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저는 아버지와 함께 진안에 가서 하룻밤을 호텔에서 보냈습니다. 모텔에 컴퓨터가 있어서 블로그에 글도 한 편 올렸습니다.
그리고 잠을 자는데 다음날(1월 1일 토요일)에 마이산으로 등산을 간다는 사실에 너무 설레어서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걱정 반, 기대 반 이었습니다. 산에 등산을 하면 무척 좋지만 겨울산이라 너무 춥고 또 그만큼 위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지리산에 갔는데 너무 힘들어서 이번에는 마이산에 가기로 한 것 입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저와 아버지는 일어나자마자 라면을 끓여먹고 아이젠과 스패츠 등 각종 등산장비들을 잘 챙기고 추울까봐 옷도 5겹이나 껴입었습니다. 게다가 양말과 장갑 모두 두 개씩 착용했습니다.
그렇게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추운 곳이라 그런지 지리산에 갔을 때보다 눈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젠을 신발에 장착했기 때문에 넘어질 위험은 없었습니다.
마이산은 말 마(馬)자와 귀 이(耳)자를 따서 마이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입니다. 말의 귀를 닮았기에 그렇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말의 귀를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눈에 봐도 경사가 아주 심한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말그대로 뾰족한 산이었습니다.
여기까지밖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은 등산통제였습니다.
우리가 마이산에 갔을 때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암마이봉 정상까지는 등산이 통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상에 올라갈 수는 없었고 대충 중간에서 반대쪽 남부주차장쪽으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정말 등산을 하는데 2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리산 때에는 거의 7~8시간을 등산했는데 이번에는 지리산 때의 절반도 하지 못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아버지는 너무 등산이 싱거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등산하면서 손만 조금 시려웠지 지리산때처럼 극한의 추위나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고통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한 번 더 올라가서 반대편으로 내려가자고 재미삼아 말을 꺼냈습니다. 아버지는 그러는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뭐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똑같은 길을 한 번 더 가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와 아버지는 결국 그렇게 조금 싱거운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재미있는 등산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그런 등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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