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고 3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

제가 태봉고를 3년간 다니며 했던 활동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고르라면 망설이지 않고
졸업 사진첩’ 제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1기 선배들이 졸업 사진첩에 들어가는 사진들을 직접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졸업할 때에도 학생들이 직접 졸업 사진첩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졸업했던 태봉고등학교 2기 졸업생들의 졸업 사진첩은 저를 비롯한 9명의 학생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두 해냈습니다. 
 

. 기획

처음 기획단계에 들어가면 정말 막막했습니다.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본격적인 기획에 앞서 함께 일할 친구들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촬영 : 태윤, 문석, 소열
분장 : 신애
사진 보정 : 황은, 지아
편집 & 디자인 : 허윤, 재호, 재만

이렇게 함께 작업할 친구들을 섭외하고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한 사람의 머리보다는 여러 사람의 머리를 쓰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무언가 결정할 때 모두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태봉고등학교는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기에 혼자서 하는 것보다 다 같이 힘을 모으는 것이 몇 배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우선 사진첩의 컨셉을 정했습니다. 작년 제 1회 태봉고 졸업 사진첩과 간디고 졸업 사진첩을 참고하여 우리만의 컨셉을 만들어 나갔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는 '추억'으로 설정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졸업사진첩을 펼쳤을 때 추억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는 졸업 사진첩을 기본적인 컨셉으로 정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했는데, 평범한 졸업 사진첩이라면, 펼쳤을 때 웃기는커녕 펼쳐 볼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기에 최대한 '태봉스럽게' 만들어보기로 파이팅을 다졌습니다.

처음 생각한 것은 기본적으로 작년 졸업 사진첩(2012학년도 제 1회 졸업사진첩)의 틀을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1회 졸업 사진첩에는 1기 학생들이 입학한 2010년부터 졸업하는 2012년까지의 행사 사진이 정리되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별 단체사진, 학생들 프로필 사진, 선생님들의 사진으로 마무리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식의 졸업 사진첩입니다. 하지만 이번 졸업사진 제작팀은 작년 사진첩이 너무 평범하다고 느꼈고, 색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낸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바로 학생 개인 화보입니다.
 


 태봉고에서는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참 좋습니다. 태봉고에서 학생들 각각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것은 정말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일깨워 주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여 각자만의 독창적인 사진이 담길 수 있도록 2기 전교생 45명 학생들의 개인화보집 개성공단을 기획했습니다. (개성공단은 우리들의 개성이 모인 사진첩이라는 뜻이지,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은 아닙니다.

이런 기획안들을 가지고 전교생과 선생님들 앞에서 PT발표를 했습니다. 반응은 다행히 긍정적이었고, 우리 졸업 사진첩에 담길 우리 2기 졸업생들의 참여의지가 강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습니다.
 

2. 촬영

본격적으로 촬영일정을 계획하고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촬영 순서를 신경쓰지 않고, 되는대로 다 촬영했습니다.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여 수업까지 빼먹으면서 촬영했습니다. 지금은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사진첩 제작에 매달렸던 것이 약간 후회되기도 하지만 졸업사진첩이 무사히, 예쁘게, 잘 완성되었기에 선생님들께서도 이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촬영은 저와 문석이, 소열이가 책임지고 진행했습니다. 45명의 학생들과 7팀의 동아리, 학교전경 사진 등 수많은 사진들을 모두 저희 손으로 촬영했습니다. 물론 류주욱 선생님께서 3년간 찍어놓으신 행사 사진들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는 전부 DSLR카메라로 니콘 D5200, 캐논 550D, 캐논 5D Mark2를 사용했습니다. 3년간 태봉고를 다니며 했던 영상 촬영 공부가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군요.

그 동안 공부했던 지식을 사용하여 다양한 촬영 기법과 광각렌즈, 망원 렌즈, 플래시, 조명 등의 수많은 장비들을 잘 활용하여 나름대로 전문적으로 촬영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졸업 사진첩에 사용되는 사진은 화보 느낌이기 때문에 방송실 스튜디오에 있는 흰 종이 앞에서 촬영한 경우가 많습니다. 화보 촬영을 할 때의 기본은 조명과 플래시를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방송실에 설치되어있는 두 개의 조명을 인물에 비춰주고 촬영을 할 때 카메라에 따로 플래시를 설치하여 위로 바운드시켜 촬영했습니다.

조명과 플래시를 잘 사용하지 않으면 찍힌 인물의 얼굴 그림자가 어둡거나 아예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괴이한 사진이 될 수도 있기에 최대한 신중하게 촬영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저희들이 아마추어이기에 실수가 많았습니다. 완성해 놓고 보니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 몇 장 있었고, 배경과 너무 가까지 찍어서 인물 뒤에 그림자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촬영을 위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어떤 책에서 인물촬영은 모델과의 소통이러고 했습니다.
 모델과 최대한 친해지고 대화를 많이 해야 자연스러운 인물 사진이 나온다고 합니다.

저희는 이미 3년간 함께 했던 가족같은 친구들을 촬영하는 것이기에 촬영자와 모델과의 어색함이나 부담감이 없어서 편하게 촬영했습니다. 물론 소통도 자연스러워서 촬영은 아주 부드럽게 진행되었습니다.


. 분장 및 보정

저희 팀에는 분장과 보정 팀이 있습니다. 2기 학생 중에서 이신애라는 학생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부를 하면서 이미 상도 많이 받고 그 실력을 인정받았기에 화장 및 분장팀장으로 믿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보정 팀도 포토샵 자격증이 있었기에 걱정이 없었습니다다. 누군가의 수상 실적, 자격증 여부만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실력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그런 것 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졸업 사진첩은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최고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고의 졸업 사진첩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팀이 많아지면 시간관리가 중요해집니다. 특히 분장 팀과 촬영 팀이 일정 조율을 잘 해야 했습니다. 분장을 하느라 촬영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가 무척 많았는데, 하루에 15명 정도를 촬영해야 했기에 최대한 일정이 미뤄지는 것을 피해야 했습니다.

분장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촬영에 들어갔고, 촬영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바로 분장에 돌입합니다. 촬영이 끝나면 바로 보정 팀에게 원본 사진을 넘겨 보정에 들어가고, 분장, 촬영, 보정 팀이 모두 일을 쉬는 때가 생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 편집 및 디자인

촬영이 모두 끝나면 편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계획대로라면 편집은 여유롭게 해도 되지만 우리는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이런 저런 바쁜이 일이 많아져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보정 팀에서 보정된 사진이 넘어오면 편집 팀에서 바로 편집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개인화보를 개인 당 두 페이지씩 제작했습니다. 개인화보에는 2기 졸업생 45명 전체의 인터뷰가 들어갔기 때문에 한 명씩 인터뷰를 따서 사용했습니다.

 
인터뷰는 그 사람에 맞는 재미있고 센스있는 질문을 따로 만들어서 했고, 잡지와 화보 형식을 원했기 때문에 ‘Oh Boy’라는 잡지를 모티브로 잡고 디자인했습니다.


목차를 정하면서 우선 학교걸음이라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학교의 교장실, 급식소 체육관 등의 교내 모든 장소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추억과 기억을 담아 쓴 칼럼 형식의 짦막한 글과 함께 실었습니다.

 
두 번째는 ‘3년 묵시록입니다. 묵시록이란 여러 가지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비인간적 세계의 사건들을 묘사한 것을 말하는데, 태봉고에서의 환상적인 3년이라는 의미로 은지난 3년을 추억하며 수많은 행사 사진들을 모아 둔 코너입니다.

세 번째는 악연들’ 코너입니다. 보통 악연이라고 하면 나쁜 인연이라는 뜻을 떠올리지만 우리가 사용한 악연두터울 악()’에다가 인연 연()’자를 써서 두터운 인연들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악연들코너에는 3년간 활동했던 동아리나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찍은 그룹사진이 들어갑니다. 밴드부, 방송부, 농구부 등 7팀이 들어갔고, 2년간 담임을 하시다가 떠나신 이기숙 선생님 사진도 따로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에는 개인화보집 개성공단이 들어가고, 마지막에 선생님들의 사진이 담긴 은사님코너가 사진첩을 마무리합니다. 우리 태봉고의 선생님들은 단지 선생님이라는 단어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가끔은 부모님 그 이상으로 감사한 분들이 바로 태봉고 선생님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졸업사진첩에 부모님보다 더 고마운 분들이라고 적어버리면 진짜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이 섭섭해 할 것이 분명하기에 은혜로운 스승님이라는 뜻을 가진 은사님을 사용했습니다.

편집을 모두 끝마치고 마지막에 그 동안 나를 비롯해서 졸업사진첩 제작을 위해 수고한 스태프들이 후기를 한 마디씩 적었습니다.무척이나 뿌듯했습니다.


졸업 사진첩을 학생들끼리 직접 제작한 것은 지금까지 태봉에서 했던 그 어떤 활동보다 더 뿌듯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이라서 그런가? 더 이상 이렇게 태봉 친구들과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서럽게만 느껴졌습니다.

편집을 모두 마치고 졸업사진첩 표지를 어떻게 할 지 회의를 하던 중, 졸업 사진첩의 제목으로 두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태봉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와 태봉인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태봉in'과 '갔다가 돌아간다'는 의미의 '고백(Go Back)'이었습니다.

충분한 회의를 거쳐 결국 고백(Go Back)이라는 제목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졸업 사진첩의 표지모델로는 태봉고등학교의 현 교장선생님이신 '여태전 선생님'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제 여태전 교장선생님께서도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교장자리에서 물러나십니다. 태봉고가 처음 설립된 해부터 지금까지 교장이라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셨기에 더욱 아쉬운 마음을 가지실 것입니다.

태봉고를 위해 지금까지 힘써주신 교장선생님의 노력과 저희 2기 학생들과 함께 떠나시는 여태전 선생님의 작별의 의미를 담아 여태전 선생님을 표지 모델로 선정한 것입니다.

나름대로 TIME지의 표지 모델들을 따라하여 멋진 포즈를 취한 사진을 표지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사진첩의 뒷면 표지에는 저희 태봉 2기 학생들의 단체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태봉고등학교 제 2회 졸업 사진첩 
고백(Go Back)이 완성되었습니다. 

 

서울에서의 직업체험 셋째 날에는  '근로자의 날'이었기 때문에 EBS 방송국이 쉬어서 EBS에 인턴쉽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다른 일정을 정하던 중에 첫째 날에 같이 EBS에 갔던 한 친구의 도움으로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의 한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희와 연락이 닿은 교수님은 KBS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다가 중앙대의 교수를 하고계신 분이었습니다. 그 교수님은 PD로 일하실 때 한국 최고 시청률 드라마까지 연출을 맡으셨던 영상 베테랑이였습니다.

최상식 교수님과 연락을 하다가 수요일(5월 1일)에 중앙대에 가서 교수님을 만나 교수님의 강의를 청강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중앙대학교로 갔습니다. 중앙대학교는 연극과 영화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대학교입니다. 그런 대학교의 영화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앙대학교는 다른 대학들에 비해 캠퍼스의 규모가 작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중앙대 안에서 약 40분이 넘도로 해메다가 교수님을 뵙고, 겨우 강의실로 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들이 듣는 강의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할거라고 걱정도 했었지만 생각보다 영화학 강의는 재미있게 느껴졌고, 감성적으로 배울 수 있는 내용도 많이 있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최상식 교수님과 따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희는 교수님께 영상에 관련된 진로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지금 이 세상이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의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배워놓고, 인문학적 소양이나 교양, 다른 여러 지식들을 공부해나가는 것이 급변하고 있는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경력이 무척 많으신 분이 하신 말씀이라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여 교수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면서 들었습니다.

그것말고도 영상 제작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론적인 부분을 많이 여쭈어보았습니다. 특히 시나리오 제작에 대해 많이 궁금했었는데,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어떤 방법으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시나리오 공부법은 바로 '시나리오 받아쓰기'였습니다. 바둑의 '기보'를 따라해보며 바둑을 배우는 것처럼 제가 좋아하는 어떤 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받아써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 영화의 스토리 구조와 이야기 전개를 파악할 수 있고, 카메라의 앵글 변화와 움직임까지 따라 쓰다 보면 연출자의 의도까지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굉장히 힘들고, 효율도 떨어지는 작업일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시나리오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철저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시나리오 공부법도 정작 제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제가 입시를 비롯한 고등학교의 여러가지 중요한 일이 마무리되면 마음을 잡고 해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중앙대에서 교수님께 좋은 말씀을 많이 듣고, 다음날(5월 2일 목요일)에는 다시 EBS에 갔습니다. 그 날이 EBS에 직업체험을 가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인 만큼 김현우 PD님과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저번에 PD님이 내주신 숙제가 있었는데, 먼저 그 숙제를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PD님께서 내주신 숙제는 '지식채널e'의 기획안 두가지를 본 다음, 그것을 참고하여 '지식채널e'같은 다큐 형식의 기획안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숙제를 하기 위해 꽤 오랜시간 고민을 하다가 거듭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강점을 살려 미국의 전설전인 농구 영웅으로 군림한 마이클 조던의 인생에 대한 다큐를 기획했습니다.

'지식채널e'의 특징상 5분이내의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에게 인상을 줄 수 있는 지식을 집중적으로 심어줄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기획안에 들어갈 마이클 조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임팩트있는 부분을 조사하여 찾아야 했습니다.

저는 마이클 조던이 농구 황제로 유명해지고나서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셨던 야구선수로 전향하게 되고, 야구계에서는 성적이 부진하여 정신적인 슬럼프를 겪어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결국 마이클 조던은 야구를 포기하고, 정신적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농구연습을 시작하여 농구 팀에 복귀하자마자 다시 황제의 칭호를 탈환합니다.


이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만들고, 영상에 나타날 자막을 구상하여 적어나갔습니다. PD님은 제가 만든 기획안을 보시고는 소재의 선택과 내용에 걸맞는 그림의 배치를 잘 찾았다고 칭찬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제가 기획안에서 사용한 자막의 어투에 대해 지적을 하셨습니다. 제가 기획한 자막에서는 시청자들에게 결과에 대한 답을 미리 제시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자막을 통해 시청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되는데, 제가 자막에서 미리 답을 제시해버림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만든 기획안에서 제가 강조하려고 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이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다큐를 비롯한 여러가지 영상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영상이 추구하는 방향의 메세지에 대한 근거, 입증할만한 사실 즉, 'fact'가 분명해야 하는데, 제가 만든 기획안에서는 그런 'fact'가 분명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fact'가 있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주려는 메세지가 더욱 부각되고, 더욱 믿을만한 지식에 근거하여 보는이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생깁니다.

영상에서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말을 할 때에게 항상 자신이 말하려는 바를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와 사실에 의거하여 말하는 그런 뉘앙스가 많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fact'의 중요성을 알려주시는 PD님의 말씀은 앞으로 제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로 적용될만한 가치가 있는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최상식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영화의 시나리오와 김현우 PD님이 말씀하셨던 'fact', 이 두가지는 서로 많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영상을 보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려한다는 점에게 목적이 매우 유사합니다.

목적이 같다면 그 과정도 분명 비슷한 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영상에 대한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를 받아적거나 fact를 찾기위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공부해 나간다면 저도 언젠가 저의 가치관을 담은 영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태봉고등학교에서는 이동학습을 시행합니다. 1학년들은 제주도로, 2학년들은 네팔로 해외이동학습을 떠나게 되죠.


그렇다면 제가 속한 3학년들은 무얼 할까요? 학교에서 일주일 동안 공부만 할까요?
아니죠. 3학년들 또한 저희 학교의 취지에 맞게 학교에서가 아니라 이동학습을 떠납니다.

하지만 1, 2학년들처럼 전교생이 다함께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각 학생마다 자신이 장래에 하고싶은 직업에 관련된 직종으로 직업체험을 떠납니다.

이미 4월달에 각자 정해놓은 인턴쉽 장소로 4월 26일(금)부터 3학년 학생들은 뿔뿔히 흩어집니다. 저는 방송에 관련된 직종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EBS 방송국에 직업체험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2년 동안이나 함께 영상을 배워 온 친구와 함께 주말에 집에서 쉬다가 4월 29일(일요일)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서울에 오면 먼저 잠을 잘 곳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마침 작년에 태봉고를 졸업한 친한 선배의 집에서 숙박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저와 함께 서울을 올라온 친구 또한 아는 선배의 집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기나긴 직업체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업체험 첫 날(30일)부터 저희들은 EBS 방송국에 가기로 했습니다. EBS에는 당연히 사전에 인턴십을 나간다고 요청을 해놓은 상태였고, 작년에 저희 태봉고에 '학교의 고백'이라는 다큐를 촬영하러 오신 김현우 PD님께서 멘토를 맡아주기로 하셨습니다.


첫날에는 저와 함께 올라온 두명과 학생과 첫날에만 EBS를 잠깐 들르기로 한 또다른 두 명의 친구, 이렇게 총 4명의 태봉고 학생들이 EBS에서 직업체험을 했습니다.

첫날의 일정은 EBS 방송국을 견학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바쁘셔서 세세한 작업 과정을 보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방송국 출입증을 받은 뒤, PD님의 출입 권한으로 방송국의 이곳저곳을 많이 보여주셨습니다. 실제로 녹화를 하는 스튜디오나 녹음실, 사무실 등 방송국의 여러가지 모습을 다양하게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방송국은 이런 일을 하는 곳이구나.', '방송국에서 일하시는 사람들은 역시 항상 바쁘시구나.'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면서 제가 방송 업계에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여러곳을 견학하다가 실제로 녹화가 진행되고 있는 스튜디오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곳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많이 접하는 EBS 강의를 녹화하고 있었습니다.


중학교를 다닐 때 공부하면서 참 많이 보고, 또 고3인 지금까지도 영어공부를 하면서 계속 보고있는 EBS 강의가 녹화되는 과정을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EBS 강의처럼 수업 형태의 촬영은 꽤 간단할 것만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그것도 절대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EBS 강사가 수업 내용을 수시로 머릿속에 구상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수업을 하고, 조정실 안에서는 카메라의 앵글과 오디오 등 여러가지를 컨트롤하면서 녹화를 합니다.


방송국의 촬영 수준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촬영들에 비해 쉬운 방식의 촬영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점차 익숙해져가면서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배우려는 의지를 단단히 했습니다.


영상을 편집하는 편집실도 한 번 가봤는데, 영상을 편집하는 장비와 기술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우선 EBS 방송국의 전체 컴퓨터와 연동되는 서버에서 영상 자료를 받아서 편집하여 보내는 형식에 감탄을 하였고, 무엇보다도 3D 그래픽 제작실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영화관에서 3D 안경을 쓰고 보는 그 3D 영상을 제작하는 곳을 볼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장비 하나의 가격이 억대 단위가 넘어간다니... 이거 왠만해선 작업실에 들어오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방송국 견학을 마치고 김현우 PD님과의 대화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저희들이 방송에 관련되어 진로를 정하려면 뭐가 제일 중요한지 여쭤보았습니다.

PD님은 자신이 방송국 PD가 된 경험과 배경을 토대로 아주 친절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방송에 관련되어 영상을 잘 만들고 싶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영상을 많이 보고, 영상을 많이 만들어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영상에 있어서 타고난 감각을 가진 사람이 있지만 노력을 통해 충분히 그 감각을 따라잡을 수 있으며, 자신의 노력에 따라 자신의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대학과 학과에 대한 질문을 드리자 PD님은 약간 고민하시더니 방송 직종을 가려고 한다면 학과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너무 구체적인 형태의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항상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를 꾸준히 공부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PD님과 그렇게 알찬 대화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EBS의 학교 다큐 3기 팀의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께 저는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법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작가님들 중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시나리오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 회의에서 좋은 내용들을 다뤄야 하는데, 이런 기획 회의에서는 'thinking aloud'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thinking aloud'란 단어 뜻 그대로 큰소리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외쳐 표출하는 것이 좋은 스토리의 밑거름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스토리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기록을 해놓는 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저의 아이디어를 말해주고 충고를 받는 식의 기획 회의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EBS에서 작가님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기획은 절대로 혼자 해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고, 또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고 잘 조율하여 하나의 좋은 스토리,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기획 회의입니다.

나중에는 작가님들이 직접 기획 회의를 하는 곳에 찾아가서 회의에 참가해보기도 했습니다. 작가님들은 생각나는 것들을 바로바로 말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끊임없이 기록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앞으로 저도 영상을 제작하거나 시나리오를 적을 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완성도있는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PD님과 작가님들과의 대화시간 후에 다른 PD님께 방송과 영상에 관련된 짧막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대충 옛날에 배웠던 내용들이라 흥미가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에 큰 무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PD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영상이든 그 영상을 시청자들이 보고나서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창작자가 의도적으로 영상 안에 그려낸 영상의 전체적인 내용과 메세지를 한 번에 나타내는 그 하나의 명장면,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visualizing'입니다.

정말 영상이라는 매체는 스토리 기획부터 촬영, 편집, 메세지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상의 매력이 바로 제가 영상 제작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직업 체험 첫날부터 여러가지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느끼고, 배워갈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업 체험 일주일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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