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 수 있는 사랑
 

고등학교 친구가 졸업직전에 '사랑'에 관한 책을 엄청나게 구입하더군요. 갑자기 사랑에 대해서 알고싶다나 뭐라나.. 사랑은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저는 그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읽었던 책 중에서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도 오른 아주 깊은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에 책을 빌려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고른다는 것이 참 속물같고, 바보처럼 보이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진정으로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책의 '들어가는 말'을 보고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고민정 아나운서는 자신이 인생에서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잘생긴 남자, 매너좋은 남자, 경제적으로 넉넉한 남자 등의 기준이 아니라, 정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신의 삶에 대한 치열한 모습까지...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처럼 살아가고 싶고, 그 사람을 닮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랑은 세속적인 것입니다. 누구나 잘생긴 남자, 예쁜 여자를 원하고, 돈이 많거나 집안이 좋은 등의 외적 요소를 가늠합니다. 오직 상대의 외모, 학력, 경제력만을 보고 사랑을 판단해 버립니다.

물론 외모나 학력, 경제력이 매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깊은 내면 또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자신의 스펙과 상대방의 스펙을 비교해서 교환가치가 성립할 때에만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기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고민정 아나운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직업은 시인입니다. 시인이라는 직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님에도 고민정 아나운서는 그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남편인 조기영 시인이 경제적인 이유로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고민정 아나운서를 그를 말렸다고 합니다. 그녀는 남편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남편 분을 조기영 시인 그 자체로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직업의 특성상 TV로 얼굴이 알려져 있는 상태이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심한 의혹을 품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모 인터뷰 프로에서 고민정 아나운서가 "남편이 돈을 벌지 않지만 내 월급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의 의미을 고민정 아나운서의 월급이 한 가정을 먹고 살릴만큼 충분하지만 남편은 무책임하고 돈도 벌지않는 사람이라는식의 해석으로 적힌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 때 고민정 아나운서가 느낀 충격은 정말 컷다고 합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님에도 남편이 느낄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했다고 합니다.

고민정 아나운서는 곧바로 자신의 그런 심경을 담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글에서 고민정 아나운서는 남편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고,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적어나갔습니다.

남편은 꿈이 없던 자신에게 '아나운서'라는 길을 제시해주었고, 순간순간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언론인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고민정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남편의 경제활동을 반대한 것은 자신이고, 자신의 부족한 말솜씨, 글재주, 자신감 등 남편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고 그 만큼 남편이 소중한 사람임을 글로 나타내었습니다.

그 글을 통해 고민정 아나운서의 심경을 이해하는 새로운 기사들이 나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심적으로 힘들었을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을 진짐으로 응원하고 위로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라는 책은 넓은 의미의 '사랑'에 대한 책입니다.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동료와 동료,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을 모두 다룬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어떤 아나운서의 에세이 또는 자기계발서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나 이제 막 20살이 되고 대학에 가는 이 시기에 이 책에 나오는 글 하나하나가 다 마음을 흔들어놓는 감명을 줍니다.

그 중에서도 '돈에 휘둘리는 삶이 아닌 돈을 이끌 수 있는 삶을 살자.' 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 말은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 부부의 약속이라고 하네요.

저도 언젠가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 삶 자체를 사랑하고 그 사람을 닮고 싶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누군가로 인해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사람더사랑해서미안해꽃처럼시처럼아름다운사랑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고민정 (마음의숲,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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