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들과 '광해 : 왕이 된 남자' 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 이병헌이 나오는 영화라 매우 기대하고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게다가 이병헌이 사극에 등장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더욱 기대가 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병헌은 항상 현대적이고 복수를 하는 역할만 맡아왔기 때문에 사극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한 편으로는 이병헌이 사극에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그 걱정은 완벽하게 빗나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병헌의 연기력은 사극에서도 역시 통하였습니다. 호소력 짙은 이병헌의 강한 남성미를 뽐내는 왕 연기는 그야말로 소름끼치도록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정치라는 주제가 사극 영화에서 조금은 지루한 주제가 될 수도 있는데 지루함은 전혀 없고 오히려 이병헌의 진짜 왕처럼 강인하고 때로는 동네 아저씨처럼 포근한 모습이 반복되며 잠깐이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병헌의 코믹연기 때문에 정말 쉴 틈도 없이 웃었습니다. 원래 이병헌이 가지고 있던 강한 이미지를 완전히 깨고 약간은 바보같으면서도 어리숙한 연기가 웃음코드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뭔가 약간 비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광해군 8년,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정치 세력의 당쟁으로 조선은 왜란 직후 큰 혼란을 맞이합니다.

왕이 되어선 안 되는 남자, 조선의 왕이 되다!
광해군(이병헌 분)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지고 자신의 측근인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아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다가 허균은 기방에서 걸쭉한 만담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인기를 끌고있던 하선(이병헌 분)을 발견하게 되고 왕과 똑같은 외모에 자신이 가진 재주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도 완벽하게 해내는 하선의 왕이 찾던 대역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선은 영문도 모른채 궁에 끌려와 왕의 옷을 입고 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왕의 대역을 하게 되는데 돈을 두둑히 챙겨준다는 말에 못이기는 척 제안을 받아드리고 계속 왕노릇을 하게됩니다.


하선은 왕의 대역을 하기 시작하면서 허균의 지시대로 왕의 말투부터 걸음걸이,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궁은 사방에 눈과 귀가 열려있는 곳' 이라는 말 때문에 위험천만한 생활을 보냅니다.

저잣거리의 천한 만담꾼에서 하루아침에 조선의 왕이 되어버린 하선은 점점 궁의 규정과 왕의 측근들, 권력의 구조까지 알아가게 되고. 

나중에는 권력의 부패와 법의 한계를 느끼면서 하선은 더이상 왕의 대역이 아니라 진짜 왕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신하들은 에전에 난폭했던 광해와는 달리 따뜻함과 배려심깊은 모습으로 바뀐 왕에게 인간미를 느끼고 궁정을 조금씩 술렁이면서 점점 진짜 왕처럼 변해가는 하선의 모습에 허균을 당황하기도 합니다.

대충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실 천한 신분의 사람이 왕이 되어 나라를 변화시킨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예전부터 '왕자와 거지' 라는 동화처럼 많이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본 영화 광해는 정치적인 문제에 중심을 잡고 천한 신분의 하선이라는 인물이 왕과 닮았다는 이유로 왕이 되어 정치적인 문제를 바로잡고 권력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려고 하는 모습이 큰 감동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광해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정말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사극 드라마 영화를 모두 통틀어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 만큼 영화 광해는 저에게 큰 충격과 그 만큼의 재미를 충분히 안겨 준 영화입니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관에 친구와 또 가서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광해는 영화관에서 몇 번을 다시봐도 돈이 아깝지 않을만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그 만큼의 재미와 감동, 그리고 교훈이 있었으니까요. 



누가 왕이 되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진짜 왕이 정치를 했을 때에는 권력 다툼이 일어나고 정치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백성들은 점점 힘들어지지만 하선이 왕의 대역을 하는 15일동안은 오히려 진짜 왕보다 바른 말을 하고 자신이 백성의 입장을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에 백성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면서 정치를 합니다.


가짜 왕이 진짜 왕보다 더 임금다운 모습을 보인다는 게 저는 너무나 씁쓸합니다.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그렇다면 과연 누가 왕이 되어야 더 좋은 나라가 되었을까요?

백성을 진정으로 생각하면서 금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치고 외세에 굴복하지 않았던 조선 왕조 유일한 왕 광해, 그는 영화상에서 천한 백성으로 나옵니다.

영화제작사 측에서는 왕의 모습을 똑같이 닮은 대역, 두 명의 왕이라는 설정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픽션이라고 했습니다.

조선 왕조에서 폭군이었지만 백성을 생각하면서 호패법 같은 법안을 만들고 완벽한 외교 정책을 펼쳤던 광해군의 이중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광해군이 즉위해있던 시대에 광해군은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아주 영리한 왕이라고 칭찬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 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로 봐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던 왕이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영화에서처럼 암살 위협을 많이 받았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광해군은 자신의 측근들이 일으킨 인조반정으로 인해 왕위에서 강제로 내려오기도 했답니다. 영화에서처럼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광해군, 그는 실제로 어떤 왕이었을까요?

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2012 / 한국)
출연 이병헌,류승룡,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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