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들고 가서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소설가 유현숙의 '체 게바라'라는 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은 많이 읽어봤지만 이번에 본 책은 좀 달랐습니다.
소설가 분이 쓴 책 답게 체 게바라의 인생을 그저 기록이 아닌 하나의 소설처럼 담아놨습니다. '유현숙 기록소설'이라는 말이 책 표지에 적혀있었는데, 정말 기록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소설처럼 체 게바라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덕분에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살아온 일대기를 평범한 기록이 아니라, 체 게바라가 그 당시에 했던 말, 행동, 생각들을 전부 이야기처럼 표현함으로써 재미를 더했습니다.
체 게바라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게 참 새로웠습니다. 물론 책의 내용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기록 소설답게 제가 알고있는 체 게바라가 겪었던 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성격이 아주 자세히 묘사되는데, 그게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비록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작가 분의 상상이 더해진 설정이겠지만 체 게바라를 더 가까이에서 보는 듯 했습니다.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의 헌책방에서 샀던 책인데, 캄보디아에 있을 때에도 책을 반쯤 읽다가 갑자기 바빠져서 다 읽지 못하고 돌아왔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남은 절반을 다 읽어버렸죠.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앞의 내용도 조금 다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처럼 이야기 형식이라는 점 이외에도 독특한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체 게바라가 쿠바 혁명 이후의 이야기가 아주 자세하게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었던 체 게바라에 관련된 책들은 대부분 쿠바 혁명 이후의 체 게바라 모습이 잘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쿠바 혁명이 끝나고 쿠바에서 고위 간부로 경제 혁명을 일으키다가 볼리비아로 다른 혁명을 찾아 떠났다가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만 간단히 표현하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기록소설 체 게바라에서는 쿠바혁명이 끝나고 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떠나게 되는 이유, 그 당시 체 게바라의 심경, 볼리비아에서 새로운 혁명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아주 상세히 보여줍니다.
보통 체 게바라를 쿠바의 혁명 영웅으로 많이 표현하지만 비록 실패했더라도 다른 국가들에서도 체 게바라는 뜨거운 혁명을 위해 청춘을 바쳤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체 게바라가 쿠바가 아닌 다른 곳에서 혁명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 체 게바라가 그 때 배운 것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며 느꼈던 감정, 혁명을 하며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모습, 천식이 심해지면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모습 등 체 게바라라는 사람을 정말 하나하나 자세히 표현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한 인물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체 게바라라는 혁명가를 그저 영웅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정말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잘 보여줍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체 게바라, 책에 나오는 말처럼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었고, '혁명이 있는 한 그곳에 있는다.' 라는 철저한 원칙을 삶의 과제로 삼은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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