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가 마산 YMCA 캠프 담당으로 일하고 계서서 어릴 때부터 캠프 같은 활동을 무척 많이 해왔습니다.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캠프를 경험했습니다.


약 11년 간 다녀왔던 초.중.고에서 가는 수련회나 수학여행 및 소풍을 다 합쳐도 YMCA에서 갔던 캠프의 횟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 만큼 저는 캠프 활동을 아주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갔던 청소년 YMCA 영남 하령회 캠프는 지금까지 제가 갔던 다른 캠프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하령회 캠프는 먼저 다른 캠프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엄청난 수의 인원이 모여서 진행되는 캠프입니다. 인원이 많은 캠프인 만큼 준비도 오래하고 캠프 진행도 매우 복잡합니다.

그리고 캠프에 참가하는 인원들 중 대부분이 고등학생으로 캠프 인원의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캠프의 전체적인 주도권은 거의 학생들에게 주어집니다.

쉽게 말해 하령회 캠프는 거의 학생들이 이끌어서 진행되는 캠프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뭔가 하령회 캠프는 제가 다니는 대안학교처럼 뭔가 자율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 하령회 둘째 날, 체육 대회 
하령회 캠프의 대부분의 시간은 각자 조원들끼리 보내게 되어있습니다. 조끼리 움직이면 인원체크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그만큼 통솔도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어느 캠프에서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식사를 할 때에는 왠만하면 조원들끼리 함께 했습니다. 아침밥을 조원들과 맛있게 먹고나서 저희 마산팀은 급하게 긴급회의에 들어갔습니다.

갑작스레 긴급회의를 열었던 이유는 저희 마산팀이 하령회에서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이 바로 하령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체육대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체육대회를 진행하는 운동장의 바닥이 다 젖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래선 체육대회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밖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줄이고, 실내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물놀이 프로그램은 비가 와도 별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1. 갈등 풀기 
어쨌든 얼른 실내 프로그램 구상에 들어갔습니다. 오전 내내 회의를 한 결과 실내에서 '갈등 구조 풀기'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게임은 여러사람이 둥글게 모여 팔을 엇갈려 서로의 손을 잡은 뒤, 엇갈린 팔을 푸는 게임입니다. 그 게임은 다른 사람들과의 협동심이 매우 중요한 게임입니다.

체육 대회의 전체적인 진행은 마산 운영위원장인 재희와 그냥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가 맡았습니다. 태봉고에 다니면서 행사 진행 같은 종류의 일은 많이 해봤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있었습니다.

역시 생각보다 진행이 순조로웠습니다. 각 조들은 팔이 엇갈린 갈등구조를 풀기위해 열심히 게임에 임하였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갈등 풀기 게임을 하면서 조원들간의 협동심도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다른 조와 경쟁만 하면 안될 것 같아서 모두가 하나의 큰 원을 만들어 갈등 풀기 게임을 번외로 진행했습니다.

130명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인원이 하나의 원을 만드니 정말 커다란 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넓은 강당이 꽉 차는 정도면 정말 사람이 많기는 많은가 봅니다...

여튼 그 상태로 갈등 풀기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갈등 풀기는 키가 큰 두 사람이 문을 만들어주고 다른 사람들이 그 문을 몸을 돌리며 통과하면 갈등 구조가 풀리는 게 정답인 게임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점점 더 난이도가 어려워집니다. 한 사람이라도 욕심을 부려서 뛰거나 하면 뒤에 사람이 넘어지거나 잡고 있던 손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실패라서 다시 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 구조를 풀 때에는 단 한사람이라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협동을 해서 천천히 여유롭게 해야합니다.

하령회에 참가한 130명의 영남 권역 YMCA 청소년들은 갈등 풀기를 몇 번이고 실패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성공을 했습니다. 이로써 그들의 공동체 의식이 조금 더 함양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체육 대회는 실내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하는 활동도 있었습니다. 운동장이 젖었기 때문에 강당 옆에서 짝피구를 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2. 짝피구
짝피구란 단순히 공을 던져 맞은 사람이 아웃되는 보통 피구와는 다르게 여자, 남자가 짝을 지어 한 쪽이 자신의 파트너를 보호하며 경기에 임하는 조금 변형된 피구의 방법입니다.

그래서 남자 여자 짝을 정하여 적당히 팀을 나누어야 했는데, 인원이 130명이 넘어서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짝은 그냥 옆에 서있는 사람과 묶으면 간단했지만 팀을 적당한 수로 나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것도 문제였지만 사람 수가 너무나 애매해서 팀을 적당히 나누기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덕분에 팀을 나누는 데에만 거의 10분을 넘겼고, 우리 마산팀이 진행하는 체육 대회에 임한 다른 지역 학생들은 상당히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최대한 빠르게 다음 진행으로 넘어갔습니다. 다행히 짝피구를 하면서 학생들은 적당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다보니 다음 자신의 경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지루함을 오래 느끼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짝피구는 무사히 끝을 맺었습니다.

3. 물나르기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프로그램! '물나르기' 가 있었습니다. 물나르기는 2팀으로 나눠서 각 조원들이 한 줄로 선 다음,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물을 옮겨서 더 많이 옮긴 팀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서 저희 마산팀이 연습 경기를 처음에 했는데 저는 물이 시원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물을 일부러 흘리면서 온 몸이 다 젖었습니다.

다른 지역 학생들은 물나르기를 하며 몸이 젖어가면서 시원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얼른 물나르기 게임에 임하고 싶다는 의지가 굳게 보였습니다. 제 계획이 성공한 것입니다. (ㅋㅋㅋ) 여튼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세 개의 조가 한 팀이 되어 3 vs 3 의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하는 학생도 몇 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에게까지 게임을 강요하지는 않았고 저는 그저 학생들이 물놀이을 하면서 시원하고 즐거워하기를 바라며 열심히 진행했습니다.


중간에 마이크가 물에 젖어 전기 통해 다칠 뻔하여 진행을 그만 뒀지만 끝까지 체육대회는 나름 재미있고 알찬 시간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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