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찾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이라는 철학자가 쓴 사랑에 관한 책입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많이 어려워서 항상 다 이해못하면서도 계속 찾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것을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 아니라, 충분히 숙달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이라는 '기술'을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사랑의 '이론'과 '실천'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는 '실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론 부분은 내용이 무척 어렵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해하기도 좀 힘들고, 사실 사랑보다도 사회의 구조로 인해 영향받는 사랑이라는 개념과 사랑의 종류 등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사랑의 실천에서는 사랑을 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좀 더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사랑을 하는 자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랑에 대한 '훈련'을 언급하는데, 어떤 기술을 습득하든 간에 훈련이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그 훈련은 특정 기술의 실천에 대한 훈련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친 훈련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훈련을 필요한 '정신 집중'에 대해서도 강조하는데, 정신 집중을 못한다는 것은 곧 '혼자 있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혼자 있을 때 뭔가를 먹거나 마시고, 책을 읽거나 담배를 핀다는 것은 결국 혼자 있지 못한다는 뜻이죠. 혼자 있을 때 가만히 있는 법, 즉 자신에게 민감해지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을 연습하라고 합니다. 


'명상'과도 비슷한데,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며, 정신을 흘려보내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죠.


세 번째는 '인내'입니다. 어떤 기술을 익히든 급히 결과를 바란다면 결코 그 기술을 익힐 수 없을 것입니다. 현대인에게 훈련과 정신집중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인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그 이유를 현대 사회의 산업체계가 끊임없이 신속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곧 인간의 가치가 되고 기계의 이익이 인간의 이익이 되는 논리가 지배한다고 하죠. 


어쨌든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 시대에서 인내를 가지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습득에 대한 '최고의 관심'이라고 합니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야 기술 습득이 된다고 합니다. 


운전이나 요리 등의 다른 기술들도 마찬가지죠. 사랑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그것이 곧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훈련은 물론이고 집중이나 인내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특히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가지는 것,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기르라는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사랑에 대한 해답이라기 보다는 사랑을 훈련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법, 사랑을 쟁취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형제애 등 사랑에 대한 폭넓은 정의를 바탕으로 사랑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것을 점점 더 느끼게 되는데,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남녀가 서로를 쇼핑처럼 교환가치를 매겨 선택하는 삭막한 이 사회에서 뭔가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의 기술

저자
에리히 프롬 지음
출판사
청목 | 2001-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대한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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