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부터 계속 언급했듯이 작년 겨울에 지리산 갔을 때와 이번에 지리산 갔을 때, 지리산의 모습은 정말 달랐습니다.

그 이유는 역시 계절때문이겠죠. 겨울과 여름은 계절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기때문에 지리산의 경치또한 심하게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작년에 갔을 때 봤던 곳이 기억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작년 지리산에 가서 춥고, 힘들고, 배고프고, 피곤했던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기억에 전혀 없는 장소도 많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작년과는 전혀 다른 코스를 갔기 때문입니다. 훨씬 더 길고 훨씬 더 힘든 코스를 이번에 갔습니다.

작년에는 지리산에서 총 13km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무려 35km 가까이 걸었습니다. 우리들은 화엄사에서 출발했는데 지리산을 쭉 돌아서 장터목까지 간 다음, 중산리로 내려왔습니다.

일정을 조금 세부적으로 적자면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4시간정도 걸려서 올라갔습니다. 거기에 가서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냥 놀았습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그냥 말뚝박기나 닭싸움, 팔씨름 같은 놀이를 하며 육체적으로 힘들어가면서까지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리고는 수육을 다같이 먹고 모두들 다 잠이 들었습니다. 저도 피곤해서 그날 밤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피소에서의 잠자리가 많이 불편했던지 금방 깨고말았습니다.

잠이 들기 직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잠에서 깨어나자 시간은 겨우 새벽 3시..... 잠도 안오고 그냥 그 자리에서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짐도 다 싸고나니 더이상 할게 없었습니다.

짐을 다 챙겼다고 해서 먼저 출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는 가방을 들고 대피소밖으로 나갔습니다. 대피소 밖은 너무나 추웠습니다. 마치 겨울의 추운 날씨를 연상시키듯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자 아름다운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얼른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들어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카메라의 성능때문인지 저의 사진찍는 실력 때문인지 별의 모습은 전혀 찍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그 때 봤던 별의 사진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결국 별사진을 찍는건 금방 포기하고 아침밥을 미리 준비하러 취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한 선배가 미리 일어나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선배에게 초콜릿을 요구했습니다. 확실히 우리 학교는 인심이 좋아서 초콜릿을 금방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거의 30분동안 초콜릿만 먹었습니다.


산에 오니까 평소에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던 초콜릿을 많이 먹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초콜릿을 먹으면서 초콜릿을 준 그 선배와 초콜릿에 대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 선배의 말로는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분명히 두뇌회전이 빨라지면서 머리가 일시적으로 좋아지지만 그 만큼 뇌가 빨리 노화된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결론은 초콜릿이 몸에 해롭다는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배의 충고도 저의 초콜릿 사랑을 말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30분동안 초콜릿을 '흡입' 하고나서 바로 아침밥 준비를 했습니다. 우리조의 모든 멤버들과 함께 아침밥을 먹고나서 바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등산이라기보다는 지리산의 능선을 타고 걷는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어서 꽤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내리막도 많이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하천 대피소라는 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거기까지 도착하는데 물이 모자라서 고생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연하천 대피소에는 바로 눈앞에 식수대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식수대가 마치 천국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 식수대에서 물을 실컷먹고 또다시 조의 멤버들과 점심을 먹은 뒤, 바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곳은 바로 '세석대피소' 그곳은 제가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세석대피소는 작년 겨울, 아버지와 지리산에 갔을 때 하룻밤을 묵었던 곳입니다.

아버지와 밤늦게 추운날씨와 싸우며 금방이라도 부숴질 것 같은 지친 다리를 이끌며서 거의 죽기 직전에 세석 대피소가 보였을 때 저는 이제는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북받쳐서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게 벌써 작년 겨울의 일이 되버렸네요. 정확히는 작년 1월 1일의 일이니까 일년도 훨씬 넘은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세석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그 때의 감동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세석 대피소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한 번 자봤던 대피소라 그런지 세석 대피소에서는 간만에 편한 마음으로 잘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갔던 지리산 등산은 아주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겨울에 아버지와 지리산을 갔을 때가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아버지와 갔을 때에는 13km밖에 걷지 않았고 이번에 학교에서 지리산을 갔을 때에는 30km나 걸었지만 역시 아버지와 지리산을 갔을 때가 훨씬 힘들었던 것 갔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갔을 때에는 날씨가 춥지않았고 식량도 풍부했지만 아버지와 갔을 때에는 겨울이라 눈이 엄청 쌓여있었고 추웠으며, 식량도 없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리산을 조금 쉬엄쉬엄 갈 수 있었지만 그래도 짐이 너무 무거웠고, 거리도 너무 길어서 다리와 발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리와 발에 생기는 근육통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제 주위에 있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경치 덕분에 힘을 내서 계속 걸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힘든 여정이라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을 수는 없었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멋진 곳은 전부 찍어두었습니다.

지리산은 겨울에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겨울에는 지리산이 눈으로 덮혀있어서 그 내면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가을에 오니까 더 멋졌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얼어서 볼 수 없었던 지리산의 흐르는 시냇물들이 정말 멋졌던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큰 바위들 사이로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볼 때면 피곤에 찌든 제 몸과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아직은 초가을이라 단풍이 들지않은 초록빛의 나뭇잎들이 왕성하게 자라있는 나무들 사이로 걷다보니 제 눈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눈때문에 미끌어질 것 같아서 올라가보지 못했던 큰 바위에 올라서보니 지리산의 넓은 모습이 한 눈에 보였습니다.

그 멋진 모습에 저는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카메라를 들고오지 않아서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제가 찍은 사진만 사용할 것 입니다. 


겨울산의 찬공기가 아닌 지리산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딱딱한 아스팔트가 아닌 지리산의 멋진 산길을 걸으면서 마치 제 몸의 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난생 처음 제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제 몸의 피가 온 몸을 돌면서 혈액순환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만큼 지리산은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고 작년에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저에게 전혀 다른 감동을 남겨주었습니다.

확실히 제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치를 제가 직접 제 카메라고 찍고, 글을 쓰는데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을 사용하면 그 때가 더욱 잘 생각나서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여행이나 등산을 가면 직접 사진을 찍는게 제일 좋다고 하셨는데 이제야 아버지의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행이나 등산을 가게된다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제가 직접 사진을 찍고 그 멋진 풍경을 기억할 것 입니다.

오늘도 역시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났습니다. 어머니가 회사에 가시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는데 밖에는 눈이 펑펑 오고있었습니다.

어머니가 회사에 가시고나서 저는 아버지를 깨워서 함께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하고 아버지는 회사에 가실 준비를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다 챙겨서 회사에 나가실 때 저도 세탁소에 옷을 맡기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나갔습니다. 밖에는 금방 그칠 줄 알았던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세탁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 수 없이 맡겨야하는 옷들을 그대로 들고 집으로 돌아가서 방학을 즐겼습니다.

그러다보니 벌써 점심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점심거리를 살 겸 산책을 나갔습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밖으로 나가보니 역시 눈은 계속해서 오고있었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기위해 아이팟도 같이 가져갔었는데 아이팟을 꺼내면 눈때문에 고장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눈이 내린 우리집 근처의 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아름다운 경치를 제 눈으로만 보기 아까워서 아이팟을 꺼내어 계속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손이 시려운줄도 모르고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눈은 예쁘게 쌓여서 걸을 때 마다 소복소복 발에 밟혔습니다. 정말 푹신푹신했습니다. 눈이 내린 어제 1박2일에서 본 설악산의 풍경보다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굳이 힘들게 겨울산에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지 눈이 내렸을 뿐인데 겨울산보다 우리집 근처의 공원이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가 바지가 눈에 젖은 것을 보고 저는 얼른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행히도 세탁소는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저는 집에 갔다가 맡길 옷들을 챙겨서 다시 세탁소로 갔습니다. 그 사이 눈은 더 많이 내린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는 눈 때문에 미끄러워서 넘어질뻔 했습니다.

하지만 손에 들고 있는 옷들을 위해서라도 쉽게 넘어질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얼른 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눈은 도저히 그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겨울이 다 끝나가는 마당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다니... 조금은 신기했습니다. 블로그를 쓰고있는 지금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리는걸 보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눈이 와서 많이 춥기는 하지만 그래도 눈이 온다는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어제는 돌아가신 할어버지의 첫 생신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해에 내려가서 하룻밤을 자고 간단하게 차례를 지낸 뒤 다시 마산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랜만에 시골에 다녀오니까 몸이 좀 피곤했습니다. 그래서 TV나 보고있었는데 '세상에 이런일이' 라는 프로그램이 방송중이었습니다.

저는 그 프로그램을 보고있었습니다. 그 방송은 일상과는 다른 모습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오늘은 산속에서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의 생활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도시에서 살다가 나쁜 일을 당하셔서 도시에 대해 안좋은 기억이 생기셨고 몇 년 전부터 산속에 들어와 혼자 사셨다고 합니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 산속에서 혼자 움막에서 사시는 모습을 참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작년 여름에도 방송에 나오셨는데 겨울이 되어 다시 방송에 나오셨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눈이 쌓여서 아주 추운 겨울산에서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시고 계셨습니다. 밥은 늘 컵라면을 한끼만 드셨습니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산불이 나서 다른 사람들이 고생할까봐 늘 눈이나 차가운 빗물을 컵라면에 넣어 30분간 불려서 드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고생하는 PD에게 자신의 식량인 컵라면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셨습니다. 할아버지 자신도 무척 힘들게 사시는데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 할아버지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할어버지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산에 가서 생필품과 먹을 것 들을 사드리고 따뜻한 말을 전해주는 사람들을 보시면서 할아버지는 혼자 슬픈 눈물을 흘리십니다.

저도 그 모습을 보고 TV앞에서 혼자 조용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도시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가 산 속에서 살며 지워진다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도시로 돌아가셔서 편안하게 생활하시라고 말씀드려고 끝까지 할아버지는 아직 도시에 갈 때가 아니라며 움막으로 돌아가십니다.

그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어보면 항상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괜찮아요. 이 정도 할만해요" 한 눈에 봐도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도 늘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괜찮다고 하시는 할아버지는 정말 마음이 따뜻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저도 다음에 그 할아버지께서 움막속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산에 가서 그 할아버지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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