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수학 수행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프로젝트 중에서 선택하여 제출하는 수행평가였는데 저희 조는 영화보기를 선택했습니다.

수학에 관련된 영화를 보고나서 감상문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추천해 준 영화중에서 영화를 골랐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영화는 일본의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용의자 X의 헌신' 이라는 영화였습니다. 예전부터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계속 보고싶어 하던 영화였는데 마침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나 책을 보시지 않은 분이라면 끝까지 읽는 것을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충격적인 반전이 매력이 영화니까요.

영화의 줄거리는 야스코가 자신의 딸과 함께 자신의 전 남편인 토가시 신지를 죽이게 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전 남편이 끊임없이 가정적인 압박을 가하자 충동적인 살인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옆집에 살고있는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테츠야라는 남자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사실 이시가미는 예전부터 야스코를 몰래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시가미는 자신이 사랑하는 야스코의 살인을 외면할 수 없었고 결국에는 그녀를 도와주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시가미의 도움으로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야스코는 전 남편 토가시 신지의 용의자에서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야스코를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두 명의 경찰들은 한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를 하고있는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에게 토가시 신지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에 유카와 교수는 자신의 추리대로라면 죽은 토가시 신지의 전 아내인 야스코가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지만 분명히 그녀를 도와준 또 한 명의 인물이 더 있을거라 생각하고 야스코의 집으로 가게됩니다.

그러다가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와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가 만나게 됩니다. 사실 그 둘은 대학동기였고 대학 시절에 가장 친한 친구사이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와 함께 술도 마시면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다시 친분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유카와는 친구라는 명분으로 계속 이시가미의 행동들을 살펴봅니다.

그러면서 유카와는 점점 야스코가 범인이며 이시가미가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점점 확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살인사건이 발생한 시간에 범인인 야스코는 자신의 딸과 영화를 보러갔다는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가고 경찰은 야스코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없자 이번에는 이시가미를 점점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시가미 또한 자신이 계획한 완벽한 알리바이를 통해 경찰의 의심을 아주 쉽게 피해갑니다. 하지만 이시가미의 친구 유카와는 자신의 추리를 이용해 이시가미의 알리바이를 점점 풀어갑니다.

그러다가 유카와는 어느날 이시가미가 외모에 신경쓰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카와가 알던 이시가미는 절대로 외모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직 수학 연구에만 인생을 바치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시가미가 외모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분명히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유카와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유카와는 이시가미는 자신이 사랑하는 야스코를 분명히 도와줬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경찰의 의심이 심해지고 야스코의 가정에도 피해가 생기는 것을 느낀 이시가미는 결국 경찰에 가서 자신이 토가시 신지를 죽인 범인이라고 자수를 합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이시가미는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이시가미가 죽인 사람은 토가시 신지가 아니었습니다.

이시가미가 죽인 것은 갑자기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길거리의 노숙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시가미는 그 노숙자를 직접 죽이고 토가시 신지의 흔적을 남겨 토가시 신지가 죽은 것처럼 연출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 토가시 신지를 죽인 야스코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당일날 딸과 함께 영화를 보러간다는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야스코는 사건이 발생한 날, 실제로 영화를 보러갔었고, 이시가미는 실제로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경찰 앞에서 긴장을 하지 않고 진실만을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시가미는 야스코의 토가시 신지 살인을 감추고 자신이 직접 다른 사람을 죽여서 토가시 신지인척 하면서 경찰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끈 것입니다.


이시가미의 이런 완벽한 알리바이는 이시가미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시험에 출제하는 문제들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시가미의 수학문제는 대부분 간단한 함정만 알아내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기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함수문제인 것처럼 이시가미의 완벽한 알리바이도 결국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아낸 유카와는 감옥에 수감되기 직전의 이시가미를 찾아갑니다. 자신이 믿었던 친구인 이시가미가 한 여자를 위해 끔찍한 희생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유카와는 화가 납니다.

하지만 이시가미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혹시나 자신이 사랑하는 야스코에게 피해가 갈까봐. 자신이 야스코 대신에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가는 것입니다.

유카와는 길을 걸으며 이시가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뭐가 더 어려울까?'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풀었다는 말 자체가 모순적이기는 하지만 유카와는 이시가미의 풀 수 없는 알리바이를 풀어버립니다.

하지만 이시가미는 유카와에게 감옥에 가기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그 문제를 풀어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아' 끝까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 싶었던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말이었습니다.


그 때 감옥에 가려고하는 이시가미 앞에 야스코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야스코는 눈물을 흘리며 이시가미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또한 죄송하다며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이시가미와 야스코는 결국 함께 감옥에 가게 됩니다.

좋게 생각하면 이시가미와 야스코가 사이좋게 같이 감옥에 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야스코를 지키기위한 이시가미의 헌신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슬픈 엔딩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한 한 수학자의 소름끼치도록 치밀하고 완벽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알리바이와 그것을 풀려고 하는 물리학자의 대결, 그게 이 영화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시가미의 살인 방법입니다. 야스코는 전 남편인 토가시 신지를 죽일 때 밧줄로 목을 졸라 죽입니다.

그런데 이시가미 또한 토가시 신지의 가짜 시신을 만들기 위해 노숙자를 죽일 때 야스코와 같은 방법으로 밧줄로 목을 졸라 노숙자를 살해합니다.

이시가미가 굳이 야스코와 같은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있었을까요? 토가시 신지의 가짜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밧줄로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야스코가 진술하는데에 있어서 더 긴장하게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나름대로 이시가미의 여러가지 의도가 있었겠지만 결국은 관객이나 독자가 범행수법이 달라진 것을 알면 결말을 미리 예상할까봐 범행수법을 바꾸지 않도록 설정한 것 같습니다.

뭐 어쨌든 그런 점 빼고는 최고의 추리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범인인데도 살인사건의 추리가 불가능한 것이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어쨌든 이시가미가 사용했던 방법처럼 우리들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문제를 풀거나 어떤 일을 할 때 잘 풀리지 않는다면 관점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용의자 X의 헌신
감독 니시타니 히로시 (2008 / 일본)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츠츠미 신이치,시바사키 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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