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고 3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

제가 태봉고를 3년간 다니며 했던 활동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고르라면 망설이지 않고
졸업 사진첩’ 제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1기 선배들이 졸업 사진첩에 들어가는 사진들을 직접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졸업할 때에도 학생들이 직접 졸업 사진첩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졸업했던 태봉고등학교 2기 졸업생들의 졸업 사진첩은 저를 비롯한 9명의 학생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두 해냈습니다. 
 

. 기획

처음 기획단계에 들어가면 정말 막막했습니다.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본격적인 기획에 앞서 함께 일할 친구들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촬영 : 태윤, 문석, 소열
분장 : 신애
사진 보정 : 황은, 지아
편집 & 디자인 : 허윤, 재호, 재만

이렇게 함께 작업할 친구들을 섭외하고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한 사람의 머리보다는 여러 사람의 머리를 쓰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무언가 결정할 때 모두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태봉고등학교는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기에 혼자서 하는 것보다 다 같이 힘을 모으는 것이 몇 배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우선 사진첩의 컨셉을 정했습니다. 작년 제 1회 태봉고 졸업 사진첩과 간디고 졸업 사진첩을 참고하여 우리만의 컨셉을 만들어 나갔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는 '추억'으로 설정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졸업사진첩을 펼쳤을 때 추억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는 졸업 사진첩을 기본적인 컨셉으로 정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했는데, 평범한 졸업 사진첩이라면, 펼쳤을 때 웃기는커녕 펼쳐 볼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기에 최대한 '태봉스럽게' 만들어보기로 파이팅을 다졌습니다.

처음 생각한 것은 기본적으로 작년 졸업 사진첩(2012학년도 제 1회 졸업사진첩)의 틀을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1회 졸업 사진첩에는 1기 학생들이 입학한 2010년부터 졸업하는 2012년까지의 행사 사진이 정리되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별 단체사진, 학생들 프로필 사진, 선생님들의 사진으로 마무리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식의 졸업 사진첩입니다. 하지만 이번 졸업사진 제작팀은 작년 사진첩이 너무 평범하다고 느꼈고, 색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낸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바로 학생 개인 화보입니다.
 


 태봉고에서는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참 좋습니다. 태봉고에서 학생들 각각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것은 정말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일깨워 주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여 각자만의 독창적인 사진이 담길 수 있도록 2기 전교생 45명 학생들의 개인화보집 개성공단을 기획했습니다. (개성공단은 우리들의 개성이 모인 사진첩이라는 뜻이지,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은 아닙니다.

이런 기획안들을 가지고 전교생과 선생님들 앞에서 PT발표를 했습니다. 반응은 다행히 긍정적이었고, 우리 졸업 사진첩에 담길 우리 2기 졸업생들의 참여의지가 강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습니다.
 

2. 촬영

본격적으로 촬영일정을 계획하고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촬영 순서를 신경쓰지 않고, 되는대로 다 촬영했습니다.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여 수업까지 빼먹으면서 촬영했습니다. 지금은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사진첩 제작에 매달렸던 것이 약간 후회되기도 하지만 졸업사진첩이 무사히, 예쁘게, 잘 완성되었기에 선생님들께서도 이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촬영은 저와 문석이, 소열이가 책임지고 진행했습니다. 45명의 학생들과 7팀의 동아리, 학교전경 사진 등 수많은 사진들을 모두 저희 손으로 촬영했습니다. 물론 류주욱 선생님께서 3년간 찍어놓으신 행사 사진들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는 전부 DSLR카메라로 니콘 D5200, 캐논 550D, 캐논 5D Mark2를 사용했습니다. 3년간 태봉고를 다니며 했던 영상 촬영 공부가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군요.

그 동안 공부했던 지식을 사용하여 다양한 촬영 기법과 광각렌즈, 망원 렌즈, 플래시, 조명 등의 수많은 장비들을 잘 활용하여 나름대로 전문적으로 촬영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졸업 사진첩에 사용되는 사진은 화보 느낌이기 때문에 방송실 스튜디오에 있는 흰 종이 앞에서 촬영한 경우가 많습니다. 화보 촬영을 할 때의 기본은 조명과 플래시를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방송실에 설치되어있는 두 개의 조명을 인물에 비춰주고 촬영을 할 때 카메라에 따로 플래시를 설치하여 위로 바운드시켜 촬영했습니다.

조명과 플래시를 잘 사용하지 않으면 찍힌 인물의 얼굴 그림자가 어둡거나 아예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괴이한 사진이 될 수도 있기에 최대한 신중하게 촬영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저희들이 아마추어이기에 실수가 많았습니다. 완성해 놓고 보니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 몇 장 있었고, 배경과 너무 가까지 찍어서 인물 뒤에 그림자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촬영을 위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어떤 책에서 인물촬영은 모델과의 소통이러고 했습니다.
 모델과 최대한 친해지고 대화를 많이 해야 자연스러운 인물 사진이 나온다고 합니다.

저희는 이미 3년간 함께 했던 가족같은 친구들을 촬영하는 것이기에 촬영자와 모델과의 어색함이나 부담감이 없어서 편하게 촬영했습니다. 물론 소통도 자연스러워서 촬영은 아주 부드럽게 진행되었습니다.


. 분장 및 보정

저희 팀에는 분장과 보정 팀이 있습니다. 2기 학생 중에서 이신애라는 학생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부를 하면서 이미 상도 많이 받고 그 실력을 인정받았기에 화장 및 분장팀장으로 믿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보정 팀도 포토샵 자격증이 있었기에 걱정이 없었습니다다. 누군가의 수상 실적, 자격증 여부만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실력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그런 것 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졸업 사진첩은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최고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고의 졸업 사진첩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팀이 많아지면 시간관리가 중요해집니다. 특히 분장 팀과 촬영 팀이 일정 조율을 잘 해야 했습니다. 분장을 하느라 촬영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가 무척 많았는데, 하루에 15명 정도를 촬영해야 했기에 최대한 일정이 미뤄지는 것을 피해야 했습니다.

분장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촬영에 들어갔고, 촬영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바로 분장에 돌입합니다. 촬영이 끝나면 바로 보정 팀에게 원본 사진을 넘겨 보정에 들어가고, 분장, 촬영, 보정 팀이 모두 일을 쉬는 때가 생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 편집 및 디자인

촬영이 모두 끝나면 편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계획대로라면 편집은 여유롭게 해도 되지만 우리는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이런 저런 바쁜이 일이 많아져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보정 팀에서 보정된 사진이 넘어오면 편집 팀에서 바로 편집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개인화보를 개인 당 두 페이지씩 제작했습니다. 개인화보에는 2기 졸업생 45명 전체의 인터뷰가 들어갔기 때문에 한 명씩 인터뷰를 따서 사용했습니다.

 
인터뷰는 그 사람에 맞는 재미있고 센스있는 질문을 따로 만들어서 했고, 잡지와 화보 형식을 원했기 때문에 ‘Oh Boy’라는 잡지를 모티브로 잡고 디자인했습니다.


목차를 정하면서 우선 학교걸음이라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학교의 교장실, 급식소 체육관 등의 교내 모든 장소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추억과 기억을 담아 쓴 칼럼 형식의 짦막한 글과 함께 실었습니다.

 
두 번째는 ‘3년 묵시록입니다. 묵시록이란 여러 가지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비인간적 세계의 사건들을 묘사한 것을 말하는데, 태봉고에서의 환상적인 3년이라는 의미로 은지난 3년을 추억하며 수많은 행사 사진들을 모아 둔 코너입니다.

세 번째는 악연들’ 코너입니다. 보통 악연이라고 하면 나쁜 인연이라는 뜻을 떠올리지만 우리가 사용한 악연두터울 악()’에다가 인연 연()’자를 써서 두터운 인연들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악연들코너에는 3년간 활동했던 동아리나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찍은 그룹사진이 들어갑니다. 밴드부, 방송부, 농구부 등 7팀이 들어갔고, 2년간 담임을 하시다가 떠나신 이기숙 선생님 사진도 따로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에는 개인화보집 개성공단이 들어가고, 마지막에 선생님들의 사진이 담긴 은사님코너가 사진첩을 마무리합니다. 우리 태봉고의 선생님들은 단지 선생님이라는 단어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가끔은 부모님 그 이상으로 감사한 분들이 바로 태봉고 선생님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졸업사진첩에 부모님보다 더 고마운 분들이라고 적어버리면 진짜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이 섭섭해 할 것이 분명하기에 은혜로운 스승님이라는 뜻을 가진 은사님을 사용했습니다.

편집을 모두 끝마치고 마지막에 그 동안 나를 비롯해서 졸업사진첩 제작을 위해 수고한 스태프들이 후기를 한 마디씩 적었습니다.무척이나 뿌듯했습니다.


졸업 사진첩을 학생들끼리 직접 제작한 것은 지금까지 태봉에서 했던 그 어떤 활동보다 더 뿌듯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이라서 그런가? 더 이상 이렇게 태봉 친구들과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서럽게만 느껴졌습니다.

편집을 모두 마치고 졸업사진첩 표지를 어떻게 할 지 회의를 하던 중, 졸업 사진첩의 제목으로 두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태봉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와 태봉인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태봉in'과 '갔다가 돌아간다'는 의미의 '고백(Go Back)'이었습니다.

충분한 회의를 거쳐 결국 고백(Go Back)이라는 제목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졸업 사진첩의 표지모델로는 태봉고등학교의 현 교장선생님이신 '여태전 선생님'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제 여태전 교장선생님께서도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교장자리에서 물러나십니다. 태봉고가 처음 설립된 해부터 지금까지 교장이라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셨기에 더욱 아쉬운 마음을 가지실 것입니다.

태봉고를 위해 지금까지 힘써주신 교장선생님의 노력과 저희 2기 학생들과 함께 떠나시는 여태전 선생님의 작별의 의미를 담아 여태전 선생님을 표지 모델로 선정한 것입니다.

나름대로 TIME지의 표지 모델들을 따라하여 멋진 포즈를 취한 사진을 표지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사진첩의 뒷면 표지에는 저희 태봉 2기 학생들의 단체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태봉고등학교 제 2회 졸업 사진첩 
고백(Go Back)이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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