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제작한 무인도 체험 다큐멘터리 3부작을 보시고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영상 공모전에 제출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작년에 떨어진 공모전인 '우리의 가슴이 뛴다' 청소년 영상축제에 공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공모전의 '우리의 가슴이 뛰는 이야기'가 주제인데 사실 장르나 내용이 자유로운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작한 무인도 영상을 제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공모전은 제출 형식이 15분 이내의 영상이기 때문에 각 10분 여의 무인도 영상 세 편을 하나의 15분짜리 영상으로 합쳐서 다시 편집을 해야 했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영상을 최대한 줄이고 잘라내는 작업이 대부분이었고, 너무 아까운 장면들이 많아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편집했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완성을 하고나니 생각보다 허접한 영상이 되어버렸습니다. 15분에 맞추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어색했고, 사건과 사건이 일어나는 계연성이 많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래도 이왕 제작한 것이니 제출은 했습니다.  

얼마후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청소년 영상축제 공모전에서 제가 제출한 '태봉 8인의 무인도 여행기'가 본선에 진출할 10작품에 선정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짜집기 다큐멘터리가 공모전에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무인도에 간 친구들과 저의 노력, 제일 고생하셨던 이도한 선생님의 노고를 높이 평가했나 봅니다.

12월 14일 토요일, 무인도에서 촬영을 함께 했던 소열이와 함께 마산합포구청에서 열리는 '청소년 영상축제 시상식'에 참가하했습니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대회의실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청소년 영상에 대해 관심있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봉사활동 시간을 위해서 참가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여튼 관리자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점심을 먹고 수상 대기자들이 앉아있을 곳으로 갔습니다. 수상자들이 앉을 자리에는 '출품자 좌석'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시상식을 시작하면서 진행하시는 아나운서 분을 통해 알았는데, 이번 청소년 영상축제가 10주년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그 아나운서 분도 10년째 청소년 영상축제 시상식 진행을 맡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이 영상축제가 있기까지 노력해 온 수많은 청소년들과 영상을 열심히 제작했던 선배들의 노력을 잊지말라고 하면서 옛날 수상자들의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상영해주었습니다.

'우리도 좋은 상을 받아서 나중에 후배들에게 저렇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부푼 기대감과 설렘을 가지고 본격적인 출품작 상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팀이 제작한 '태봉 8인의 무인도 여행기' 영상에 가장 첫 번째로 상영되었습니다. 무인도에서 고생했던 모습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큰 화면으로 보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다행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저희 학교 학생이어야만 재미있을 줄 알았던 코믹적인 장면들에세도 빵빵 터져서 모두 재미있게 본 것 같았습니다.

 
영상 상영이 끝나고 영상을 제작한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는 무대 위로 올라가서 아나운서가 질문하는 것에 대해 대답했습니다.

우선 무인도 영상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태봉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특별한 졸업여행으로 '무인도 체험 통합기행'를 기획하여 사회 선생님을 비롯한 8남자의 무인도 여행기를 영상에 담고 싶어다고 했습니다.

Q. 무인도 영상에서 가장 '가슴이 뛰는' 장면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는 '텐트가 파도에 침수되는 장면'이라고 했습니다. 영상으로만 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 무인도에 있었던 친구들은 텐트가 바닷물에 잠길 때의 가슴 떨리는 심정을 아주 크게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텐트를 정리하느라 영상에 침수되는 장면을 모두 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9개의 출품작도 모두 상영하고나서 문화콘테츠학과 학생들의 뮤지컬 공연을 본 뒤, 수상 발표를 했습니다. 저희가 만든 무인도 영상은 '하나방송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팜플렛에 기재되어 있는 수상 순서로 따지면 6등 정도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뭐 상만 받으면 되는거지 순위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런대로 만족을 충분히 하고 있었습니다.


상을 받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뜻밖의 결과가 들려왔습니다. 특별상으로 순위에 상과없이 한 팀에게만 주어지는 '청소년이 뽑은 작품상'에 저희의 무인도 영상이 뽑힌 것입니다.

인기상을 받은 것입니다. 하긴 저희 무인도 영상을 상영할 때 관객들이 많이 웃고 재미있어 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인기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전혀 기대로 하지 않은 결과라 기분이 더 좋았고, 출품작 중에서 유일한 2관왕이기도 했습니다.

'태봉 8인의 무인도 여행기'를 제작하면서 1박 2일이라는 예능의 컨셉을 많이 따라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1박 2일의 재미를 상기시키면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공감을 많이 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상을 받으면서 참 좋은 경험을 많이 해본 것 같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있는 곳에서 내가 만든 영상을 보여주고 그 영상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영상 제작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더 열심히, 더 좋은 영상을 많이 제작하여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상을 받은 무인도 영상은 제가 편집했지만 무인도에서 함께 고생한 6명의 친구들과 이도한 선생님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수상을 못했을 것입니다.

수상으로 받은 상금의 일부를 무인도에 함께 간 친구들과 함깨 밥을 한 끼 먹는데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수상의 영광을 무인도에서 고통을 나눈 태봉의 멋있는 8남자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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