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와서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제가 본 영화는 '내 머리속의 지우개' 라는 영화였습니다. 그 영화는 로맨스 영화로 꽤 흥행했던 영화라고 알고있습니다.

저는 원래 로맨스 영화를 보지 않는 편이지만 감동적인 영화는 많이 좋아해서 이 영화를 택했습니다. 영화는 꽤 길었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재미있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깁니다. 영화라는 제한적인 공간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게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것도 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능력이겠죠.


주인공은 '수진' 이라는 여자로 얼굴도 예쁘고 직장도 번듯한 여자였습니다. 완벽한 그녀에게 단점이 하나 있다면 건망증이 좀 심하다는 것 입니다.

수진은 애인과 헤어진 날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편의점에서 콜라를 하나 구입합니다. 하지만 건망증 때문에 계산을 하고나서 콜라를 그대로 놓아둔채 편의점을 나옵니다.

수진은 그제서야 콜라가 손에 없는 것을 의식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 때 편의점에서 나오는 한 남자를 발견합니다. 그 남자의 손에는 콜라가 쥐어져있었습니다.

여자는 그 남자의 손에 있는 콜라가 당연히 자신의 콜라인줄 알고 그 남자에게서 콜라를 빼앗아 먹고는 그대로 가버립니다.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콜라를 빼앗긴 남자는 당연히 어이가 없습니다. 그 남자는 바로 '최철수' 라는 이름을 가진 남주인공입니다.


수진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하지만 지갑이 없는 것을 인식하고는 다시 편의점으로 가봅니다. 그리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수진이 건망증 때문에 놓고간 콜라와 지갑을 돌려줍니다.

그제서야 수진은 아까 남자에게서 빼앗아 먹은 콜라가 자신의 것이 아닌 그 남자의 콜라라는 것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됩니다.

나중에는 그 철수라는 남자와 수진이 운명처럼 계속 만나게 되어서 결국에는 사귀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까지 하게됩니다.

철수와 수진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냅니다. 하루하루가 그들에게는 행복이었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수진은 자신의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고 병원을 가자 자신이 치매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자신이 시간이 갈수록 기억을 잃는다는 것을 알게된 수진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만 지냅니다.

하지만 수진의 치매는 갈수록 심해져서 나중에는 철수도 수진이 치매를 앓고있는 것을 알게됩니다. 철수는 최대한 수진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수진을 보살피며 힘들어도 항상 씩씩하게 지냅니다.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수진.


그리고 수진이 항상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온 집안에 메모장에 적어서 붙여놓습니다. 그러면서 수진의 치매는 조금씩 나아지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치매가 심해진 수진은 출근하는 자신의 남편 철수에게 예전에 사귀었던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해' 라고 합니다. 그러자 철수는 눈물을 참으며 '나도...' 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그 장면이 얼마나 슬프던지 보는 제가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수진이 철수에게 너무 미안해서 철수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적어놓고 집을 나가 요양원에서 홀로 지냅니다.

그 편지에는 '건망증때문에 만나서 건망증때문에 헤어지네요.'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수진의 치매와 둘의 사랑이 연관성이 있다는걸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수진을 보낼 수 없었던 철수는 수진을 찾아 둘이 처음 만난 편의점에 데려갑니다. 그 편의점에는 수진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수진이 철수에게 '사랑해' 라고 말하며 둘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아마 결말은 관객의 상상에 맡기라는 뜻이 아닌가 싶네요...

제 예상으로는 수진은 치매에 다시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진의 치매는 고쳐지지 않지만 철수는 그런 수진도 사랑하여 늘 자기 곁에 두고 함께 살아갈 것 입니다.

영화에서 철수는 건축가입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 철수가 수진과 함께 살 집을 지으려고 하는 장면이 계속 나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철수와 수진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철수가 수진과 함께 영원히 살려고 철수가 지어놓은 집으로 가는게 아닐까요?

영화를 다 보고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 아내가 치매에 걸려서 기억이 계속 지워지다가 결국에는 남편인 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다 필요없고 그냥 슬플 것 같습니다. 다른 감정따위는 다 필요없이 그저 슬프기만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한참을 생각해 본 결과, 저도 영화속의 철수처럼 제 아내가 치매에게 걸려서 사회생활을 하지못하게 되면 저 또한 저의 아내를 평생 데리고 살 것 같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진정으로 내 아내를 사랑한다면 저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가 착한 척을 한다고 생각하실 것 입니다.

물론 제가 착한 척을 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지금의 감정으로는 제 아내가 그런 병에 걸렸을 때 저는 곁에서 영원히 지켜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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