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군대라는 곳에 대해 참 거부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휴전중인 국가에서 '군대'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기본적인 두려움과 20살이 넘으면 가야한다는 사실에 무의식적으로 싫어하게 되고 피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보통 어른들이 어린 남자애들한테 하는 "네가 군대 갈 나이가 되면 통일이 될꺼다.", "네가 20살 되면 군대가 없어질꺼다." 등의 말들이 듣기 좋았고 믿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군대에 대해 별 생각없이 지내다가 20살이 넘고 군대를 다녀온 주변 형들이나 슬슬 군대를 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군대를 가야한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뭐 금방 현실을 받아드리고, 육군이나 해군 등 여러 곳을 지원하다가 가장 먼저 합격한 의무경찰로 입대가 결정되었습니다. 



의경에 지원하기 전까지 '의경'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던 저는 의경에 가게 되었다는 제 소식에 놀라는 주변 지인들의 반응에 당황하기도 했었죠. 


의경에 지원할 때 체력검정과 시험, 면접... 등 여러 가지 테스트가 있었던 듯 한데, 사실 그 당시 기억도 잘 안 나고 운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기도 하네요 


뭐 어찌됐든 입대 전에 남들 다 해보는 '이등병의 편지'도 불러보고 친한 사람들 만나서 놀기도 하다가 작년 2월 초에 논산 훈련소로 입대를 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논산 훈련소를 나오셨다고 하셔서 왠지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었죠.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 부모님과 인사하던 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사실 한달 헤어지는 건데 왜 그리도 서러웠는지 참.)



훈련소를 마치고 의무경찰 교육도 받은 뒤, 자대에 배치받아 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1개월 간의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2017년 11월 3일부로 전역을 했습니다. 


물론 육군이나 다른 군대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청춘을 낭비한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의 의미에서 군대라는 곳이 참 사람에게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하는 곳입니다. 


20살이 되고 대부분 처음으로 '계급'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맞닥뜨리는 곳이고, 어떤 조직에 필요한 사람으로서 생활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어떤 일이든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21개월간 이런 저런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 많았지만 주변 형들이나 어른들의 말씀처럼 그 당시에는 진짜 힘들고 견디기 버거운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니 지금은 대부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기억이 된 것 같습니다. 


전역을 하니 역시 큰 짐을 덜어냈다는 기분이 들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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