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들과 '관상'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잔뜩 나오는 영화라 예전부터 계속 보고싶어 했던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만화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이고, 책의 내용과 영화의 내용을 비교하며 역사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영화 관상의 매력1 - 관상이라는 소재
관상이라는 영화는 그 영화 나름대로의 매력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한국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광해라는 영화는 '지위가 낮았던 사람이 왕이 되어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서양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상이라는 영화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과거와 인생 팔자를 한 번에 꿰뚫어보는 '관상'이라는 참신하고 동양적인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 내경(송강호 분)이 관상으로 사람들을 인생 점을 쳐주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주면서 점점 유명해져 나름대로 쉽게 지위가 높아지는 모습은 인생역전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관상의 매력2 - 배우들의 연기력
관상에는 송강호, 김혜수, 조정석, 백윤식, 이종석, 이정재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화려한 캐스팅 때문에 개봉전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방금 소개했던 분들이 전부 주연으로 설정되어 있을 정도록 인물 한명 한명의 비중이 크고, 역시나 영화속에서도 톡톡 튀면서 완벽한 연기력으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하지만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중간중간에 급박한 스토리 전개를 이해하는데 혼란이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배우분들의 연기력 덕분에 영화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맛이 있습니다. 특히나 관상가 내경 역을 맡은 송강호 씨의 연기를 보면서 '역시...'하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설국열차 촬영 후에 바로 관상을 촬영했다고 해서 설국열차의 '남궁민수 역' 분위기가 남아있을 것 같았는데, 영화 관상 속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송강호 씨는 영화에서 연기를 할 때마다 진짜 그 영화 속에서 사는 사람같습니다.  
그 만큼 그 분이 연기를 하면서 열정과 열의를 가지고 캐릭터에 집중한다는 뜻이겠죠.


영화 관상의 매력3 - 수양대군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의 5대 왕 문종이 즉위해 있을 시기입니다. 그 때는 문종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아직 정치를 하기에는 어린 세자가 남겨져 있었기에 문종이 죽고, 왕의 자리를 넘보는 자들이 넘쳤습니다.

특히나 세종대왕의 둘 째 아들이자 문종의 동생인 '수양대군'은 왕의 자리에 대한 욕심이 넘쳐나는 인물이었고, 문종은 그를 두려워 하여 관상가 내경을 시켜 김종서와 함께 수양대군을 경계하라고 했습니다.

책에서 그려진 수양대군의 모습


영화의 중간에 수양대군(이정재 분)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느껴졌던 수양대군의 엄청난 포스와 위엄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양대군의 얼굴을 보고 단번에 왕의 자리를 빼앗을 역적의 상이라는 것을 알아 본 내경은 그를 막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미 수양대군의 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수양은 점점 왕의 자리에 가까워 집니다.


늑대와 비슷한 동물인 이리의 상이라고 하는 수양대군은 자신의 집을 왕이 앉는 자리처럼 꾸며놓고, 왕의 옷을 입고 잔치를 여는 등 왕에 대한 욕심을 끊임없이 드러냅니다.

영화 신세계부터 이어진 이정재씨의 포스 덕분인지 야심에 찬 수양대군의 모습은 무척이나 멋있으면서도 내경에게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물어보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영화 관상의 매력4 - 역사적 메시지
영화의 후반부에는 수양대군이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는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역사적인 기록으로 수양대군이 승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보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바꾸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노력하면서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려는 관상가 내경의 모습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계속 숨겨진 인물로 등장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계유정난에서 수양대군이 왕이 되도록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인물로써 제가 본 조선왕조실록 만화책에서도 비중 큰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 사람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작은 소름? 또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내경과 정체불명의 남자가 대화하는 씬이 있는데, 거기에서 내경이 "사람의 인생을 비롯한 역사는 파도와도 같다."라는 말을 합니다.

인생과 역사는 파도처럼 크게 올라왔다가 또 금방 내려가면서 쓰려간다는 것이죠. 조금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뭔가 멋진 말인 것 같습니다.



제가 '광해'라는 영화를 엄청 재미있게 본 이후로 사극 영화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생겨서 무척이나 설레는 기분으로 영화관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영화는 기대했던 것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광해처럼 완전 웃기고, 긴장감있고, 메시지도 주는 사극을 기대했던 터라 관상이라는 영화를 보며 광해만큼의 감명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관상이라는 영화가 가지는 여러 가지 독특한 매력을 통해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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