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화요일(2월 18일)부터 수요일에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대학교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신입생들을 위한 시간인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도 대학교 생활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당연히 참여했습니다. 학교에서 모든 신입생들이 모여서 각 학과의 선배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근처의 리조트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오리엔테이션을 가기 바로 전 날에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좋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경주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다가 눈이 쌓인 지붕이 무너져 100명 가까이 다치고 9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네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 막 힘겨운 입시를 마치고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진 학생들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 부산외대에 간 제 친구 몇 명도 조금 다쳤다고 합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에 대한 명복을 빌어주고 다친 다른 학생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신입생 OT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신입생 OT를 다녀왔으니 저의 생각을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대학마다 신입생 OT의 방식이 많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제가 가는 대학은 1박 2일로 진행하고, 어떤 대학은 5박 6일로 하기도 한답니다.


제가 간 신입생 OT는 '신입생 역량 강화캠프' 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신입생 환영회라고 하는 게 더 딱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OT에서는 뭐.. 딱히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간단하게 강의를 듣고, 공연도 봤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범석 디자이너의 강의를 비롯해서 여러 초청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유명한 아이돌 가수가 온 것은 아니라 학생들의 반응이 그렇게 열광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수의 무대로 분위기는 무척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신입생들과 선배님들의 댄스, 랩, 노래 공연같은 것도 했습니다.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자신의 끼를 보여주는 친구들이 참 멋있더라구요.

부산외대의 사고 때문인지 진행하시는 선배님들이 안전에 대해 더욱 주의를 주셨습니다. 모든 신입생들이 다 모이다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칫하면 사고가 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학생들이 서로 어색어색해서 그런지 패기있게 선배의 말을 무시하고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보이는 신입생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사고는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식사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3년째 신입생 OT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리조트라 그런지 믿음이 갔고, 음식도 학교의 높으신 분들이 직접 떠주기도 하면서 친밀감을 주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각 학과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닐 영상 디자인과의 소개에서 그 동안 과에서 만든 영상 몇 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영상들을 보니 빨리 저도 학교생활을 시작해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에는 각 학과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대학에서 무서운 선배들이 막 술을 많이 먹여서 실려가기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약간 불안하기도 했는데, 전혀 걱정할 게 아니었습니다.

술을 그렇게 많이 먹는 자리도 아니었고, 오히려 선배들이 신입생들 각각의 주량을 보면서 잘 챙겨주셨습니다. 대학마다 그런 문화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선배님들은 앞으로의 대학생활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고, 여러가지 문화라든가, 선배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등을 부담없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선배님들이 다 재미있는 분들이시라 금방금방 친해지고 14학번 동기들과도 꽤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에는 뭐 일찍 일어나서 강의 몇 개 더 듣고, 학교로 이동해서 학생증 발급 신청하고 몇 가지 설명을 들은 후 해산했습니다.


이번 신입생 OT를 다녀와서 느낀 것은 한 가지입니다. '생각과는 많이 다르네' 주위에서 어른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보던 신입생 OT, 무서운 선배들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강의가 많아서 별로 활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니었고, 술을 쓰러질 때까지 먹이는 문화도 아니었습니다. 대학마다 다르고 학과마다 다 다르겠지만 여튼 몇 가지의 사례만 보고 신입생 OT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은 불필요한 것 같습니다.

같은 과의 친구의 말로는 "신입생 OT만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신입생 OT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얼마나 빠르게 학교에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마다 대학교에 적응하는 속도가 다 다르겠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적응해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뭐든지 시작이 중요합니다. '이번 신입생 OT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가?'는 훨씬 더 나중에 알 것 같습니다.

아직 학교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신입생 OT에서 선배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학교에 대한 얼마만큼의 정보인지 모르니까 신입생 OT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OT는 시작일 뿐이고, 저희는 아직 학교를 다녀보지도 않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선배님들이 신입생 후배들을 위해 3개월 전부터 OT를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신입생들이 OT를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결국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적응은 자신이 하는 것이고 조교님들과 선배님들은 도와주는 것 뿐입니다.

그 분들의 노력을 저희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겠지요. 저도 태봉고를 다닐 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후배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비록 준비가 부족할지라도 후배들이 학교에 빨리 적응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랍니다. 
미리보는 LTI PT 발표, 나의 가치관을 말하다

지난 7월 8일 월요일에 우리 태봉고등학교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를 했습니다. 태봉고 역사상 처음으로 '미리보는 LTI PT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원래 저희 태봉고등학교에서는 학기 말이 되면 학년별 또는 반별로 각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활동한 LTI 인턴쉽 활동을 정리하여 발표한는 시간을 가집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새로 들어온 1학년 학생들을 위해 선배들이 모범이 되어 LTI PT 발표를 미리 보여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총 3명의 3학년 학생이 미리보는 LTI PT 발표를 하게되는데, 저도 그 3명의 학생 중에 한 명이 되었습니다. 제가 선정된 이유는 LTI 활동을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애플의 PT 프로그램인 키노트(Keynote)를 학교에서 유일하게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리보는 LTI PT 발표 시간에는 모범적인 PT 발표도 보여주어야 하지만 다양한 발표 형식을 보는 것도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파워포인트(PPT)를 사용하는 허윤 학생과 키노트 발표를 하는 저와 간단한 PT와 공연 발표까지 선보이는 이혜주 학생 이렇게 총 3명이 미리보는 LTI PT 발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우선 처음 발표를 하게 된 학생은 저와 꾸준히 영상을 공부하고 있는 허윤 학생이었습니다. 허윤 학생과 저의 발표 주제는 둘 다 '방송국 인턴쉽 및 영상 제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발표 내용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발표하기 한참 전부터 서로의 발표내용에 대해 충분히 상의를 하고 겹치는 부분이 최대한 없도록 발표 준비를 했습니다.


발표를 듣는 청중들은 저희 학교의 전교생과 교내 선생님들입니다. 약 150여명의 청중 앞에서 발표를 하면 긴장이 될 수도 있지만 이미 1년 또는 2년 이상 함께 알고지내던 사람들이었기에 오히려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PT에 제 이름을 띄우면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3년간 영상을 배우고 6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항상 저의 '김태윤'이라는 이름을 내세웠고, 앞으로도 계속 제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는 의미였습니다.



1. 영상 공부와 직업체험
발표에서 딱히 특별한 퍼포먼스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3년간 공부해 온 방송과 영상 제작에 대한 이야기와 5월에 서울에 가서 EBS 직업체험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EBS 방송국을 견학하고 EBS의 감독님들게 들었던 소중한 이야기들, 촬영 현장 및 녹화 현장을 따라다니며 배웠던 것들을 차근차근 정리하여 사진과 글을 이용해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 말고 앞으로 영상 관련 직종에 꿈을 까진 후배들이 알아두면 좋을 것들도 조금씩 강조하면서 저의 철학과 가치관들이 담긴 이야기들을 꺼내 갔습니다. 


직업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이번 3학년 1학기 동안 제가 제작했던 영상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최마태 블로그 제품 광고 영상들과 EBS 숙제로 만든 영상, 공모전 출품작인 토끼와 거북이, 약자의 꿈 등 정리하고 보니 엄청 많이 만들었더군요.

저는 그 중에서 저의 가치관과 그 동안 배운 노하우가 담겨 있는 영상 몇 가지만 골라서 보여주었습니다. 다행히 학생과 선생님들은 재미있게 봐주셨습니다.


2. 향후 계획

영상들을 보여준 뒤, 저의 향후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국립대를 위주로 지원할 것이고, 앞으로 준비하고 공부해야 할 영상 직종에 대한 것들, 그리고 제가 앞으로 추구하고 지향하는 영상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영상의 이상적인 방향성은 바로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극적으로 담아내는 것입니다. 저는 영상 제작의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만큼 영상의 스토리가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인문계열의 학과를 선택하여 책을 많이 읽고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의 아버지, 어머니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부분인데, 역시 선생님들도 굉장히 동의하시는 분위기였습니다.


3. Stay Hungry, Stay Foolish
마지막으로 발표 초반에 언급한 발표 주제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발표한 3학년 1학기 LTI PT 발표의 주제는 바로 'Stay Hungry, Stay Foolish'였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가 했던 명언으로,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아라는 뜻입니다. 어떤 배움을 얻더라도 항상 더 높은 배움을 원하고 갈망하며, 미련하지만 항상 우직한 모습으로 자신의 주관을 지키라는 뜻이죠.

제가 이번 학기에 영상을 공부하면서 얻은 최종적인 답이 바로 저 말입니다. EBS 방송국에서 직업체험을 하면서 저는 제가 알고있는 지식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중앙대 교수님의 영화학 강의를 듣고, 여러가지 영상공부를 꾸준히 해오면서도 제가 아직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항상 새로운 배움과 지식을 갈망하고 미련하지만 언제나 우직하게 자신이 길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담임 선생님과 어드바이저 선생님께서 한 말씀을 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의 어드바이저 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음악 교과 선생님이시자, 정보부 총괄에다가 방송부 담당까지 맡고 계신 '류주욱 선생님이었습니다.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시는 분이라 항상 바쁘신데도 저희 방송부에 시간을 내서 계속 도움을 주시고 저희에게 여러가지 장비와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지원해주시는 고마운 선생님이십니다.


류주욱 선생님께서는 발표 전에 저에게 말씀하셨던 간결하고 재치있는 발표와 약간의 감동이 섞여있는 메세지를 잘 보여준 것 같아서 만족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영상을 제작할 때, 기술적인 부분이나 내용적인 부분도 완성하기 전에 미리 찾아와서 보여주면 많이 도와주신하고 하셨습니다.

담임 선생님이신 이종형 선생님께서는 제가 발표에서 말했었던 '책을 읽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겠다는 다짐'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국어 교과를 맡고 계서서 아무래도 문학의 중요성을 잘 아시고 인문학적 소양이 저에게 창의적인 생각과 예술적인 감각을 높혀 줄 거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할 일 열심히하고, 진로 계획을 잘 세워서 원하는 진로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뇌활성 명상 교과의 사애림 선생님께서도 저의 발표를 보고 한 말씀 하셨습니다. 평소에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과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대견하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저희 태봉고등학교 안에는 제가 감사해야 할 선생님들과 고마운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3년 동안 태봉고를 다니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것 같습니다.

3년간 총 5번의 LTI PT 발표를 했고, 이번에 한 발표가 저의 마지막 LTI PT였습니다. 그 동안 LTI라는 인턴쉽 수업은 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들과 잊지못할 추억 그리고 많은 배움을 만들도록 도와주었습니다.

LTI 수업을 만들어준 태봉고등학교와 많은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니고 있는 태봉고등학교의 첫 졸업식도 다가왔습니다. 학교가 개교한지 3년만에 드디어 첫 졸업생들이 졸업하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태봉고 1기 학생들에게 3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안학교라는 곳에 처음 발을 들이면서 적응하기 힘들어 고생하고 서로 싸우면서 다사다난했던 3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1년 늦게 태봉고에 들어 온 저희 2기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며 지냈던 짧은 지난 2년을 돌이키면서 이제는 그런 날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슬픔이 가슴을 덮쳤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가 있었기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들 또한 저희 후배들이 있기에 더 든든하게 학교생활을 했을거라 생각됩니다.

졸업식을 하기 전, 졸업주간이라는 이름으로 졸업 5일 전부터 1, 2, 3학년이 모두 소풍도 가고 게임도 하고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졸업식을 하기 하루 전에는 졸업 공연을 했습니다. 3학년들 각 반마다 모두 연극, 노래 등의 공연을 준비했고 3학년 연극부와 밴드부, 랩 동아리가 준비한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기 졸업생들이 모두 모여 3년 동안 태봉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을 한마디씩 들어보는 시간도 가져보았습니다.

졸업생들은 그 동안 가슴속에 쌓아두었던 말들, 그 동안 하지못했던 말들을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작별의 인사를 했습니다.

너무나 슬펐습니다. 단순히 학교의 선배가 아니라 가족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그들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그렇게 슬픔을 뒤로하고 졸업식을 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졸업식을 진행하면서 형식적인 졸업장과 상장 전달 시간을 가지고 특별히 학부모님의 요청으로 태봉고의 모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맞절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대안학교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송사를 읽는 학생회장이 울음을 터뜨리자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도 함께 울음을 터뜨리고 순식간에 졸업식은 울음바다가 되버렸습니다.

저는 왠만하면 울지않으려고 했지만 송사를 읽으면서 가족을 떠나보낼 때 송사를 쓰지는 않는다며 송사를 쓰기 싫었다고 말하는 학생회장의 말을 듣고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는 3학년 형, 누나들을 볼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슬펐습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영영 이별하는 것처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졸업식의 전체적인 진행은 선생님들이 하셨지만 세족식 등의 행사는 저희 행사부 측에서 진행했습니다. 1기 졸업생들이 3년 전, 입학을 할 때에는 선생님들이 1기 학생들의 발을 씻겨드렸지만 이번에는 졸업생들이 선생님들의 발을 씻겨드렸습니다.

선생님들의 발을 씻겨드리는 세족식의 진행은 제가 맡아서 제가 직접 작성한 멘트를 읽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지난 3년 간 태봉인으로 지내며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또 얼마나 아팠습니까?
대안학교라는 이름 하에 자유와 꿈을 갈망하던 태봉고 말썽꾸러기 1기 학생들을 이끌어갔던 수많은 선생님들, 3년 동안 꾹 꾹 참아왔던 피로와 근심 걱정을 지금 이 순간에 모두 씻어내십시오.
발을 씻겨드립니다. 학생이 선생님의 발을 씻겨드립니다. 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3년 전, 선생님들이 무릎을 꿇고 학생 여러분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바로 학생 여러분을 섬긴다는 의미였습니다.
이제 학생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3년 동안 노력해왔던 흔적, 고생했던 상처, 지저분한 때 하나하나 전부 보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씻겨주십시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선생님을 다시 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3년 동안 받았던 그들의 관심과 사랑, 배움과 믿음, 그 모든 은혜를 지금 이 순간에 모두 보답하십시오.
발을 씻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을 씻어주고 깨끗하게 해준다는 것, 반대로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고 이해하게 하는 것 등, 많은 의미가 담긴 세족식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인생의 가장 큰 은인이자 스승입니다.
사랑하십시오. 또한 고마워하십시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발을 씻겨드립시오. 당신의 정성이 담긴 손길로 선생님의 발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발에 있는 때를 벗겨낼 때마다 학교생활을 하며 그대들이 선생님께 드렸던 상처를 하나씩 하나씩 지워낼 것입니다.
여러분, 스승은 선물입니다. 스승은 정신적인 부모이며 자신이 가장 믿고 따라야하는 인도자이며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참된 배움의 전도자입니다.
이제 우리의 스승들을 섬깁시다.
마지막으로 가슴 속에서 크게 외쳐주십시오.
선생님, 사랑합니다.


세족식을 진행하는 동안 1, 2학년 재학생들은 무대에 올라가서 뭔가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1기 졸업생들을 위해 준비한 졸업노래였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가수의 '졸업'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졸업식을 하기 한 달 전부터 노래의 솔로와 여자, 남자 파트를 나누고 열심히 준비한 노래입니다.

노래 가사의 내용은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넌 행복해야 해, 널 잊지 않을게' 처럼 결코 평범하지 않지만 감동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 진정한 대안학교의 졸업 노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졸업노래를 다 부르고 난 뒤, 남학생들만 모두 앞으로 나와 그 동안 저희들을 잘 보듬어주신 졸업생 형, 누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절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행사부 측에서는 처음으로 졸업을 하게되는 1기 졸업생들을 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지만 나름 레드카펫을 준비하였고 3년 동안의 추억을 보관하기 위해 타임캡슐 이벤트도 준비했습니다.

비록 볼품없는 플라스틱 상자에 스티로폼 박스로 된 타임캡슐이었지만 졸업생들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식을 하기 전에 졸업생들에게 각자 3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며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물건이나 타임캡슐에 꼭 담고싶은 물건을 하나씩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타임캡슐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물건이 담겼고 금새 꽉꽉 채워졌습니다. 그 만큼 학교에서의 추억이 많았다는 뜻이겠죠. 타임캡슐은 학교와의 합의를 통해 학교 내에 묻을 예정입니다.

타임캡슐에 담긴 졸업생들의 물건들처럼 그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태봉고등학교는 1년에 한 번씩 지리산으로 이동학습을 갑니다. 작년에도 1학년으로 2학년 선배들과 함께 지리산을 갔었지만 이번에는 제가 2학년이 되어 지리산에 갔습니다.

게다가 지리산 대피소의 자리가 부족해서 몇 명만 제외하고는 3학년들은 지리산 이동학습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2학년과 1학년들만 지리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후배가 아니라 선배로써 후배들을 데리고 지리산을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물론 지리산을 가는 각 조마다 담당 선생님이 동행하지만 선배의 역할은 다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년에 학교에서 지리산을 갈 때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서 지리산 능선을 쭉 돌아 천왕봉까지 갔다가 중산리로 내려오는 최상코스 종주를 했습니다.

친구가 찍은 지리산 풍경들


역시나 최상코스로 지리산을 갔다오니 몸이 남아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간단하게 지리산 경치도 구경하고 여유롭게 난이도 중코스 정도를 다녀올까 생각을 하고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코스를 고민하던 중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1학년 후배들 몇 명이서 지리산 같은 조를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 후배들의 요청을 수락하였고 그들과 같은 조가 되어 지리산을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배들이 선택한 지리산 코스는 제가 작년에 가서 엄청나게 고생했던 최상 난이도의 화엄사 코스였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지리산 최상코스를 가게 되었습니다.

다행이 작년에 가본 코스라 부담이 덜 하기는 했지만 이미 가본 코스이기 때문에 더 걱정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선배의 입장으로 후배들도 챙겨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여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듯이 저는 이왕 최상코스를 가게 되었으니 더 열심히 준비하는 마음으로 지리산을 가는 준비를 철저하게 했습니다. 짐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 음식도 저희 조의 선생님까지 합쳐 총 7명에게 3만원씩 거두어서 장을 보고 산에서 간단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등산에 필요한 초콜릿과 사탕 등의 간식도 챙겼습니다.

확실히 작년에 이미 지리산을 가 본 경험이 있었기에 준비하기가 훨씬 수월했고 더 철저히 필요한 것을 잘 분배하여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전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름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드디어 지리산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조는 첫 날 점심밥을 등산을 하는 중간에 쉬면서 간단하게 김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배라는 이름으로 직접 김밥을 한 손에 들고 산에 올라갔습니다. 산을 오르는데 한 손에 짐이 있으니까 무척 불편하기는 했지만 우리조를 위해 전혀 귀찮아 하지 않고 꿋꿋하게 올라갔습니다.

한 반쯤 올라가니 같은 조의 친구가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아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거기에 앉아서 김밥을 미리 먹지 않고 뒤에 오고있는 같은 조의 멤버들을 기다렸습니다.

무척 배가 고팠습니다. 하지만 뒤에 오는 같은 조원들을 놔두고 먼저 김밥을 먹어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화엄사 코스의 첫 날은 길이가 짧아서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조원들을 기다려도 충분히 여유가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도 조원들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 모습은 아쉽게도 둘 쨋날부터는 잘 볼 수 없었습니다.


둘 쨋날부터는 정말 지리산 최상코스의 면모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엄청난 길이를 자랑합니다. 둘 쨋날은 노고단 대피소에서 출발하여 세석대피소까지 약22km 엄청난 산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첫 날처럼 같은 조를 기다리다가는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괜히 기다렸다가 야간산행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이기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조는 무엇보다도 안전과 함께 가는 것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역시나 점심을 먹기로 한 연하천 대피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원이 오면 바로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먼저 도착한 저와 친구는 미리 점심을 먹고 기다렸습니다. 잠시후 나머지 조원들이 도착했고 저는 점심으로 먹을 라면을 준비해 놓고 다시 세석대피소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둘 쨋날의 마지막 목적지인 세석대피소에 도착해서도 역시 점심 때처럼 먼저 도착한 저와 친구가 먼저 저녁밥을 먹고 나머지 조원들이 먹을 밥을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다른 조들은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나머지 조원들이 오면 함께 밥을 먹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지만 저희 조는 먼저 도착한 조원들이 나머지 조원들이 오자마자 편하게 밥을 먹게 하기 위해 미리 요리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다행히 힘이 제일 많이 남아돌았던 제가 밥을 하고 스팸을 굽는 등 대부분의 요리를 도맡아 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나머지 조원들이 도착을 하였고 제가 해준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조원들을 무척이나 고마워했습니다. 딱히 고마워하기를 바라면서 저녁밥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는 조원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뿌듯했습니다.


작년에 지리산에서 저희들을 챙겨주었던 선배들이 이런 심정이었을까요? 선배의 역할은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하면서 후배들을 챙겨주는 것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해 준 따뜻한 밥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조원들을 보면서 제 마음도 따뜻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지리산을 다녀오면서 지리산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후배를 대하는 선배로써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서 조금 더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선배라는 존재는 후배가 힘들어 할 때 따끔하게 충고할 게 아니라 따뜻하게 감싸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학교에서 선배와 후배의 관계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고 제가 평소에 후배들을 대하는 모습에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후배들은 선배들을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편하고 자신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아 줄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연극 동아리 '끼모아' 각자의 끼를 모아 발산한다는 뜻의 끼모아는 태봉고등학교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열심히 활동하는 동아리 중 하나입니다.

연극부 학생들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연극 연습을 하며 대회가 얼마남지 않았을 때에는 거의 하루종일 연습을 하며 자신들의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연극부 학생들은 저번에 경남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전국 연극제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아왔습니다. 순위로 따진다면 전국에서 5위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연극부 학생들은 연극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연극부 끼모아에서 영상 및 사진 촬영을 맡고있습니다. 저는 연극부 회원도 아니고 귀찮은 일인데 제가 연극부 촬영을 왜 했을까요?


- 연극부 촬영에 간 이유
연극부와 함께 있으면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 제작의 꿈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는 연극이라는 매체가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 감독으로써의 연출 실력이 성장하려면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연극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저에게 도움이 되고 중요한 일이라도 제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일하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의 연극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을 것이고, 연극부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 연극 공연을 했던 현장 아트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배우는 게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귀차니즘을 이겨내어 연극부 촬영이라는 임무를 맡고, 또는 촬영이라는 명목으로 끼모아의 개천 연극제에 동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학생들이 준비하는 연극
연극부는 연극 활동의 대부분을 학생들 스스로 해결합니다. 기본적으로 연극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가르쳐주시는 것은 선생님들의 몫이지만 나머지의 일들은 학생들의 일입니다.

예를 들어 연극의 연출은 물론, 무대 조명, 음향부터 무대 설치와 분장까지 선생님들의 도움을 통해 모두 학생들이 해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학교의 연극부 끼모아의 연극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연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안학교의 연극부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강압적인 지도아래 하기도 싫은 연기와 스태프 일을 하면서 꾸역꾸역 상을 타는 것보다 연극을 재미있어하며 스스로 노력하여 얻은 상이 더 갚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의 자율적인 끼가 펼쳐지고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자율적인 환경이 대안학교의 특징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성교육' 을 다룬 작품 '있는 그대로'
연극부 끼모아가 이번에 만든 작품은 유명한 여성 희곡작가이신 엄인희라는 분의 '성교육' 을 주제로 한 '있는 그대로' 라는 뮤지컬입니다.

보통 학생들이 하는 연극에 '성' 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무대가 오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우리나라에 미성년자 학생들은 성에 대해 가까이하면 안되고 함부로 가까이하면 안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태봉고등학교의 끼모아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당당하게 성이라는 주제로 연극에 도전했습니다. 학생이기에 더 성에 대해 잘 알아야하고 더 많이 배워야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학생들이 성에 가까이 하는 것을 계속 막고, 학생들에게 성에 대해 계속 나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학생들은 오히려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렇게 되면 성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여 결국 음란물에 접근하게 되고 심한 경우 성범죄자가 되기도 하는 나쁜길로 빠져버립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연극부 담당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성을 다룬 희곡 '있는 그대로' 라는 작품을 선택하셨습니다.

있는 그대로라는 작품은 고등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는 성을 다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8명의 악동 친구들, 그 학생들은 모두 서로 이성교제를 하고있습니다.

학창시절에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그리고 친구들과 활기차고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8명이 함께 야영장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게 됩니다.


남녀가 섞여서 1박 2일로 놀러가면 큰일난다는 고정관념이 박힌 부모님들에게 힘겹게 허락받아서 간 여행에서 정미와 관학이는 성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이 때쯤에서 역시나 정미는 임신을 하게되고 학창시절에 성을 접하고 고난을 겪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조금은 뻔한 내용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내용이 뻔하기에 연극을 보는 저희들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뻔한 내용이라서 우리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내용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작품은 보통 연극이 아니라 뮤지컬로서 대사뿐만 아니라 노래를 통하여 연극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더 극적으로 표현해주었습니다.

연극의 초반 내용은 미성년자 학생들도 충분히 성에 대해 많이 알고있고 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후반에 가면 아직 우리들은 성에 대해 배울 것이 많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끼모아가 만든 연극 '있는 그대로' 에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학생들의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꿀 수 있는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내가 맡은 역할
연극부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아까도 언급했지만 사진 및 영상 촬영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연극부의 연습부터 무대 리허설, 공연 준비, 그리고 공연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역할이 바로 제가 맡은 일이었습니다.

결국 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모습이 남는 것은 사진이나 영상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연극부 촬영에 온 힘을 다했습니다.

연극부 학생들이 연습하는 모습, 무대를 설치하는 모습, 회의하는 모습 등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최대한 많은 장면을 기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촬영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연극부 동아리 회원도 아니면서 연극부 선생님께서 사주시는 밥을 먹으니까 밥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손이 부족할 때면 저도 함께 열심히 도와드렸습니다.


그리고 소품 중에 '가족 앨범' 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가족 앨범 소품의 현실성과 퀄리티가 너무 떨어진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가지고 사진관으로 뛰어가 앨범 소품에 사용할 사진들을 적당히 골라 인화해왔습니다. 물론 선생님 돈으로 말입니다.

별로 그렇게 큰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연극부에 그나마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기에  나름대로 제가 연극부에서 했던 일 중에서 가장 뿌듯했던 알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 연극부와 함께 하며 배운 것들
연극부와 개천에서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아마도 연극을 많이 본 것일 겁니다. 연극부와 함께 있으면서 다른 학교의 연극도 보고 우리 학교 연극도 질리게 보면서 배운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저희 끼모아의 있는 그대로 작품 대사 하나 하나까지 다 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만큼 한 연극 작품을 많이 봤다는 것은 그 작품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라는 뮤지컬에 개인적 또은 독자적인 견해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연극부 학생들이 연습하는 모습 선생님이 지적해주시는 모습 등 여러가지 낯선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라는 작품에는 나름대로 많이 본 만큼 많이 안다는 자부심같은 것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운 게 있다면 역시 연극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연극부의 담당 교사인 서용수, 김수희 선생님들과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고, 연극부의 후배, 선배들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과 선배, 후배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상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이 말은 어디서나 항상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게 느껴지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달까?

이번 개천연극제에서 저희 태봉고등학교 끼모아 팀은 단체 대상, 즉 대회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리팀이 너무 공연을 잘 마쳐서 약간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대상을 차지하니까 전율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수상식 때 찍은 사진


저희 끼모아 팀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당연히 모두 기뻐하셨습니다. 수상 소식을 미리 들으셨는지 교장선생님께서도 오셔서 함께 축하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승을 했다고 해서 절대 자만감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우승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에 연연하지 않고 늘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연극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연극부 학생들도 실력이 더 늘어갈 것이고 상이 자만감이 생기는 도구가 아니라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드디어 저도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네요. 2학년이 되어 반이 바뀌어서 새롭게 사귀는 친구들을 적응하기도 전에 벌써 신입생들이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이제 후배가 생긴 것입니다. 드디어 태봉고등학교가 처음으로 1, 2, 3학년이 모두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뭔가 가슴이 찡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1년 전, 학교에 입학해서 입학식을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후배들이 학교에 입학해서 입학식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나이가 들어갈수록 뇌세포가 많이 죽는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여튼 저희 태봉고등학교의 입학식은 아주 특별합니다.

앞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동안 함께 학교 생활을 할 후배들이기에 더욱 아껴주고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 체육관에 전교생이 모였습니다.


한 학년에 45명밖에 없는 학생이 아주 작은 학교지만 1, 2, 3학년이 모두 모이니 꽤 학생이 많아 보였습니다. 이제야 좀 제대로 된 학교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학생이 별로 없을 때에도 충분히 학교다웠지만 확실히 선생님, 학생이 모두 갖춰지니까 진정한 학교의 모습을 가지는 것 같아 뭔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감정도 생겼습니다.

먼저 선생님들과 신입생들이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들이 한 줄로 서있고 신입생들이 선생님들에게 안기며 지나갔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학교는 정말 선생님들과 학생들간의 관계가 끈끈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희 2학년은 이번에 입학한 후배들과 2년 동안 함께 지내야 합니다. 중학교 때에는 후배들과 전혀 친하거나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에는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무섭고 다가가기 힘든 엄격한 선배의 모습이 아니라 후배의 입장을 고려해주고 먼저 다가가주며 편안한 이미지의 선배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왠만하면 선배가 아니라 형, 동생 또는 오빠 등의 편한 호칭으로 지낼 것이며 절대로 강압적인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배라고 해서 무조건 제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고 가끔씩 함께 농구도 하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역시 남자끼리는 몸으로 부딪히는 운동이 제 맛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저희 학교는 공동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배들과도 친해져야 하겠지요. 

 

사실 학교 생활에서 중요한 관계가 친구관계, 선생님과 학생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선후배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초딩이라 개념이 없었음) 중학교 시절에는 후배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습니다.

중학교 때에는 특별히 동아리 같은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 행사를 하더라도 같은 학년끼리만 하고 선후배가 함께 하는 활동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과 친해질 기회도 전혀 없었습니다. 친한 선.후배 사이가 아니라면 서로 인사도 주고 받지 않을 정도로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중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태봉고등학교에 와서는 선배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무척 많아서 선배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 학년에 전교생이 45명밖에 없어서 더 빨리 친해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1학년이라서 1년동안 학교에서 후배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2학년도 신입생이 정해지고 후배들과 미리 소통을 할 방법을 찾다가 그린나래를 떠올렸습니다.

원래 그린나래는 신입생들이 아니라 중학교 2, 3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였지만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한다면 후배들과 미리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제 17년 인생에서 드디어!! 후배라는 존재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선배로써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린나래에 참가한 신입생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태봉고등학교라는 곳이 익숙하지 않았고 친구들과도 너무 어색해 보였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신입생들의 모습은 마치 저희 학년이(태봉고 2기 학생들) 학교에 처음 입학했던 당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무척 애틋했습니다.

여튼 저희 그린나래 스텝들은 그린나래에 참가한 신입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혹시라도 이름을 잊어버려서 상처줄까봐 이름표를 만들어 모두 나눠주고 볼 때마다 인사를 건네어 주었습니다. 물론 신입생들도 마찬가지로 선배들에게 따뜻하게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차이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친해지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실 함께 운동을 신나게 한바탕 뛰고 나면 금방 친해지는데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해서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친해지는 시간을 한 번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체육관을 사용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 가서 체육관을 3시간 정도만 빌려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체육관을 빌리는 이유도 물어보시지 않고 흔쾌히 체육관을 빌려주셨습니다.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쿨하신 선생님들이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오신 선생님들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분좋게 빌린 체육관을 이용해서 레크레이션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레크레이션은 미리 계획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체육관이 아니라 시청각실에서 하기로 했었습니다.

각 모둠끼리 레크레이션 때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해서 레크레이션 시간에 장기자랑을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1등 모둠에게는 선물을 준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5개의 모둠이 전부 열심히 장기자랑을 준비했습니다. 조금씩 분열? 해가는 모둠도 있었지만 그 모둠의 담당 스텝이 도와주면서 모든 모둠이 장기자랑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레크레이션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기자랑을 선보이기 전에 먼저 함께 뛰어다닐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을 했습니다.

레크레이션을 담당한 친구가 준비한 게임은 그냥 보통 레크레이션에서 볼 수 있는 짝짓기 게임? 짝찻기 게임? 이었습니다.


아무튼 음악을 틀어놓고 돌아다니다가 사회자가 "세 명!" 이라고 외치면 세 명이 껴안으면서 모이고 "10명!" 이라고 하면 10명이 모여야 하는 대충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그 게임은 친했던 친구와의 우정을 확인할 수도 있고 배신과 화해의 장을 볼 수 있는 간단하지만 거대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둠 간의 공동체 정신을 더 끈끈하게 하기 위해 각 모둠마다 노래를 정해놓고 어두운 곳에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모둠을 찾아가는 게임도 했습니다.


모두 간단하고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는 게임들이었지만 모두들 신나게 놀았습니다. 정말 선.후배 가리지 않고 다같이 뛰어놀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게임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모두들 기다리던 장기자랑 공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모든 모둠들이 각자 준비한 공연을 펼쳤습니다.


어떤 모둠은 정말 가수처럼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또 어떤 모둠은 조금씩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하면 어떻습니까?

모든 모둠이 다 열심히 장기자랑을 준비했고 잘하든 못하든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선물도 공평하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선물은 다름 아닌 '상' 이었습니다. 상의 이름도 눈밝힘상, 울림상, 휘몰이상 등 저희 그린나래에서 직접 상에 이름을 붙여줘 줬습니다.


아무리 공평하게 상을 줬다지만 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상을 받은 모든 모둠의 학생들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레크레이션은 아주 재미있게 끝이 났습니다.  


그린나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신입생들은 웃으며 작별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저희 그린나래 스텝들도 웃으면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 2년동안 저희들의 학교 후배가 되어 함께 지낼 신입생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그린나래 캠프는 2박3일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동안 정말 소중하게 보냈습니다.

선배, 후배 관계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형, 누나라고 부르며 가족처럼 지냈던 우리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그런 화목한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몇 년 후에는 그린나래에 참가했던 우리 후배들이 그린나래 캠프를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후배들과 소통할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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