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둘쨋날의 마지막 일정은 'be a Peace builder'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Peace builder' 의 뜻은 대충 해석해보면 '평화를 만드는 사람' 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선생님들께서는 'be a Peace builder' 이라는 일정이 특별히 무슨 활동을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그냥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세 팀 모두 모이라고만 했습니다.

세 국가가 다 모이고 나서 우리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교육을 받는 안에서는 뭘 준비하는지 선생님들이 계속 들락날락 거렸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뒤 갑자기 선생님들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갑자기 조용해지셨고 청소년들에게도 조용하게 행동해라고 하셨습니다.

조금은 긴장된 마음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불은 모두 꺼져있었고 수많은 촛불들이 모여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각 국가팀끼리 촛불을 둘러싸고 모여 앉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해외자원봉사를 가기 전에 버리고 가고 싶은 것을 생각해서 각 국가끼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분위기가 어색한지 태국팀의 모두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그 때 태국으로 자원봉사를 가기 전 '놀고싶은 마음' 을 버리고 가고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 또한 각자가 버리고 싶은 것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각자가 들고 있는 종이에 '자신이 어떤 'Peace builder' 가 되고싶은지 적어서 벽에 붙인 뒤에 발표를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종이에 '자유' 라고 적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Peace builder' 가 되고 싶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태국으로 자원봉사를 가다보니까 가서 계속 일만 하는게 아니라 태국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자유를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국가의 모든 청소년들도 각자가 어떤 'Peace builder' 가 되고싶은지 적어서 한 명씩 앞으로 나와 발표를 했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둘쨋날의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일정을 다 끝내고 각 국가끼리 모여서 간식을 먹었습니다. 간식은 제가 위염이 걸린동안 그토록 먹고싶었던 '치킨' 이었습니다.


무척 기대가 되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치키는 튀긴 치킨이 아닌 그냥 구운 닭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구운 닭보다 튀긴 닭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맛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앞으로 태국에서 무려 12일동안 함께 지낼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간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겠죠.

함께 치킨을 먹으며 태국을 함께 가는 사람들과 같이 놀고 대화도 나누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태국에 가서 현지인들과 잘 생활하려면 같이 가는 우리들이 먼저 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 도보여행을 하며 총 80km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참 빨리 갔습니다. 6일동안 다 걷고 항구에 도착하니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갈 때에는 그 한 걸음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지만 다 지나고 나니 정말 짧은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아마 제가 군대를 다녀와도 이런 기분일까요? 도보여행을 끝내니 그냥 뭔가가 허전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 때는 왠지 더 걷고싶은 마음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 만큼 이번 제주도 도보여행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평소에 등산을 즐겨해서 다리를 단련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일정도 그렇게 빡빡하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이번 도보여행에서 한라산을 등산하는 코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정이 약간 조정되서 등산코스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약간 일정이 쉬엄쉬엄해졌고 걸을 때 마다 중간중간에 간식도 틈틈히 주고 쉬는 시간도 많아서 그렇게 다리에 무리도 가지않고 많이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경우는 좀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우도에 갔을 때 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돌아보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자전거를 타고 사진을 찍는다며 설치다가 큰일을 당했습니다. 한 손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미친 짓을 감행하고 있는 저의 앞에 자동차 한 대가 왔습니다.

저는 그 자동차를 보고 깜짝 놀라서 그만 브레이크를 너무 갑자기 잡는바람에 그대로 카메라를 든 채 자전거에서 튕겨나갔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지키기 위해 몸으로 카메라를 감싸고 그대로 굴렀습니다. 다행히 카메라는 무사했지만 저는 무려 팔꿈치와 무릎이 까지는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저의 상처를 보시자마자 바로바로 신속하게 치료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계속 다친 저를 걱정해주시고 한 번은 차를 태워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선생님들은 쉬는시간 틈틈히 쉬지 않고 아이들의 다리에 에어파스를 뿌려주시고 발가락이 아픈 친구들을 위해 발가락 사이에 반창고를 붙여주시는 의료활동을 계속 하셨습니다.

게다가 숙소에 들어가서도 선생님들은 다치거나 다리가 아픈 친구들을 계속 치료해 주셨습니다. 정말 선생님들 덕분에 다친 친구가 한 명도 없이 무사히 도보여행을 마친 것 같습니다.

또한 간식 말고도 밥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사실 열심히 걷고나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다 맛있겠지만 정말로 모든 음식이 맛있었습니다.

도보여행에서의 식사는 거의 대부분이 뷔폐였고 제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두 번이나 먹고 갈비탕과 뼈다귀 해장국 등 정말 맛있는 식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점심 때마다 항상 두 그릇을 먹었고 걸으니까 바로바로 소화가 되어서 살도 많이 찐 것 같습니다. 그 살이 전부 키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걷고 지친 우리들을 맞이하는 숙소가 정말 좋았습니다. 숙소는 매일 바뀌었지만 그 때마다 정말 시설이 좋은 숙소에서 잠을 잤습니다.

숙소는 전부 맘에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제푸'라는 숙소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푸란 '제주도 푸른바다' 를 줄인 말로써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제주도로 여행을 올 때 가장 많이 가는 숙소라고 했습니다.


확실히 우리 태봉고등학교 말고도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숙소가 가장 예쁜 것 같았습니다.

남자, 여자를 구분해 한 건물씩 빌렸는데 한 집에서 약 20명씩 잤습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도 아주 좋았습니다. 경치도 아주 좋고 시설도 좋아서 도보여행으로 지친 우리들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록 우리들의 짐으로 숙소가 너무 지저분해지기는 했지만 내부가 너무 넓어서 짐이 많은 것은 별로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2층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제푸 숙소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를 많이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선생님의 강연을 듣기도 하고 장기자랑도 했습니다.

저도 그 장기자랑에 참가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저와 제 친구가 선택한 노래가 준비되지 않아서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모든 친구들의 피로를 한 방에 풀어줄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바로 '바베큐 파티' 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삼겹살을 엄청 많이 사와서 단체로 구워먹었습니다.

비록 고기 먹는데에 정신이 팔려 사진은 한 장도 찍지 못했지만 정말 환상적인 바베큐 파티였습니다. 고기를 정말 얼마나 먹었던지 나중에는 고기가 질릴 정도였습니다.

그 만큼 고기를 먹으니 더욱 힘이나서 남은 일정을 가뿐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제주도 도보여행에서 우리들을 힘내게 해준 것들은 아주 많았습니다. 틈틈히 주는 간식과 쉬는 시간, 최고의 시설을 겸비한 숙소, 맛있는 밥, 바베큐 파티, 그리고 항상 우리를 챙겨주시는 선새님들...

저는 역시 그 중에서도 선생님들의 역할이 가장 컷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똑같이 걸었지만 항상 우리를 챙겨주시고 걱정해주시는 선생님들의 아마 우리보다 몇 배로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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