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태국으로 해외봉사를 갔을 때 알게 된 형이 있습니다. 그 형은 태국어가 아주 유창했고, 모든 일정을 통솔하고 태국의 문화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형은 '라온아띠'라는 프로그램으로 태국에서 3개월 간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태국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형의 모습을 보고 많이 부러워 했던 것 같습니다.

뭐든지 나서서 이끌어 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하지만 태국에 갔을 때에는 태국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알지 못하니까 뭐 딱히 리드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봉사활동을 좋아하는데, 태국에서 2주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점점 그들과 소통하기 시작하고 태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때쯤 봉사활동은 끝이 났습니다.

아주 보람 찬 2주였지만 봉사의 기쁨을 알기에는 너무나 짧았던 것 같습니다. 2학년 때 학교에서 갔던 네팔 봉사활동 때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 때는 제가 학생회 부회장으로서 학생 대표를 맡고 있었음에도 열정적으로 봉사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역시나 네팔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2주라는 기간이 저에는 짧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의 2주는 긴 시간이지만 그 곳의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어울리기에는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고, 3년 전 태국에 함께 갔던 형을 통해 알게 된 라온아띠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가 한 번 신청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은 대학교에 붙여진 포스터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라온아띠는 '즐거운 친구들'이라는 뜻으로 아시아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과제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연대활동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지속가능한 아시아를 꿈꾸는 대학생해외봉사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라온아띠 12기는 1개월 간 국내에서 교육을 받고 5개월이나 해외봉사를 하는 장기간 봉사 프로그램입니다.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일정이지만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신청 기간은 6월 10일까지였고, 저는 자기소개서를 계속 고치다가 당일 날 제출했습니다. 

경쟁률이 아주 치열한 프로그램이라서 제가 선발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라온아띠를 통해 해외봉사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라온아띠에 참가한다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친화력과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쉽을 비롯하여 다양한 감수성과 자연친화적 삶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주 일요일(12월 16일)에 갑자기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같은 반 친구인 석원이가 갑자기 연락이 안되어서 투표 안내 도우미 사전교육에 못간다는 것이었습니다.


19일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 투표 안내 도우미를 하면 돈과 봉사시간을 준다는 말에 석원이가 신청을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석원이가 그 날 사전교육을 하는 줄 모르고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서 사전교육을 하는 곳과 가까운 곳에 살고있는 저에게 연락을 하여 석원이 대신 가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투표 안내 도우미 사전교육에 석원이 대신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투표 안내도우미 서명을 하게되었고 급료의 절반과 봉사시간 2시간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사전교육때만 석원이 대신에 자리를 메꿔줄 생각이었습니다. 결국에는 19일날 선거를 할 때에도 제가 투표 안내 도우미로 참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12월 19일 수요일 저는 태봉고등학교 학생의 이름으로 진동초등학교에 가서 투표 안내 도우미의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 의지로 하게된 것은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고 열심히 해보려고 했습니다. 저와 함께 투표 안내 도우미 오후반을 하게 된 친구는 같은 반의 신애였습니다.


저희들의 역할은 투표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투표 번호를 확인하여 안내해 드리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진동초등학교가 시골에 있는 학교라 그런지 몸이 불편하신 노인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저는 그 분들이 투표를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날씨가 굉장히 추워서 나중에는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6시간 동안이나 계속 일어서 있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저희에게 힘이 되는 건 저희들을 칭찬해주시는 어른들이었습니다. 추운날씨에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투표권은 없지만 많은 어른들이 투표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얼른 투표권이 생겨서 투표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20대의 투표율이 엄청 낮았다고 하는데 5년 뒤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저를 포함한 많은 대학생이 투표에 참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투표 안내 도우미 일을 끝내고 봉사시간과 급료를 꽤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받은 돈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께 선물을 사드렸습니다.

제가 번 돈으로 부모님께 뭔가를 사드리는 게 처음이라 엄청 새로운 느낌일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게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제 용돈을 주는 것도 부모님이기에...

여튼 이번에 투표 안내 도우미를 했던 경험은 제가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국가에 기여하는 일을 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나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저번에 드디어 우리집 주변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을 찾아냈습니다. 이사를 올 때부터 계속 비디오 대여점을 찾았었는데 잘 찾지를 못해서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번에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결국에는 비디오 대여점을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그 비디오가게는 우리집에서 20분이나 걸어야 도착할 수가 있었습니다.

비디오를 하나 빌리려면 20분을 걸어올라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운동도 할 겸 거기에서 비디오를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그 비디오가게에서 처음으로 빌린 비디오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라는 영화였습니다. 조선시대에 '이몽학의 난'이라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동명만화가 원작이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몽학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했지만 조금 과장된 부분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는 '황정학(황정민 분)'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 봉사였지만 의술과 검술이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몽학에게 죽임을 당한 한신균의 서자인 '견자(백성현 분)'을 데리고 나라에 반란을 일으키려 하는 '이몽학(차승원 분)'을 막기 위해 그의 뒤를 쫒습니다.

견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이몽학을 자기 손으로 죽이기 위해 황정학에게 검술을 배웁니다. 그런데 배우는 방법이 좀 특이합니다.

검술을 배우기 보다는 그냥 공격을 피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냥 황정학에게 막대기로 계속 맞으면서 점점 싸우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그렇게 계속 이몽학을 쫒다가 드디어 황정학과 이몽학이 만나고 세기의 대결을 합니다. 이몽학의 검술 실력도 아주 뛰어나서 봉사 황정학과도 거의 막상막하의 대결을 합니다.

하지만 눈이 안보여서 그런지 황정학이 조금씩 밀리면서 질 것 같았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이몽학의 승리로 끝이 나고 황정학은 죽게 됩니다.

이몽학과 황정학의 대결


한편 이몽학은 황정학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기 위해 궁에 가보지만 이미 왜군의 침략때문에 왕은 몸을 피한 상태였습니다.

그 때 이몽학의 애인을 데려온 견자가 들어와서 이몽학에게 덤빕니다. 하지만 견자는 이몽학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견자가 질 것 같았는데 이몽학은 왕위에 오르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왜군이 쳐들어온 것을 보고 한 눈을 판 이몽학은 견자의 칼에 가슴을 찔립니다. 이몽학은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모든게 끝났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조용히 피가 나는채로 애인의 곁으로 갑니다.

이몽학은 그렇게 사랑하는 여자의 품에서 죽어가게되고 견자는 궁에 쳐들어 온 왜군들과 싸우다가 조총에 맞아서 죽임을 당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의 영화인데 영화의 대부분은 견자가 황정학에게 무술을 배우는 모습입니다. 그냥 계속 맞으면서 무술을 배우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계속 웃으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바로 황정학이 이미 볼 수 없는 눈을 치켜 뜨면서 "여기 있으면 몽학이 온다." 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초점이 없는 눈을 번쩍 뜨고 무섭게 웃으며 그 말을 하는 장면이 얼마나 섬뜩하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분명히 악역이 아닌데 황정학(황정민 분)의 그 모습은 마치 악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만큼 황정민씨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비극적인 죽음을 맞지만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황정학이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멋있게 표현해낸 황정민씨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확실이 만화가 원작인 만큼 스토리도 탄탄했고 황정학이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던 아주 괜찮았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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