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부모님과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큐슈의 후쿠오카에 내려 하카타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벳푸라는 도시로 이동했습니다.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기 위해 일본에서 가이드 없이 가족들끼리만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버스표도 구입했는데, 일본은 버스 시간표가 특이했습니다. 



버스의 출발시간이 모두 11시 31분이나 41분, 44분, 59분 등 분단위로 딱딱 정해져 있더라구요. 정각이나 50분 이렇게 정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11시 31분! 이런 식으로 출발시간을 정하다니 좀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한국사람들과 일본사람들의 시간개념이 달라서겠죠? 


차를 너무 많이 타서 힘들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직접 길을 찾아다니는 게 재밌더라구요. 짧은 영어와 인터넷에서 급하게 본 간단한 일본어로 무사히 예약한 숙소까지 갔습니다. 


일본은 길이 참 예쁜 것 같았습니다. 도시에는 전봇대가 없어서 탁 트여있는 하늘에 건물들이 멋있었고, 약간 시골에는 낡은 전봇대가 그 자체로 뭔가 정겹고 예쁘게 보였습니다.


숙소까지 가면서 화장실을 많이 갔는데, 일본은 화장실을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편의점마다 화장실이 다 설치되어 있고, 시골의 화장실도 엄청 깨끗하고 물도 전부 자동으로 나오더군요.



가장 인상 깊었던 화장실은 한 작은 건물에서 본 화장실입니다. 차를 오래 타고 길을 걷다 한 건물의 직원에게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물어봤는데, 직원이 가르쳐 준 화장실은 장애인 표시가 있었습니다. 


일반 화장실이 따로 있는 줄 알고 건물을 거의 다 돌아다녀 보았지만 그 건물의 화장실은 아까 본 장애인 화장실이 전부였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1층으로 와서 아까봤던 화장실 문을 다시 보니 제가 착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TOILET FOR EVERYONE' 게다가 '모두의 화장실'이라고 한글로 딱 적혀있었습니다. 들어가보니 큰 변기와 남자용 소변기,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한 손잡이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화장실은 장애인과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 모두가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장애인 전용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라는 것입니다. 


원래는 화장실을 여러 개 따로 지을 돈이 없거나 공간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 생각 자체가 좀 좋은 것 같네요. 


짧았지만 여러 가지로 재밌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일본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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