뚱한 사람들이 죄를 뒤집어쓰는 것에 대해 분노하죠. 


이렇듯 부당거래와 베테랑은 기본적인 설정은 비슷하지만, 문제의 시작과 해결과정, 던지는 메세지도 확연히 다릅니다. 부당거래에서는 선과 악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결국에 착한 놈이 하나도 없는데, 베테랑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합니다. 



부당거래는 모호한 선과 악처럼 이야기 진행과 주제도 좀 복잡하고 여러번 보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베테랑은 서도철 형사의 아내(진경 분)가 영화 중간에 나와 주제를 대변하는 말을 화끈하게 던져줍니다.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쪽팔리게는 살지말자."


이 대사는 전작 베를린에서도 비슷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북한의 최고 요원 표종성(하정우 분)이 아내와의 식사 중에 하는 대사 " 우리가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바로 그것이죠. 


부당거래에서는 돈에 굴복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쩔 수 없는 잔인한 현실에 답답하고 불편했었는데, 베테랑에서는 돈의 힘에 맞서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미련해 보이지만 위험한 일에 뛰어들고, 몸이 다치면서도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여유롭게 장난기섞인 대사를 날리는 주인공들을 보면 영화의 제목에 베테랑이 점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뭐 여튼 여러모로 부당거래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베테랑이었습니다. 영화 베테랑만의 재미도 많이 있었고, 천호진, 유해진, 오달수 등의 주연만큼이나 빛나는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모델로 유명하신 장윤주씨도 생각보다 연기를 아주 잘하시고, 영화의 재미도 보태주는 역할을 하셔서 영화를 보는 내내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주연이신 황정민씨의 연기는 물론이고 특히 유아인씨의 연기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에서 거의 항상 영향력있는 악역으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시는 류승완 감독님의 동생 류승범씨가 나오지 않아서 '누가 그 자리를 채울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유아인씨가 악역도 참 멋있게 잘 소화하시더라구요. 



진짜 망나니가 뭔지 보여주는 광기,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는 아직도 생생하네요. 베테랑에는 미리 인터넷으로 공개될만큼 인상깊은 명대사가 참 많은데요. 그 대사들을 곱씹으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코믹과 액션, 드라마가 잘 조화된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부당거래를 보며 나쁜 주인공들과 불편한 내용에 느꼈던 답답함이 이번 베테랑에서 정말 통쾌하게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베테랑 (2015)

Veteran 
8.4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장윤주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3 분 |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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