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인물들인 간디, 체 게바라, 스티브 잡스의 삶을 책으로 읽거나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보면서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게 유명한 인물들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이야기라면 모두 재미있고, 배울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풍운아 채현국'이라는 책으로 현재 양산 효암학원 이사장을 맡고 계신 분의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은 위인전이나 자서전처럼 구성되어 있지 않고, 필자와 채현국 이사장님의 인터뷰 대화를 엮은 형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책을 읽으면서 채현국 이사장님과 직접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분은 60년대에 아버지와 함께 탄광 사업으로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에 들 정도로 부자였다고 합니다. 그는 신문사에서 해직당한 기자들처럼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에게 집을 한 채 사주거나 민주화 운동을 하는 곳에 거액을 후원해 준는 등의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한 학교 재단의 이사장이지만 딱히 수익은 없고 개운중학교 뒤편의 침대도 없는 작은 골방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계신다고 합니다. 


제가 만약 채현국 이사장님처럼 한 때는 소득세가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부자였는데, 나이 들어서 수익도 없이 살아야 한다면 적응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 생각을 시작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인터뷰 과정을 기록해 놓은 거라서 쉽게 읽혔습니다. 처음에는 채현국 이사장님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늘 그렇듯 그 어떤 이의 삶이라도 참 이런 저런 힘든 일을 많이 겪는 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채현국 이사장님의 모습에서 인상이 남는 점은 그 분이 가진 생각의 깊이였습니다. 채현국 이사장님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역사 공부를 하다가 문득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조선'이 왜 한문으로만 있고 우리 말로는 없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께 물어봐도 답을 듣지 못했고, 결국 그 의문은 '그렇다면 한자는 우리 민족이 만든 것인가?', 우리 나라 이름이 우리말로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것인가?' 라는 의문들로 이어져 끊임없이 연구를 계속 하셨다고 합니다. 


한 분야를 끝없이 공부하고 탐구하는 것, 그건 분명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정말 그 분야를 사랑해야 하고, 자신의 의지가 분명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실 때 채현국 이사장님의 말씀들에서 모두 정말 오랫동안 그 분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노력과 그 노력들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어릴 적부터 생각에 대한 깊이를 꾸준히 가져 오셔서 학교도 철학과에 가셨다고 합니다. 채현국 이사장님께서는 말씀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신이 조선에 대해 질문을 드린 그 담임 선생님께서 얼마 후 중학교 역사 교사가 되었는데, 아마 '자신의 영향이 아닐까?'하는 농담도 하셨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린 채현국 이사장님의 영향으로 그 선생님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죠.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으로 다른 이의 삶과 가치관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이 책을 보며 채현국 이사장님 본인께서는 그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정말 그 분이 진정한 어른처럼 보였습니다. 


연세가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책을 읽으시고, 세상에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시며, 종교계와 노인들, 그리고 저희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충고와 비판을 아끼지 않으시는 모습은 정말 여러모로 그 분의 인생처럼 거침없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나이는 성인이지만 제가 어른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어른'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아직 잘 모르겠고, 세상은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그런 때에 읽은 이 책 '풍운아 채현국'은 제가 어른이 되는 데에 구체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제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책에 나오시는 채현국 이사장님이 진정한 어른으로 보였고, 그 분이 가진 여러 가지 생각과 가치과 삶의 자세... 이런 것들이 정말 어른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모습들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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