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봤던 책 중에서 '습지생태보고서' 라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그 책은 제가 학교에서 활동하는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읽은 책입니다.

그 책은 만화책임에도 꽤 어렵고 진지한 내용을 담고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습지'란, 축축하고 습한 곳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가난을 상징합니다.

책에서는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반지하 단칸 자취방'을 뜻한다고 합니다. 습지는 아마 가난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습지를 살아가는 그들, 또는 우리들의 삶은 조금은 비판적으로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한 편으로는 웃기거나 재미있기도 한 모습들이 담긴 책입니다.

책은 만화라서 그런지 재미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화책을 읽는거라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역시나 그림이 함께 있어서 그런지 내용 이해도 빠르고 쉽게 쉽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은 아까도 말했듯이 가난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반지하 단칸 자취방에서 살아가며 대학등록비를 내기위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입니다.

비록 만화라지만 너무 현실적이고 삶의 애환이 담긴 내용이라 보는 내내 가슴이 씁쓸했습니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입니다.

책의 내용처럼 실제로도 가난에 허덕이며 점점 올라가기만 하는 대학등록비를 위해 위태롭게 생계를 유지하는 그들, 그들을 보면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절대 웃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고있지만 작가는 그런 가난한 삶을 재미있게 풍자하며 독자들을 위한 웃음코드를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웃기지만 슬픈 현실, 이런 것을 다루는 책이 바로 최규석 만화가의 '습지생태보고서'라는 책을 보는 묘미인 것 같습니다.


책은 지방사립대학생 4인방과 사슴 한마리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전개됩니다.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한 편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인공 4인방이 자신들의 자취방으로 길거리에 떠돌던 사슴(만화상에서 이름은 녹용이) 한마리를 군식구로 맞이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슴 녹용이는 설정상 말을 하고 인간처럼 생활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슴이었는데 여러 에피소드 틈틈히 주인공 4인방에게 충고를 해주고 사회생활이 힘들 때 상담을 해주는 역할이었습니다.

때로는 엉뚱하게 자신의 뿔을 잘라 팔아서 번 돈으로 여자들을 끼고 노래방을 가는 등의 행동을 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보이지만 녹용이는 이 만화에서 제일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생각이 드는 녀석입니다.

그런 녹용이를 새식구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생활비도 많이 든다는 이유로 주인공 4인방은 돈이 좀 있는 다른 친구에게 녹용이를 보내기로 합니다.

확실히 녹용이는 건방지고 성격도 않좋고 밥도 많이 먹어서, 키우기 힘든 사슴으로 등장합니다. 그런 녹용이를 돈 많고 시간 많은 부자 친구에게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때 그런 주인공 4인방에게 녹용이가 이런 말을 합니다. "시련은 부자에게 가지 않아." 정말 잊을 수가 없는 대사였습니다.

뭔가 당연하면서도 인정할 수 없는 그 말, 확실히 시련은 왠만해선 돈많은 부자들에게는 가지 않습니다. 시련을 겪는 것은 항상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이죠.

녹용이의 말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만 시련을 겪는 사회적인 모순을 비판하려고 한 작가의 의도가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난과 시련 속에서도 나름대로 재미있고 힘차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힘든 현실을 이겨내는 멋진 모습에 많이 감동했던 것 같습니다.

가난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가난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그들의 이야기는 진정으로 멋지게 살아가려는 우리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되었고 한 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책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 고등학생들이 몇 년만 있으면 실제로 겪게 될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도 조금만 있으면 대학준비를 할 것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 대학을 가게됩니다. 그리고 습지생태보고서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등록비를 갚으며 힘들 게 살아갈 이들이 있겠죠.

조금만 있으면 벌어질 일인 것을 알면서도 해결할 수가 없는 현실, 이 책을 보면서 그 현실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원작으로 KBS에서 드라마 스페셜을 한 편 제작했는데 그 드라마도 한 번 보고싶습니다. 다음에는 드라마 스페셜 - 습지생태보고서를 보고나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습지생태보고서
카테고리 만화 > 웹툰/카툰에세이
지은이 최규석 (거북이북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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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를 다녀와서 오랜만에 집에서 푹 자고일어나니 아버지가 창원에서 열리는 합창 페스티벌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지 얼마안되서 몸이 매우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쓸 소재가 생길 것 같아서 잠을 깨기위해 아이스크림을 한 개 물고 창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창원 KBS홀 옆에 있는 큰 건물이었는데 공연을 많이 하는 곳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미 합창 페스티벌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건물은 합창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고등학생들과 관람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공연은 5시에 시작되었는데 5시가 되자 관객석은 금방 꽉 찼습니다.


합창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에게 잠깐 짧은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영상에는 이번 고등학교 합창 페스티벌을 축하해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습니다.

경남교육감과 창원시장 등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합창 페스티벌을 축하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에는 현재 '남자의 자격 : 청춘 합창단' 을 이끌고 있는 유명한 사람의 축하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남자의 자격의 멤버이자 부활의 기타리스트인 '김태원' 등장했습니다. 관객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김태원 같은 연예인을 섭외하다니 정말 대단했습니다.

기타리스트 김태원은 남자의 자격에서 청춘 합창단을 하고있고 음악가로써 이번 합창 페스티벌에 대해 좋은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PD가 되면 김태원처럼 멋지고 유명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많이 하고싶습니다.


잠시후 공연이 시작되었고 페스티벌에 참가한 첫 팀이 나왔습니다. 합창 공연을 하는 팀은 총 5팀이었는데 모두 고등학교의 합창부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공연한 팀은 창원중앙여자고등학교의 합창부 팀이었습니다. '하나가 되어 부르자' 라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불렀는데 화음이 정말 멋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국노래도 두 곡 더 불렀는데 그 팀은 노래가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노래를 하면서 간단한 춤도 보여주었지만 안무보다는 노래가 멋진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고등학교의 합창부들의 노래도 정말 멋졌습니다. 너무 춤만 춰서 합창이라는 주제를 벗어났던 팀도 몇 몇 있었지만 모두 노래는 잘 불렀습니다.

저 또한 중학교를 다니는 3년동안 계속 합창을 했었지만 저희 중학교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목소리 자체로도 실력차이가 많이 났고 안무나 단합 등 모든 분야에서 저희 중학교를 뛰어 넘었습니다.

정말 전문적으로 합창을 하는 사람들처럼 모든 팀들이 노래로써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말고도 합창 페스티벌에 참가한 각 고등학교의 합창부 학생들은 공통점이 또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합창 노래를 부르면서 모두 행복해 했다는 것 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한창 입시공부에 스트레스가 많이 생길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합창을 하면서 실컷 노래를 부르면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될 것 같았습니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대안학교에 진학하고 있어서 입시공부에 그닥 스트레스를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조금만 있으면 저도 입시를 준비해야 하고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있습니다.

저도 그 때가 되면 충분히 입시 공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입니다. 그러면 저도 합창 페스티벌에 참가한 학생들처럼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하겠죠.

어쩌면 오늘 합창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이미 힘든 학교생활를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발견한건지도 모릅니다.
이제 지리산에 가서 세석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난 다음의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지리산에 다녀와서 블로그를 쓰는 것은 마지막일 듯 하네요.

세석 대피소에서 우리는 다행히 꽤 따뜻하게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우리는 짐을 싸고 드디어 지리산에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보니 안개가 무지 많이 껴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조금만 있다가 내려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최악의 경우에는 세석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더 자고 가야한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30분쯤을 기다려보니 안개가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세석대피소에서 출발하기 전.


그래서 아버지와 저는 얼른 짐을 들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세석 대피소에서 나오니 눈이 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차가운 눈들이 제 목으로 들어가니까 정말로 죽을 맛 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눈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차가워서 싫어지네요.

우리는 그렇게 차가운 눈을 맞으며 어제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 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림코스로 빠져서 내려갔습니다.

이런 눈길을 헤치고 걸어내려왔습니다.


길은 다 내리막길이라서 힘도 별로 안들고 편하게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경사가 넘 심해서 아이젠이 없었더라면 미끄러워서 아주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1시간쯤 걸으니 반은 내려왔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앉아서 쉬다가 다시 출발을 했습니다. 내려가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우리가 걸었던 거리에 비하면 비교도 안되지만 그래도 멀기는 멀었습니다. 다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그쳐서 춥지는 않았지만 힘들어서 얼른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1시간 30분쯤을 걷다보니 드디어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림 마을이 보이는 곳에서 함박웃음.


저는 기분이 좋아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눈이 녹아 물이 있는 자리에서 미끄러져서 엉덩방아을 찧은 것이 아닙니까?

정말 아팠습니다. 하지만 산에서 다 내려왔다는 기분에 아픔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근처 식당에 가서 맛있는 백숙을 먹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몇 시간 뒤 우리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침대에 널부러져서 뒹굴었습니다. 그 느낌은 정말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행복한 느낌이었습니다.

힘든 여행을 다녀오면 집으로 돌아왔을때 그 때의 편안함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요?
저번부터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이라는 책을 읽어왔다. 그 책은 너무 특이한 책이라서 장르를 따질 수 없는 책이라고 했다.

그 책에 있는 이야기들은 정말로 엄청 특이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지 도통 몰라서 몇 번이고 계속 읽은적도 있었다.

이 이상하고 특이한 이야기들 중에서 나는 '어디에도 없는 것' 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그 이야기는 한 가난한 가족이 좁고 낡은 집으로 이사를 가서 청소를 하다가 전혀 다른 세계의 공간을 발견하게 되고 가족들은 엄청나게 놀란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가족들은 그 이상한 공간에 한 번 들어가보기로 한다. 좁은 구멍을 통과해서 나오니 아주 넓은 들판이 있었다.

가족들은 그곳을 '안쪽정원' 이라고 불렀고 심심할 때 나와서 시원한 바람을 맞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그 공간을 이용했다.

가족들은 그 공간이 나쁘지 않았고 마을의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자기들만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날 가족 중에 한 명이 마을사람과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그런데 그 마을사람이 갑자기 "우리는 안쪽정원에서 고기를 구워먹어요. 이 동네에는 어느 집이나 다 그런 비밀이 정원이 있어요." 라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말했다.

"사실 이런 데는 없잖아요. 어디에도요." 그랬다 사실 그런 공간은 없었던 것이다. 그 공간은 가족들의 희망과 행복을 의미한다. 그런 비밀의 정원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그 가족들의 상상속에만 존재한다.

어느 집에나 다 있다는 그 비밀의 정원은 과연 우리 집에도 있을까?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 10점
숀 탠 지음, 이지원 옮김/사계절출판사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숀탠 (사계절,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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