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12월 16일)에 갑자기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같은 반 친구인 석원이가 갑자기 연락이 안되어서 투표 안내 도우미 사전교육에 못간다는 것이었습니다.


19일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 투표 안내 도우미를 하면 돈과 봉사시간을 준다는 말에 석원이가 신청을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석원이가 그 날 사전교육을 하는 줄 모르고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서 사전교육을 하는 곳과 가까운 곳에 살고있는 저에게 연락을 하여 석원이 대신 가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투표 안내 도우미 사전교육에 석원이 대신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투표 안내도우미 서명을 하게되었고 급료의 절반과 봉사시간 2시간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사전교육때만 석원이 대신에 자리를 메꿔줄 생각이었습니다. 결국에는 19일날 선거를 할 때에도 제가 투표 안내 도우미로 참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12월 19일 수요일 저는 태봉고등학교 학생의 이름으로 진동초등학교에 가서 투표 안내 도우미의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 의지로 하게된 것은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고 열심히 해보려고 했습니다. 저와 함께 투표 안내 도우미 오후반을 하게 된 친구는 같은 반의 신애였습니다.


저희들의 역할은 투표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투표 번호를 확인하여 안내해 드리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진동초등학교가 시골에 있는 학교라 그런지 몸이 불편하신 노인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저는 그 분들이 투표를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날씨가 굉장히 추워서 나중에는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6시간 동안이나 계속 일어서 있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저희에게 힘이 되는 건 저희들을 칭찬해주시는 어른들이었습니다. 추운날씨에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투표권은 없지만 많은 어른들이 투표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얼른 투표권이 생겨서 투표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20대의 투표율이 엄청 낮았다고 하는데 5년 뒤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저를 포함한 많은 대학생이 투표에 참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투표 안내 도우미 일을 끝내고 봉사시간과 급료를 꽤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받은 돈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께 선물을 사드렸습니다.

제가 번 돈으로 부모님께 뭔가를 사드리는 게 처음이라 엄청 새로운 느낌일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게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제 용돈을 주는 것도 부모님이기에...

여튼 이번에 투표 안내 도우미를 했던 경험은 제가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국가에 기여하는 일을 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나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태봉고등학교에는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회장과 부회장이 있습니다. 원래는 2학년에 회장과 부회장이 한 명씩 있고 1학년 부회장이 1명 있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학기가 끝나가면서 약간 바뀌었습니다. 내년이면 3학년이 되는 2학년 중에서 회장이 한 명 나오고 내년에 2학년이 되는 우리 1학년 중에서 부회장이 나오는 형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출되는 회장과 부회장은 임기가 6개월로써 내년 1학기까지만 하고 내년 1학기가 끝나면 3학년들은 참가하지 않고 1, 2학년 중에서 회장과 부회장이 선출되기로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임기 6개월짜리 회장, 부회장을 뽑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는 반장이 아닌 부회장이 되보려고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2학년들 중에서 회장 선거에 출마한 형, 누나들은 모두 세 명이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 1학년은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부회장을 선출할 때에는 저를 대상으로 찬성, 반대 투표를 해야 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저에게는 경쟁자가 없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소견 발표를 할 때 부담이 되거나 긴장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무조건 부회장이 될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경쟁자가 없으니까 왠지 의욕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학교 내에서 동아리, LTI , 영상 편집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부회장 선거는 부끄럽지만 어느샌가 신경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회장, 부회장을 선출하는 투표 당일날이 되어서야 '아, 내가 너무 준비를 안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컴퓨터실에 가서 ppt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PPT를 엄청 많이 만들어서 말을 길게 늘어놓으면 지루해 할 것 같아서 그냥 슬라이드를 한 개만 만들어서 공약 발표와 간단한 소견만 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실전! 제가 슬라이드 한 개만 만들어 넣은 PPT는 꽤 인기가 많았습니다. 잘 만들지는 않았지만 아이디어가 좋았나봅니다. (못믿으시겠다면 직접 확인하시길.....)


여튼 저는 제가 만든 PPT를 띄워놓고 소견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제가 내세울 공약들을 발표했습니다. 공약은 총 세 개로 부회장으로써 실현시킬 수 있는 공약들을 말했습니다.

'첫 째, 공동체 형성을 위해 소통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둘 째, 교내 급식소 밥을 먹지 않는 일을 없도록 하겠습니다.
 셋 째, LTI 활동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공약도 발표하고 말만 하니까 조금 허전한 것 같아서 간단한 퍼포먼스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지난번에 1차 연설을 할 때 다짜고짜 포크를 꺼내들며 "저를 찍어주십이오" 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께도 그 때 아무도 웃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포크 퍼포먼스였는데 반응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 때의 냉랭한 반응을 만회하기 위해 더 화려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짜서 휴대폰 퍼포먼스를 준비해 갔습니다.

이번 연설에서는 휴대폰 5개를 꺼내들었습니다. 애플, 노키아, 안드로이드, 폴더폰, 터치폰 등 아주 패키지로 준비했습니다.

여튼 그 휴대폰들을 보여주며 학생, 선생님들께 물었습니다. "이 폰들의 공통점들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러자 돌아오는 답은 "전화가 되요.", "니꺼에요." 등 당연한 답들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들고있는 휴대폰 중에서 몇 개를 땅에 던지며 배터리를 분리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휴대폰들은 모두 배터리가 없으면 작동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휴대폰들이 우리 태봉고등학교라면 제가 우리학교의 배터리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준비한 성과가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휴대폰 퍼포먼스는 아마 다른 곳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을거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보여준 공약과 연설, 퍼포먼스는 매우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는 부회장으로 당당히 선출되었고, 내년 1학기 때부터 1학기 말까지 6개월의 부회장의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너무 간단하게 부회장이 되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부회장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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