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영화를 찍느라 정신이 너무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게 무척 쉬울 줄만 알았지만 막상 해보니 해야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배우들 연습도 계속 해야하고 스태프 관리와 장비 및 촬영본 정리, 편집 등 처음은 아니지만 모든 일이 다 너무나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겹쳐버리니까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조금씩 완성되어 갈 때마다 그 만큼 뿌듯함도 더해갔습니다. 그런식으로 힘든 것도 다 이겨내고 계속 영화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 영화니까 최대한 학생처럼 찍고싶었습니다. 그래서 소재를 학교 성적으로 설정했고 주인공을 학생으로 배경으로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학교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다른 학생 영화들과 전혀 다를 게 없을 것 같아서 조금 조금 어렵겠지만 같이 영화를 제작하는 친구와 야외 촬영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들이 야외촬영을 하기로 정한 곳은 세 군데입니다. 경치가 좋은 카페와 중학교 근처의 벤치, 그리고 건물 옥상입니다.

야외촬영을 하려면 우선 그 장소를 미리 섭외해 놓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촬영할 카페에 가서 그 카페 매니저님께 부탁드렸습니다.

"고등학생인데 학교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저희 영화 중에서 카페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어서 촬영할 경치 좋은 카페를 찾다가 이 곳이 마음에 들어서 왔어요. 화요일에 이 카페에서 촬영을 좀 해도 될까요?"

그러자 그 카페의 매니저님은 아주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저희가 제작하고 있는 영화에 대해 무척 흥미를 가져주셨습니다.


그렇게 아주 기분 좋게 섭외를 완료하고 지난주 화요일(6월 12일)에 드디어 카페로 야외촬영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카페에 도착해보니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전기를 꽂을 콘센트가 없었던 것입니다. 콘센트가 카페의 구석에 있어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여 조명과 모니터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멀티탭 (여러 개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게 만든 이동식 콘센트)' 을 미리 구해놓았지만 깜빡하고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멀티탭을 비롯한 촬영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삼각대와 슬레이트까지 챙겨오지 않았습니다.

야외촬영을 기본중의 기본인 촬영 장비 챙기기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니... 그 일로 꽤나 큰 자괴감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촬영을 하겠다는 약속을 미리 다 해놓았고, 이제와서 촬영 일정을 조정할 수도 없었기에 최대한 장비를 쓰지 않고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확실히 촬영장비가 부족하니까 너무나도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마이크는 가져와서 배우들의 목소리는 잘 들어갔지만 조명이 없어서 해가 져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촬영을 마무리 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장 중요한 삼각대가 없어서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찍으려고 해도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테이블에 팔을 고정시켜서 찍거나 컵을 쌓아올려서 삼각대처럼 사용한다거나 한 명이 액자를 잡아서 고정시키고 그 액자위에 카메라를 올려서 찍거나... 정말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그렇게 어떻게든 부족하지만 카페에서의 야외촬영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두 번째 야외촬영 장소를 정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살던 동네인 산호동의 '합포중학교' 를 배경으로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그 학교는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친구의 모교이기도 해서 그 학교의 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옆에는 예쁜 벤치가 있고, 그 옆으로는 아주 멋진 골목길이 뻗어있었습니다.


'이번에 야외촬영을 나올 때에는 반드시 장비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도록 하겠어!' 이렇게 다짐을 했건만 역시 이번에도 삼각대를 깜빡했습니다.

촬영 장비가 하도 많아서 꼭 한 개씩은 빠뜨리고 야외촬영을 나와버리네요... 뭐 빠뜨리는 장비의 단골이 삼각대가 되버린 게 절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음부터는 절대 실수하지 않아야겠죠?

여튼 중학교 옆의 장면을 찍을 때에는 다행이 옆의 학교에서 삼각대를 빌려 올 수 있었고, 다른 장비는 다 가져와서 조명과 모니터도 사용하고 꽤 완벽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옆에 있는 한 아파트 옆에서 간단하게 몇 장면을 더 촬영하고나서 그 날 촬영을 마무리했습다. 


야외촬영을 몇 번 해보고나니까 배운 점이 꽤 많았습니다. 우선 장비는 꼭 챙겨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야외촬영을 할 때 여러가지 노하우도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이제 야외촬영도 한 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아파트의 옥상에서 찍을 예정인데 아직 장소를 섭외하고 있는 중입니다.

학생들끼리 높은 옥상에서 촬영하면 위험하다고 잘 허락해주지 않더군요. 먼저 충분한 연습을 한 다음에 동선도 다 짜서 안전하게 촬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 영화이다 보니까 돈을 지원받는 곳이 없어서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다 저희들이 감당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 조명 장비가 없어서 직접 돈을 들여서 조명을 구입했고 야외촬영을 끝내고나서 간식이나 밥을 먹는 것도 직접 돈을 써야했습니다.

뭐 당연한거지만 돈이 꽤 많이 나가더군요. 하지만 영화가 모두 완성되면 지금까지 사용한 돈에 못지않게 크게 기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촬영하면서 고생한 것도 다 뿌듯하게 느껴질 것이고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또 한번 배워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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