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러 귀신 또는 유령 중에서 '흡혈귀'라는 게 있습니다. 흡혈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있지만 밤이 되면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그 흡혈귀라는 무서운 존재를 어릴 때부터 책이나 만화,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로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주 멋있게 연출한 영화를 보고 흡혈귀에 대한 로망이 생겨 흡혈귀라는 녀석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마침 아버지가 사주신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중에서 흡혈귀에 대한 책도 있어서 제가 흡혈귀에 관심도 있고 하니 그 책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은 '흡혈귀, 잠들지 않는 전설'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으시시하고 책의 표지에는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끔찍한 모습의 흡혈귀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흡혈귀에 대한 책을 보기위해서 기본적으로 거쳐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비위가 상하는 것을 참으며 책을 펼쳤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시공 디스커버리 책들처럼 역시 책에 나오는 대상의 역사부터 거슬러 올라가 설명해 줍니다. 흡혈귀도 꽤 역사가 깊은 귀신이었습니다.

'피를 먹는 존재'라는 개념은 고대부터 이미 언급되어 오던 말이었습니다. 구약성서 레위기 17장 14절에 나오는 '피는 곧 모든 생물의 생명이다'라는 말처럼 옛날부터 사람들은 피를 아주 신성시 여겼습니다.

그래서 고대 유렵에서는 동물 또는 사람의 피를 바쳐 의식을 치르거나 피를 마시며 영생을 꿈꾸는 일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11세기에 들어서자 드디어 흡혈귀라는 존재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유럽을 떠돌아 다니게 됩니다. 죽은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산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피를 빨아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4세기가 되자 흡혈귀라는 존재가 점점 더 퍼져나가기 시작했는데, 책에서는 그 이유를 아마 그 당시 유행했던 흑사병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염병 때문에 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시체를 묻으면서 가끔씩 진짜 죽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묻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 운없는 희생자가 산채로 땅속에 묻혀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가 관 안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관을 열었을 때 피가 있는 것을 보고 그 당시 사람들을 밤에 시체가 무덤에서 나와 산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다시 관 속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죠.

그렇게 전염병 등 여러가지 이유로 흡혈귀에 대한 믿음은 유렵 전역으로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흡혈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문학 작품들이 만들어지면서 흡혈귀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18세기 후반부터 산업 혁명을 통해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흡혈귀에 대한 믿음과 인기는 점점 사라져 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흡혈귀 신화가 다시 부활한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흡혈귀라는 존재가 처음 언급되어 실질적으로 흡혈귀를 탄생시킨 영국이었습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의 지배 아래 영광의 시대를 맞이하였지만 뒤에서는 잔혹한 착취의 모순을 숨기고 있었던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서 흡혈귀를 소재로 한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흡혈귀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물질주의가 팽배해지고 격식과 품위를 강조하는 빅토리아 사회에 싫증이 나 있던 영국인들에게 간접적인 탈출구였던 것입니다.

흡혈귀라는 공포의 대상을 통해 사회의 질서가 조롱당하고 도덕이 무의미해지는 공포 이야기를 읽는 것은 일종의 '집단적이 배출구'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19세기 영국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흡혈귀가 등장하는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면서 흡혈귀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졌습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흡혈귀라는 귀신은 누구나 한번쯤은 TV나 영화 또는 책에서 봤을법한 연예인급의 유명한 존재입니다. 

현대에서도 역시 흡혈귀는 많은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만큼 흡혈귀가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있다는 뜻이겠죠.

왜 이렇게 기껏해야 귀신 또는 유령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라는 존재가 오늘날까지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인간이 본능적으로 남의 고통을 즐기는 잔인한 카타르시스적 동물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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