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직업체험 셋째 날에는  '근로자의 날'이었기 때문에 EBS 방송국이 쉬어서 EBS에 인턴쉽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다른 일정을 정하던 중에 첫째 날에 같이 EBS에 갔던 한 친구의 도움으로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의 한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희와 연락이 닿은 교수님은 KBS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다가 중앙대의 교수를 하고계신 분이었습니다. 그 교수님은 PD로 일하실 때 한국 최고 시청률 드라마까지 연출을 맡으셨던 영상 베테랑이였습니다.

최상식 교수님과 연락을 하다가 수요일(5월 1일)에 중앙대에 가서 교수님을 만나 교수님의 강의를 청강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중앙대학교로 갔습니다. 중앙대학교는 연극과 영화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대학교입니다. 그런 대학교의 영화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앙대학교는 다른 대학들에 비해 캠퍼스의 규모가 작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중앙대 안에서 약 40분이 넘도로 해메다가 교수님을 뵙고, 겨우 강의실로 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들이 듣는 강의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할거라고 걱정도 했었지만 생각보다 영화학 강의는 재미있게 느껴졌고, 감성적으로 배울 수 있는 내용도 많이 있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최상식 교수님과 따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희는 교수님께 영상에 관련된 진로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지금 이 세상이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의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배워놓고, 인문학적 소양이나 교양, 다른 여러 지식들을 공부해나가는 것이 급변하고 있는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경력이 무척 많으신 분이 하신 말씀이라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여 교수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면서 들었습니다.

그것말고도 영상 제작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론적인 부분을 많이 여쭈어보았습니다. 특히 시나리오 제작에 대해 많이 궁금했었는데,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어떤 방법으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시나리오 공부법은 바로 '시나리오 받아쓰기'였습니다. 바둑의 '기보'를 따라해보며 바둑을 배우는 것처럼 제가 좋아하는 어떤 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받아써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 영화의 스토리 구조와 이야기 전개를 파악할 수 있고, 카메라의 앵글 변화와 움직임까지 따라 쓰다 보면 연출자의 의도까지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굉장히 힘들고, 효율도 떨어지는 작업일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시나리오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철저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시나리오 공부법도 정작 제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제가 입시를 비롯한 고등학교의 여러가지 중요한 일이 마무리되면 마음을 잡고 해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중앙대에서 교수님께 좋은 말씀을 많이 듣고, 다음날(5월 2일 목요일)에는 다시 EBS에 갔습니다. 그 날이 EBS에 직업체험을 가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인 만큼 김현우 PD님과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저번에 PD님이 내주신 숙제가 있었는데, 먼저 그 숙제를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PD님께서 내주신 숙제는 '지식채널e'의 기획안 두가지를 본 다음, 그것을 참고하여 '지식채널e'같은 다큐 형식의 기획안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숙제를 하기 위해 꽤 오랜시간 고민을 하다가 거듭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강점을 살려 미국의 전설전인 농구 영웅으로 군림한 마이클 조던의 인생에 대한 다큐를 기획했습니다.

'지식채널e'의 특징상 5분이내의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에게 인상을 줄 수 있는 지식을 집중적으로 심어줄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기획안에 들어갈 마이클 조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임팩트있는 부분을 조사하여 찾아야 했습니다.

저는 마이클 조던이 농구 황제로 유명해지고나서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셨던 야구선수로 전향하게 되고, 야구계에서는 성적이 부진하여 정신적인 슬럼프를 겪어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결국 마이클 조던은 야구를 포기하고, 정신적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농구연습을 시작하여 농구 팀에 복귀하자마자 다시 황제의 칭호를 탈환합니다.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만들고, 영상에 나타날 자막을 구상하여 적어나갔습니다. PD님은 제가 만든 기획안을 보시고는 소재의 선택과 내용에 걸맞는 그림의 배치를 잘 찾았다고 칭찬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제가 기획안에서 사용한 자막의 어투에 대해 지적을 하셨습니다. 제가 기획한 자막에서는 시청자들에게 결과에 대한 답을 미리 제시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자막을 통해 시청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되는데, 제가 자막에서 미리 답을 제시해버림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만든 기획안에서 제가 강조하려고 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이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다큐를 비롯한 여러가지 영상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영상이 추구하는 방향의 메세지에 대한 근거, 입증할만한 사실 즉, 'fact'가 분명해야 하는데, 제가 만든 기획안에서는 그런 'fact'가 분명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fact'가 있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주려는 메세지가 더욱 부각되고, 더욱 믿을만한 지식에 근거하여 보는이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생깁니다.

영상에서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에게 항상 자신이 말하려는 바를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와 사실에 의거하여 말하는 그런 뉘앙스가 많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fact'의 중요성을 알려주시는 PD님의 말씀은 앞으로 제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로 적용될만한 가치가 있는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최상식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영화의 시나리오와 김현우 PD님이 말씀하셨던 'fact', 이 두가지는 서로 많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영상을 보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려한다는 점에게 목적이 매우 유사합니다.

목적이 같다면 그 과정도 분명 비슷한 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영상에 대한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를 받아적거나 fact를 찾기위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공부해 나간다면 저도 언젠가 저의 가치관을 담은 영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어제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시나리오 강의를 받았다. 그 강의는 영화 '색즉시공2' 의 제작에 도움을 주셨던 '오마' 감독님이 해주셨다.

오마 감독님은 일단 영상의 종류에 대해서 가르쳐 주셨다. 영상의 종류로는 극영화, 다큐, CF등이 있었다. 그 중에서 우리는 극영화 중의 하나인 단편영화를 배웠다.

단편영화란 40분 미만의 짧은 영화를 말하는 것 이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그 단편영화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이였다. 나는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드디어 종이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글을 완성했다.

오마 감독님의 단편영화 '비둘기'의 한 장면.

우리는 글을 조금 쓰다가 단편영화 몇 편을 시청했다. 그 중에서는 오마 감독님께서 직접 만드신 단편영화도 있었다. 그런데 오마 감독님의 단편영화를 보고있는 도중 갑자기 기계에 연기가 나면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정말 놀랬다. 다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우리는 잠시 쉬고나서 각자 시나리오 쓴 것을 완성하고 컴퓨터에 적어서 인쇄를 하여 서로 돌려가면서 각자의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리고 오마 감독님께서 우리들이 쓴 시나리오에 대해 말해도 될 정도의 가치가 있는 이야기 두 개만 선택해서 말씀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시나리오 중에는 내가 쓴 시나리오도 있었다. 일단 내가 쓴 시나리오는 이렇다.

어떤 중학교에 '형철' 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그런데 형철이는 전학 온 첫날부터 어떤 성격 더러운 학생과 싸워서 그 아이를 떡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첫날부터 형철이를 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형철이가 집에 가던 도중 학교의 공부 전교1등인 '호진' 이가 고등학생들에게 돈을 뺏기며 맞고 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형철이는 당장 달려가서 고등학생들을 쫒아버린다.
 
그런데 형철이가 서있고 호진이가 상처투성이로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어떤 학생이 오해를 하여 학교에 소문을 낸다. 그래서 형철이는 학교에서 완전한 왕따가 된다. 하지만 형철이는 마음이 너무 순진해서 아이들이 아무리 놀려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호진이도 형철이를 감싸주면 자기도 왕따가 될 것 같아서 자기도 결국 형철이를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린다. 그런데 형철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호진이를 때려눕히고 교실을 나가버린다.

 
이런 나의 시나리오를 읽은 오마 감독님께서는 오해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며서 내가 재미가 무었인지 안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결말이 너무 허무하다고 지적도 해주셨다. 오마 감독님께서는 결말에 호진이가 형철이를 감싸주면서 호진이도 같이 왕따가 되어 서로 친해지게 되고 마지막에는 형철이와 호진이가 같이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끝나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꿈이 PD이다. 그래서 내가 이번 강의를 더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오마 감독님처럼 재미있는 영상을 만드는 멋진 PD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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