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LTI PT 발표, 나의 가치관을 말하다

지난 7월 8일 월요일에 우리 태봉고등학교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를 했습니다. 태봉고 역사상 처음으로 '미리보는 LTI PT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원래 저희 태봉고등학교에서는 학기 말이 되면 학년별 또는 반별로 각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활동한 LTI 인턴쉽 활동을 정리하여 발표한는 시간을 가집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새로 들어온 1학년 학생들을 위해 선배들이 모범이 되어 LTI PT 발표를 미리 보여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총 3명의 3학년 학생이 미리보는 LTI PT 발표를 하게되는데, 저도 그 3명의 학생 중에 한 명이 되었습니다. 제가 선정된 이유는 LTI 활동을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애플의 PT 프로그램인 키노트(Keynote)를 학교에서 유일하게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리보는 LTI PT 발표 시간에는 모범적인 PT 발표도 보여주어야 하지만 다양한 발표 형식을 보는 것도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파워포인트(PPT)를 사용하는 허윤 학생과 키노트 발표를 하는 저와 간단한 PT와 공연 발표까지 선보이는 이혜주 학생 이렇게 총 3명이 미리보는 LTI PT 발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우선 처음 발표를 하게 된 학생은 저와 꾸준히 영상을 공부하고 있는 허윤 학생이었습니다. 허윤 학생과 저의 발표 주제는 둘 다 '방송국 인턴쉽 및 영상 제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발표 내용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발표하기 한참 전부터 서로의 발표내용에 대해 충분히 상의를 하고 겹치는 부분이 최대한 없도록 발표 준비를 했습니다.


발표를 듣는 청중들은 저희 학교의 전교생과 교내 선생님들입니다. 약 150여명의 청중 앞에서 발표를 하면 긴장이 될 수도 있지만 이미 1년 또는 2년 이상 함께 알고지내던 사람들이었기에 오히려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PT에 제 이름을 띄우면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3년간 영상을 배우고 6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항상 저의 '김태윤'이라는 이름을 내세웠고, 앞으로도 계속 제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는 의미였습니다.



1. 영상 공부와 직업체험
발표에서 딱히 특별한 퍼포먼스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3년간 공부해 온 방송과 영상 제작에 대한 이야기와 5월에 서울에 가서 EBS 직업체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EBS 방송국을 견학하고 EBS의 감독님들게 들었던 소중한 이야기들, 촬영 현장 및 녹화 현장을 따라다니며 배웠던 것들을 차근차근 정리하여 사진과 글을 이용해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 말고 앞으로 영상 관련 직종에 꿈을 까진 후배들이 알아두면 좋을 것들도 조금씩 강조하면서 저의 철학과 가치관들이 담긴 이야기들을 꺼내 갔습니다. 


직업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이번 3학년 1학기 동안 제가 제작했던 영상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최마태 블로그 제품 광고 영상들과 EBS 숙제로 만든 영상, 공모전 출품작인 토끼와 거북이, 약자의 꿈 등 정리하고 보니 엄청 많이 만들었더군요.

저는 그 중에서 저의 가치관과 그 동안 배운 노하우가 담겨 있는 영상 몇 가지만 골라서 보여주었습니다. 다행히 학생과 선생님들은 재미있게 봐주셨습니다.


2. 향후 계획

영상들을 보여준 뒤, 저의 향후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국립대를 위주로 지원할 것이고, 앞으로 준비하고 공부해야 할 영상 직종에 대한 것들, 그리고 제가 앞으로 추구하고 지향하는 영상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영상의 이상적인 방향성은 바로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극적으로 담아내는 것입니다. 저는 영상 제작의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 영상의 스토리가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인문계열의 학과를 선택하여 책을 많이 읽고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의 아버지, 어머니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부분인데, 역시 선생님들도 굉장히 동의하시는 분위기였습니다.


3. Stay Hungry, Stay Foolish
마지막으로 발표 초반에 언급한 발표 주제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발표한 3학년 1학기 LTI PT 발표의 주제는 바로 'Stay Hungry, Stay Foolish'였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가 했던 명언으로,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아라는 뜻입니다. 어떤 배움을 얻더라도 항상 더 높은 배움을 원하고 갈망하며, 미련하지만 항상 우직한 모습으로 자신의 주관을 지키라는 뜻이죠.

제가 이번 학기에 영상을 공부하면서 얻은 최종적인 답이 바로 저 말입니다. EBS 방송국에서 직업체험을 하면서 저는 제가 알고있는 지식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중앙대 교수님의 영화학 강의를 듣고, 여러가지 영상공부를 꾸준히 해오면서도 제가 아직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항상 새로운 배움과 지식을 갈망하고 미련하지만 언제나 우직하게 자신이 길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담임 선생님과 어드바이저 선생님께서 한 말씀을 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의 어드바이저 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음악 교과 선생님이시자, 정보부 총괄에다가 방송부 담당까지 맡고 계신 '류주욱 선생님이었습니다.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시는 분이라 항상 바쁘신데도 저희 방송부에 시간을 내서 계속 도움을 주시고 저희에게 여러가지 장비와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지원해주시는 고마운 선생님이십니다.


류주욱 선생님께서는 발표 전에 저에게 말씀하셨던 간결하고 재치있는 발표와 약간의 감동이 섞여있는 메세지를 잘 보여준 것 같아서 만족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영상을 제작할 때, 기술적인 부분이나 내용적인 부분도 완성하기 전에 미리 찾아와서 보여주면 많이 도와주신하고 하셨습니다.

담임 선생님이신 이종형 선생님께서는 제가 발표에서 말했었던 '책을 읽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겠다는 다짐'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국어 교과를 맡고 계서서 아무래도 문학의 중요성을 잘 아시고 인문학적 소양이 저에게 창의적인 생각과 예술적인 감각을 높혀 줄 거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할 일 열심히하고, 진로 계획을 잘 세워서 원하는 진로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뇌활성 명상 교과의 사애림 선생님께서도 저의 발표를 보고 한 말씀 하셨습니다. 평소에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과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대견하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저희 태봉고등학교 안에는 제가 감사해야 할 선생님들과 고마운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3년 동안 태봉고를 다니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것 같습니다.

3년간 총 5번의 LTI PT 발표를 했고, 이번에 한 발표가 저의 마지막 LTI PT였습니다. 그 동안 LTI라는 인턴쉽 수업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들과 잊지못할 추억 그리고 많은 배움을 만들도록 도와주었습니다.

LTI 수업을 만들어준 태봉고등학교와 많은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린나래'라는 순우리말이 있습니다. '그린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으로 저희 태봉고등학교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캠프를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1학년 때 만들어진 그린나래 캠프의 본래 목적은 태봉고등학교 입합을 희망하는 경남 내의 중학교 2,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학교 홍보 및 체험의 목적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표를 맡아 진행했던 그린나래 2기 때부터 그 목적이 변하여 이미 태봉고등학교에 합격한 예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형식을 가진 캠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1월 중반에 진행되었던 그린나래 3기 캠프 역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린나래가 신입생 O.T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벌써 그린나래 캠프가 3기까지 접어들었습니다. 처음 그린나래 캠프를 시작하면서 스탭과 진행을 맡은 친구들이 우왕좌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린나래 3기까지 왔습니다.


3학년이 되는 저희 학년 멤버들은 이제 그린나래 캠프를 세번째나 진행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희 학년들이 그린나래 캠프의 전통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부터는 저희 후배들이 그린나래를 이끌어 갈 차례입니다.

저희 학년 밑의 1학년들, 그러니까 이제 2학년에 올라가는 후배들이 자신들의 후배들(2013년 신입생)을 그린나래 캠프에서 맞이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그린나래 3기는 최대한 2학년 후배들이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저희 3학년들은 이제 뒤에서 지켜보면서 조금씩 도와주기만 하고 2학년 학생들에게 전체적인 진행을 맡겼습니다.

그래야 지금까지 저희가 만들어 온 태봉고등학교의 그린나래 캠프가 계승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캠프장과 전체 사회자 모두 2학년 학생이 맡았습니다.

2학년들은 그린나래 캠프를 진행하기에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3학년 학생들이 계속 캠프의 전체적인 진행을 독점한다면 그린나래가 계승되기는 많이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2학년들에게 그린나래 캠프를 떠맡겨 버린다면 그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저희 3학년들이 함께 캠프에 참여하여 도와준 것입니다.

약 6개월 간의 그린나래 캠프 기획 및 회의, 리허설을 모두 끝마치고 드디어 1월 14일, 그린나래 3기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그린나래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방학인데도 하나 둘 씩 학교로 왔습니다. 이번에 그린나래 캠프에 신청한 신입생들은 모두 42명, 지금까지의 그린나래 캠프 중 가장 많은 인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탭과 진행 요원 학생들은 더욱 긴장이 되었습니다. 42명이라는 많은 수의 캠프 참가자들과 2박 3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캠프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가 자신들이 하고 싶어서 기획한 캠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즐기면서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열심이 준비하고, 가장 열심히 진행했던 그린나래 캠프라 가장 즐거웠던 2박 3일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입생들의 캠프 참여도와 태도가 너무나도 좋아서 캠프 분위기 자체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후배들은 모두 열심히 캠프를 진행해주었습니다. 마치 작년의 저희들처럼 열정을 가지고 캠프 진행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캠프에 참여한 신입생들도 모두 2박 3일 동안 아무런 일도 없이 잘 지내주었습니다.


그린나래에서는 실제로 저희 태봉고등학교에서 진행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 농사, 철학, 음식 만들기, 명상, 동아리 등 여러가지 예술감성 교육과 대안교육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태봉고에 입학하게 될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캠프이기 때문에 학교에 입학하기 전 태봉고에 대해 조금 더 알고 미리 경험하여 적응해보는 시간도 충분히 될 것입니다.

캠프에 참여하는 신입생들은 몇 달 후, 자신들이 입학하게 될 학교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흥미를 가지고 캠프 활동에 임할 수 있습니다.


캠프를 열심히 진행해 준 친구들과 후배들, 캠프에 참가해 준 신입생들, 그리고 그린나래가 진행되도록 뒤에서 도와주신 많은 선생님들 모두에게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이제 저희 3학년들은 더이상 그린나래 캠프를 진행할 기회가 없습니다. 왜냐면 내년에 진행되는 4번째 그린나래 때에는 저희 3학년들은 이미 졸업한 상태일 테니까요.

그러므로 이번 3기 그린나래 캠프가 저희 3학년들에게는 마지막 그린나래 캠프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이상 그린나래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그린나래 1, 2, 3기를 거치는 동안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만든 그린나래라는 캠프가 저희가 졸업한 후에도 꾸준히 진행되어 저희 태봉고등학교의 전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니고 있는 태봉고등학교의 첫 졸업식도 다가왔습니다. 학교가 개교한지 3년만에 드디어 첫 졸업생들이 졸업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태봉고 1기 학생들에게 3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안학교라는 곳에 처음 발을 들이면서 적응하기 힘들어 고생하고 서로 싸우면서 다사다난했던 3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1년 늦게 태봉고에 들어 온 저희 2기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며 지냈던 짧은 지난 2년을 돌이키면서 이제는 그런 날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슬픔이 가슴을 덮쳤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가 있었기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들 또한 저희 후배들이 있기에 더 든든하게 학교생활을 했을거라 생각됩니다.

졸업식을 하기 전, 졸업주간이라는 이름으로 졸업 5일 전부터 1, 2, 3학년이 모두 소풍도 가고 게임도 하고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졸업식을 하기 하루 전에는 졸업 공연을 했습니다. 3학년들 각 반마다 모두 연극, 노래 등의 공연을 준비했고 3학년 연극부와 밴드부, 랩 동아리가 준비한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기 졸업생들이 모두 모여 3년 동안 태봉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을 한마디씩 들어보는 시간도 가져보았습니다.

졸업생들은 그 동안 가슴속에 쌓아두었던 말들, 그 동안 하지못했던 말들을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작별의 인사를 했습니다.

너무나 슬펐습니다. 단순히 학교의 선배가 아니라 가족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그들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그렇게 슬픔을 뒤로하고 졸업식을 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졸업식을 진행하면서 형식적인 졸업장과 상장 전달 시간을 가지고 특별히 학부모님의 요청으로 태봉고의 모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맞절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대안학교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송사를 읽는 학생회장이 울음을 터뜨리자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도 함께 울음을 터뜨리고 순식간에 졸업식은 울음바다가 되버렸습니다.

저는 왠만하면 울지않으려고 했지만 송사를 읽으면서 가족을 떠나보낼 때 송사를 쓰지는 않는다며 송사를 쓰기 싫었다고 말하는 학생회장의 말을 듣고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는 3학년 형, 누나들을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슬펐습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영영 이별하는 것처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졸업식의 전체적인 진행은 선생님들이 하셨지만 세족식 등의 행사는 저희 행사부 측에서 진행했습니다. 1기 졸업생들이 3년 전, 입학을 할 때에는 선생님들이 1기 학생들의 발을 씻겨드렸지만 이번에는 졸업생들이 선생님들의 발을 씻겨드렸습니다.

선생님들의 발을 씻겨드리는 세족식의 진행은 제가 맡아서 제가 직접 작성한 멘트를 읽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지난 3년 간 태봉인으로 지내며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또 얼마나 아팠습니까?
대안학교라는 이름 하에 자유와 꿈을 갈망하던 태봉고 말썽꾸러기 1기 학생들을 이끌어갔던 수많은 선생님들, 3년 동안 꾹 꾹 참아왔던 피로와 근심 걱정을 지금 이 순간에 모두 씻어내십시오.
발을 씻겨드립니다. 학생이 선생님의 발을 씻겨드립니다. 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3년 전, 선생님들이 무릎을 꿇고 학생 여러분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바로 학생 여러분을 섬긴다는 의미였습니다.
이제 학생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3년 동안 노력해왔던 흔적, 고생했던 상처, 지저분한 때 하나하나 전부 보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씻겨주십시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선생님을 다시 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3년 동안 받았던 그들의 관심과 사랑, 배움과 믿음, 그 모든 은혜를 지금 이 순간에 모두 보답하십시오.
발을 씻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을 씻어주고 깨끗하게 해준다는 것, 반대로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고 이해하게 하는 것 등, 많은 의미가 담긴 세족식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인생의 가장 큰 은인이자 스승입니다.
사랑하십시오. 또한 고마워하십시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발을 씻겨드립시오. 당신의 정성이 담긴 손길로 선생님의 발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발에 있는 때를 벗겨낼 때마다 학교생활을 하며 그대들이 선생님께 드렸던 상처를 하나씩 하나씩 지워낼 것입니다.
여러분, 스승은 선물입니다. 스승은 정신적인 부모이며 자신이 가장 믿고 따라야하는 인도자이며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참된 배움의 전도자입니다.
이제 우리의 스승들을 섬깁시다.
마지막으로 가슴 속에서 크게 외쳐주십시오.
선생님, 사랑합니다.


세족식을 진행하는 동안 1, 2학년 재학생들은 무대에 올라가서 뭔가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1기 졸업생들을 위해 준비한 졸업노래였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가수의 '졸업'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졸업식을 하기 한 달 전부터 노래의 솔로와 여자, 남자 파트를 나누고 열심히 준비한 노래입니다.

노래 가사의 내용은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넌 행복해야 해, 널 잊지 않을게' 처럼 결코 평범하지 않지만 감동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 진정한 대안학교의 졸업 노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졸업노래를 다 부르고 난 뒤, 남학생들만 모두 앞으로 나와 그 동안 저희들을 잘 보듬어주신 졸업생 형, 누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절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행사부 측에서는 처음으로 졸업을 하게되는 1기 졸업생들을 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지만 나름 레드카펫을 준비하였고 3년 동안의 추억을 보관하기 위해 타임캡슐 이벤트도 준비했습니다.

비록 볼품없는 플라스틱 상자에 스티로폼 박스로 된 타임캡슐이었지만 졸업생들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식을 하기 전에 졸업생들에게 각자 3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며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물건이나 타임캡슐에 꼭 담고싶은 물건을 하나씩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타임캡슐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물건이 담겼고 금새 꽉꽉 채워졌습니다. 그 만큼 학교에서의 추억이 많았다는 뜻이겠죠. 타임캡슐은 학교와의 합의를 통해 학교 내에 묻을 예정입니다.

타임캡슐에 담긴 졸업생들의 물건들처럼 그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저도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네요. 2학년이 되어 반이 바뀌어서 새롭게 사귀는 친구들을 적응하기도 전에 벌써 신입생들이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제 후배가 생긴 것입니다. 드디어 태봉고등학교가 처음으로 1, 2, 3학년이 모두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뭔가 가슴이 찡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1년 전, 학교에 입학해서 입학식을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후배들이 학교에 입학해서 입학식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나이가 들어갈수록 뇌세포가 많이 죽는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여튼 저희 태봉고등학교의 입학식은 아주 특별합니다.

앞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동안 함께 학교 생활을 할 후배들이기에 더욱 아껴주고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 체육관에 전교생이 모였습니다.


한 학년에 45명밖에 없는 학생이 아주 작은 학교지만 1, 2, 3학년이 모두 모이니 꽤 학생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제야 좀 제대로 된 학교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학생이 별로 없을 때에도 충분히 학교다웠지만 확실히 선생님, 학생이 모두 갖춰지니까 진정한 학교의 모습을 가지는 것 같아 뭔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감정도 생겼습니다.

먼저 선생님들과 신입생들이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들이 한 줄로 서있고 신입생들이 선생님들에게 안기며 지나갔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학교는 정말 선생님들과 학생들간의 관계가 끈끈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희 2학년은 이번에 입학한 후배들과 2년 동안 함께 지내야 합니다. 중학교 때에는 후배들과 전혀 친하거나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에는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무섭고 다가가기 힘든 엄격한 선배의 모습이 아니라 후배의 입장을 고려해주고 먼저 다가가주며 편안한 이미지의 선배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왠만하면 선배가 아니라 형, 동생 또는 오빠 등의 편한 호칭으로 지낼 것이며 절대로 강압적인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배라고 해서 무조건 제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고 가끔씩 함께 농구도 하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역시 남자끼리는 몸으로 부딪히는 운동이 제 맛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저희 학교는 공동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배들과도 친해져야 하겠지요. 

 

사실 학교 생활에서 중요한 관계가 친구관계, 선생님과 학생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선후배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초딩이라 개념이 없었음) 중학교 시절에는 후배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습니다.

중학교 때에는 특별히 동아리 같은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 행사를 하더라도 같은 학년끼리만 하고 선후배가 함께 하는 활동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과 친해질 기회도 전혀 없었습니다. 친한 선.후배 사이가 아니라면 서로 인사도 주고 받지 않을 정도로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중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태봉고등학교에 와서는 선배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무척 많아서 선배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 학년에 전교생이 45명밖에 없어서 더 빨리 친해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1학년이라서 1년동안 학교에서 후배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2학년도 신입생이 정해지고 후배들과 미리 소통을 할 방법을 찾다가 그린나래를 떠올렸습니다.

원래 그린나래는 신입생들이 아니라 중학교 2, 3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였지만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한다면 후배들과 미리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제 17년 인생에서 드디어!! 후배라는 존재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선배로써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린나래에 참가한 신입생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태봉고등학교라는 곳이 익숙하지 않았고 친구들과도 너무 어색해 보였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신입생들의 모습은 마치 저희 학년이(태봉고 2기 학생들) 학교에 처음 입학했던 당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무척 애틋했습니다.

여튼 저희 그린나래 스텝들은 그린나래에 참가한 신입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혹시라도 이름을 잊어버려서 상처줄까봐 이름표를 만들어 모두 나눠주고 볼 때마다 인사를 건네어 주었습니다. 물론 신입생들도 마찬가지로 선배들에게 따뜻하게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차이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친해지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실 함께 운동을 신나게 한바탕 뛰고 나면 금방 친해지는데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해서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친해지는 시간을 한 번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체육관을 사용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 가서 체육관을 3시간 정도만 빌려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체육관을 빌리는 이유도 물어보시지 않고 흔쾌히 체육관을 빌려주셨습니다.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쿨하신 선생님들이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분좋게 빌린 체육관을 이용해서 레크레이션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레크레이션은 미리 계획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체육관이 아니라 시청각실에서 하기로 했었습니다.

각 모둠끼리 레크레이션 때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해서 레크레이션 시간에 장기자랑을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1등 모둠에게는 선물을 준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5개의 모둠이 전부 열심히 장기자랑을 준비했습니다. 조금씩 분열? 해가는 모둠도 있었지만 그 모둠의 담당 스텝이 도와주면서 모든 모둠이 장기자랑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레크레이션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기자랑을 선보이기 전에 먼저 함께 뛰어다닐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을 했습니다.

레크레이션을 담당한 친구가 준비한 게임은 그냥 보통 레크레이션에서 볼 수 있는 짝짓기 게임? 짝찻기 게임? 이었습니다.


아무튼 음악을 틀어놓고 돌아다니다가 사회자가 "세 명!" 이라고 외치면 세 명이 껴안으면서 모이고 "10명!" 이라고 하면 10명이 모여야 하는 대충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그 게임은 친했던 친구와의 우정을 확인할 수도 있고 배신과 화해의 장을 볼 수 있는 간단하지만 거대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둠 간의 공동체 정신을 더 끈끈하게 하기 위해 각 모둠마다 노래를 정해놓고 어두운 곳에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모둠을 찾아가는 게임도 했습니다.


모두 간단하고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는 게임들이었지만 모두들 신나게 놀았습니다. 정말 선.후배 가리지 않고 다같이 뛰어놀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게임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모두들 기다리던 장기자랑 공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모든 모둠들이 각자 준비한 공연을 펼쳤습니다.


어떤 모둠은 정말 가수처럼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또 어떤 모둠은 조금씩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하면 어떻습니까?

모든 모둠이 다 열심히 장기자랑을 준비했고 잘하든 못하든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선물도 공평하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선물은 다름 아닌 '상' 이었습니다. 상의 이름도 눈밝힘상, 울림상, 휘몰이상 등 저희 그린나래에서 직접 상에 이름을 붙여줘 줬습니다.


아무리 공평하게 상을 줬다지만 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상을 받은 모든 모둠의 학생들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레크레이션은 아주 재미있게 끝이 났습니다.  


그린나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신입생들은 웃으며 작별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저희 그린나래 스텝들도 웃으면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 2년동안 저희들의 학교 후배가 되어 함께 지낼 신입생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그린나래 캠프는 2박3일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동안 정말 소중하게 보냈습니다.

선배, 후배 관계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형, 누나라고 부르며 가족처럼 지냈던 우리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그런 화목한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몇 년 후에는 그린나래에 참가했던 우리 후배들이 그린나래 캠프를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후배들과 소통할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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