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꿈' 스토리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어머니께서 한 UCC 공모전에 나가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제가 작년에 진주에 근현대사 관련 캠프를 갔을 때 공부했던 형평 운동에 관한 공모전이었습니다. 


영상을 공부하고 있는 저로써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공모전에 제출할 영상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던 중 저희 학교의 교장 선생님께서도 한 UCC 공모전에 나가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교장 선생님께서 권유하신 공모전 역시 어머니가 추천한 공모전과 같은 진주 형평운동 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는 '형평' 실천에 관한 공모전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까지 권하시는 공모전이라 점점 부담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공모전에 대한 의지도 많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형평 운동이란 1923년부터 일어난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또 그것을 기념하여 만든 것이 형평 운동 기념 사업회이고요.

저는 공모전에 낼 영상의 아이디어로 우선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이 볼 수 있는 사회적 약자와 차별의 모습이 바로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는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공모전 마감일이 얼마남지 않을 상황이어서 시나리오를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금방 완성해 버리자는 생각에 많이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도 급하게 만든 티가 너무 많이 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수정도 촬영하는 동안 엄청 많이 했었죠. 먼저 학교폭력을 당하는 학생(박광수)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동현을 괴롭히는 일진 학생(강상혁)과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항상 방관만 하는 주인공 최동현이 제가 만든 영상의 주요 인물들입니다.

최동현은 강상혁이 휘두르는 폭력을 항상 지켜보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라는 이기적인 마음에 언제나 고통받는 박광수를 외면합니다.


최동현의 이런 태도는 학교 폭력을 보고도 방관만 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폭력을 목격하고도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도 느낄 수 있죠.

광수는 자신이 당하고 있는 심한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선생님께 자신이 강상혁에게 당한 폭력에 대해 하소연하지만 선생님은 공부나 하라는 식의 말로 광수를 전혀 도와주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말에 상처를 받고 시무룩해져서 반으로 돌아오는 광수는 자신이 그림 연습을 하는 공책을 보고 실실거리고 있는 강상혁의 패거리를 보게 됩니다.

자신의 유일한 취미이자 소소한 꿈이었던 그림 공책을 보고 무시하는 상혁에게 화가난 광수는 처음으로 상혁에게 반항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광수의 반항적인 태도에 상혁은 극심한 권위주의적 분노를 느낀 상혁을 자신의 패거리를 이끌고, 광수를 끌고나갑니다.


광수는 그 날 이후, 학원을 그만두고 상혁은 점점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항상 방관자였던 최동현 역시 상혁의 표적이 되고야 맙니다. 

하지만 상혁의 횡포에 이미 치를 떨고있던 같은 반의 학생들은 상혁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모두 하나같이 상혁을 둘러싸고, 폭력으로써 상혁을 저지시킵니다.


이로써 친구들을 이용해 상혁을 물리친 최동현은 일진처럼 패거리를 몰고다니며 자신이 상혁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최동현의 꿈이었습니다. 광수가 강상혁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고 나서 무의적으로 강상혁을 때려서 학원에서 쫒아내고 싶다는 동현의 생각이 꿈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꿈에서는 강상혁을 폭력으로 학원에서 몰아내지만 결국 다시 동현 스스로가 강상혁처럼 일진이 되어버립니다. 결국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깨달은 최동현은 어떠한 문제든지 극단적으로 해결해서는 안되며 항상 작은 것부터 실천하여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강상혁이 나간 사이 그의 책상에서 광수의 그림 공책을 찾아 원래 주인인 광수에게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동현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동현이 광수에게 공책을 가져다주는 장면이 보이면서 엔딩 스크롤이 올라갑니다. 

영상을 완성하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바로 영상의 제목이었습니다. 어떠한 영상이든 그 제목이 영상의 내용을 반영할 수 있는 정도의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의 여러 친구들은 물론 여러 선생님들께서 영상의 제목을 어떻게 달아야 할지를 여쭤보았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의 고민 끝에 '약자의 꿈'이라는 제목이 나왔습니다.


극중에서 주인공 최동현이 꿈으로 인해 깨달음을 얻고, 광수가 공책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광수의 소소한 꿈을 담은 것이기에 여러가지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저희 방송부가 영상 공모전에 제출할 영상을 제작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제약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다니는 태봉고등학교는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기 때문에 학생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항상 교복을 잠깐 다른 학교에서 빌려와 촬영을 하곤했는데, 이번에는 공모전 마감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핑계로 교복을 빌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 끝에 영상의 배경을 학교가 아닌 학원이라고 설정했습니다. 학원이라는 배경은 '사교육'의 이중적인 면을 작게나마 담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학교라는 설정에 비해 여러가지 제약을 없애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의 오산이었습니다. 학원이라는 제약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가 이번에 만든 '약자의 꿈'영상을 보시고 지적했던 부분이 바로 학원이라는 설정에서 나오는 극중의 '비현실성'입니다.

극중에서는 광수를 호되게 혼을 내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나오는데, 실제로 학원의 선생님들은 학생을 그렇게 다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사교육 학원의 입장에서 학원 폭력을 일으켜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강상혁'이라는 인물을 학원에서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는 것도 제가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이것말고도 제가 이번에 만든 '약자의 꿈'이라는 작품은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있지만 다 얘기하면 제가 너무 비참해지니까 결론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만든 영상 '약자의 꿈'은 스토리가 너무 약했습니다. 너무 뻔한 주제에 뻔한 내용 전개였다는 것이죠.

변명을 하자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스토리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또한 영상 내용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너무 뻔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저는 나름 열심히 만들었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그저 지루한 학원 드라마일 뿐인 것입니다.

나름대로 항상 혁명을 꿈꾸고 있는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하는 의미에서 최동현이 계속 '체 게바라'책을 들고있는 장면과 꿈에서 깬 동현이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 비폭력을 주장한 '간디'에 관한 책을 가지고 있는 장면으로 함축적인 메세지를 보여주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영상의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였고, 별로 그렇게 내용과 상관이 없었으며, 그것을 다 표현하기에는 영상의 길이가 너무나 짧았습니다.

공모전의 영상 제출 양식이 5분 이내라서 어차피 영상을 더 길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제가 만든 약자의 꿈은 공모전에서 떨어졌습니다.

영상이 5분을 조금 넘겨서 형평 운동 기념 사업회에 전화를 걸어 5분을 조금만 넘겨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으며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많이 기울인 작품이지만 떨어저셔 아쉽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아직 공모전은 많이 있고, 영상을 공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번에 떨어진 것에 아쉬워할 여유가 없습니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하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아버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충고대로 다음부터는 스토리에 더 신경을 많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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