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토요일(9월 11일)은 벌초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할아버지께서 남해에 계셔서 벌초를 하러가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벌초를 가야했습니다.

저와 아버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남해로 갔습니다. 할아버지 집에 가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대신 삼촌의 짐들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삼촌은 이미 전 날에 남해에 와서 새벽부터 다른 사람들과 벌초를 하러가셨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와 저도 바로 벌초를 하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산소에 도착하니 이미 벌초는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새벽부터 비를 맞으며 엄청 일을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낫을 들고 풀을 베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삼촌도 계셨습니다. 우리도 도착하자마자 일을 도왔습니다. 벌초를 할 곳이 얼마 남지는 않았었지만 난생 처음으로 벌초하는 것을 보는 것이라 무척 신기했습니다.

풀을 깍는 기계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되겠고 그 대신에 낫을 하나 들고 풀을 깍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와 다른 어른들께서 요령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되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풀냄새를 맡으니까 기분이 상쾌했고 시골 산이라 공기도 맑아서 정말 시원했습니다.

자른 풀을 치우는 일까지 했지만 벌초를 거의 다 해놓은 상태라서 역시 별로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비가 와서 그렇게 덥지는 않았지만 산이 좀 높아서 엄청 힘들었습니다.

지리산을 갔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지만 역시 오랜만에 등산을 하는 것이라 다리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블로그를 쓰고있는 지금도 다리가 뭉쳐서 조금씩 아픕니다.

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그래도 벌초가 빨리 끝나서 할아버지 집에 가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쉴 수 있었습니다. 시원하게 샤워도 하고 벌초를 하러 간 사람들끼리 모여서 횟집에 회를 먹으러 가기도 했습니다.

아침을 두 번이나 먹은 상태였지만 역시 열심히 일하고 나서 먹는 밥이라서 엄청나게 맛있게 그리고 많이 먹었습니다.

정말 배가 터지게 점심을 먹고나서 집에서 TV를 보며 쉬다가 아버지는 다음날에 회사를 가야하셨기 때문에 먼저 마산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저와 삼촌은 다음날 하는 '성묘' 에 참석하기 위해 남해에 남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을 설치는 바람에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묘도 늦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성묘 또한 벌초와 마찬가지로 난생 처음으로 보는 것 이었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성묘를 하기 위해 벌초를 하는 것이라고 삼촌이 말씀하셨습니다.

성묘는 벌초한 곳을 돌아다니며 음식과 술을 차려놓고 절을 올리는 것 입니다. 처음 해보는 성묘도 무척 신기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산에 올라가고 절을 하자니 역시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설날때 이야기를  마저 써보려 한다.

나는 정확히 월요일인 설날 때 일어나서 간단하게 제사를 지내고 삼촌과 숙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께 정성스럽게 세배를 드렸다. 그리고 세뱃돈까지 받았다. 기분이 왠지 뿌듯하고 좋았다.

우리가족들은 아침을 먹고 잠시 쉬다가 이웃집들로 세배를 드리러 갔다. 나는 한집 한집 정성스럽게 세배를 드렸다.

세배를 모두 드리고 우리가족들은 산소로 성묘를 하러 갔다. 거기에는 증조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묻혀계신 곳이다. 나는 산소에서 절을 하면서 우리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우리들은 산소에서 내려오던 도중 또 다른 집에 들어가서 세배를 하고 다시 할아버지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무덤으로 가서 성묘를 지내고 또다시 할아버지댁으로 돌아갔다. 잠시뒤에 창원 고모네가 할아버지댁으로 왔다.

나는 사촌동생들과 밖에 나가서 연을 날렸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연이 아주 잘 날았다. 그런데 연이 두 개 있었는데 둘 다 망가져 버렸다. 하지만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니어서 삼촌이 즉시 연을 고쳐주었다.

나와 내 사촌동생 량호는 신이 나서 다시 연을 날렸다. 이번에는 제법 능숙해져서 아주 재미있게 연을 날릴 수가 있었다.


나와 량호의 연은 아주 잘 날다가 갑자기 서로 엉키기 시작했다. 나와 량호는 얼른 엉킨 것을 풀려고 했다. 그러자 두 연은 아주 잘 풀렸다.

그런데 갑자기 엉킨 연을 풀다가 연 한 개가 전봇대에 걸려버렸다. 나는 량호의 연이 걸린 줄 알고 량호를 비웃다가 연을 잘 보니 내 연이 전봇대에 걸린 것이었다.

나는 내 연이 전봇대에 걸려있는 그 처참한 광경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연을 전봇대에서 구해 보려 했지만 전봇대는 내 연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결국 포기하고 다시 들어가려던 중 량호가 아주 재미있게 연을 날리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왠지 량호가 엄청 부러웠다.

나는 연 날릴 때 실수를 만회하려고 어른들과 5000원을 걸고 윷놀이를 하였다. 나는 첫 판부터 지고 말았다. 돈은 나와 한팀이었던 할아버지께서 내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죄송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을 굳히고 다음 판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다음 판에는 '모' 가 연속으로 나와서 정말 한 판에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대승을 거두었다.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윷놀이를 끝내고 잠시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가족은 내일 아침 일찍 마산으로 가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얼른 잠을 잤다. 그리고 새벽 6시쯤에 우리는 다른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산으로 즐겁게 돌아갔다. 정말 즐거운 설날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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