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화요일(2월 18일)부터 수요일에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대학교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신입생들을 위한 시간인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도 대학교 생활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당연히 참여했습니다. 학교에서 모든 신입생들이 모여서 각 학과의 선배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근처의 리조트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오리엔테이션을 가기 바로 전 날에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좋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경주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다가 눈이 쌓인 지붕이 무너져 100명 가까이 다치고 9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네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 막 힘겨운 입시를 마치고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진 학생들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 부산외대에 간 제 친구 몇 명도 조금 다쳤다고 합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일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에 대한 명복을 빌어주고 다친 다른 학생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신입생 OT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신입생 OT를 다녀왔으니 저의 생각을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대학마다 신입생 OT의 방식이 많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제가 가는 대학은 1박 2일로 진행하고, 어떤 대학은 5박 6일로 하기도 한답니다.


제가 간 신입생 OT는 '신입생 역량 강화캠프' 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신입생 환영회라고 하는 게 더 딱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OT에서는 뭐.. 딱히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간단하게 강의를 듣고, 공연도 봤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범석 디자이너의 강의를 비롯해서 여러 초청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유명한 아이돌 가수가 온 것은 아니라 학생들의 반응이 그렇게 열광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수의 무대로 분위기는 무척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신입생들과 선배님들의 댄스, 랩, 노래 공연같은 것도 했습니다.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자신의 끼를 보여주는 친구들이 참 멋있더라구요.

부산외대의 사고 때문인지 진행하시는 선배님들이 안전에 대해 더욱 주의를 주셨습니다. 모든 신입생들이 다 모이다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칫하면 사고가 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학생들이 서로 어색어색해서 그런지 패기있게 선배의 말을 무시하고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보이는 신입생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사고는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식사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3년째 신입생 OT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리조트라 그런지 믿음이 갔고, 음식도 학교의 높으신 분들이 직접 떠주기도 하면서 친밀감을 주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각 학과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닐 영상 디자인과의 소개에서 그 동안 과에서 만든 영상 몇 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영상들을 보니 빨리 저도 학교생활을 시작해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에는 각 학과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대학에서 무서운 선배들이 막 술을 많이 먹여서 실려가기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약간 불안하기도 했는데, 전혀 걱정할 게 아니었습니다.

술을 그렇게 많이 먹는 자리도 아니었고, 오히려 선배들이 신입생들 각각의 주량을 보면서 잘 챙겨주셨습니다. 대학마다 그런 문화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선배님들은 앞으로의 대학생활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고, 여러가지 문화라든가, 선배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등을 부담없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선배님들이 다 재미있는 분들이시라 금방금방 친해지고 14학번 동기들과도 꽤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에는 뭐 일찍 일어나서 강의 몇 개 더 듣고, 학교로 이동해서 학생증 발급 신청하고 몇 가지 설명을 들은 후 해산했습니다.


이번 신입생 OT를 다녀와서 느낀 것은 한 가지입니다. '생각과는 많이 다르네' 주위에서 어른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보던 신입생 OT, 무서운 선배들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강의가 많아서 별로 활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니었고, 술을 쓰러질 때까지 먹이는 문화도 아니었습니다. 대학마다 다르고 학과마다 다 다르겠지만 여튼 몇 가지의 사례만 보고 신입생 OT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은 불필요한 것 같습니다.

같은 과의 친구의 말로는 "신입생 OT만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신입생 OT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얼마나 빠르게 학교에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마다 대학교에 적응하는 속도가 다 다르겠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적응해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뭐든지 시작이 중요합니다. '이번 신입생 OT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가?'는 훨씬 더 나중에 알 것 같습니다.

아직 학교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신입생 OT에서 선배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학교에 대한 얼마만큼의 정보인지 모르니까 신입생 OT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OT는 시작일 뿐이고, 저희는 아직 학교를 다녀보지도 않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선배님들이 신입생 후배들을 위해 3개월 전부터 OT를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신입생들이 OT를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결국 개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적응은 자신이 하는 것이고 조교님들과 선배님들은 도와주는 것 뿐입니다.

그 분들의 노력을 저희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겠지요. 저도 태봉고를 다닐 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후배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비록 준비가 부족할지라도 후배들이 학교에 빨리 적응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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