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밀양에서 '송전탑 투쟁 10주년 행사'가 있었습니다. 10년간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해온 것을 되돌아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밀양의 한 체육관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이 학교를 다녔던 후배와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도 밀양 송전탑 투쟁 10주년 행사를 보기 위해 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2년 전 이맘때에 밀양에 왔었습니다. 그 때 농성장을 둘러보고 투쟁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일도 도와드렸던 아주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2년만에 찾은 밀양은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이 밀양이라는 곳에서 추위와 분노를 견디며 투쟁하셨을 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고, 노래와 퍼포먼스들이 분위기를 올렸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세월 간 다들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모두가 웃으며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2부에서는 밀양 송전탑 투쟁 10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10년간의 투쟁이 다 담기지는 않았겠지만 영상을 보며 10년간 투쟁하신 분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극같은 느낌으로 투쟁하신 할머니 분들이 무대로 나오셔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평생 농사만 지었어요. 40년 농사가 너무 지긋지긋해서 남동생하고 할배하고 집지어서 늘그막에 좀 조용하게 살아볼라꼬 들어왔어요. 그런데 마을에 세계에서 제일 큰 철탑이 들어온다카데요." 


"합의금을 준다는데, 송전탑이 들어오면 우리보고 죽으라카는 소리아닙니까? 죽지 않으려고, 살려고 투쟁을 하는겁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습니다. 송전탑 밑에는 사람도 짐승도 살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은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고계신 마을을 가로지르는 말도안돼는 설계였습니다.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10년 동안이나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투쟁해오신 밀양의 어르신들, 후손들에게 송전탑이 있는 땅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후손들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싸워오셨다는 말씀에 저는 지금까지 뭘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간의 투쟁으로 많은 분들을 분노하시고, 다치시고, 또 돌아가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밀양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원전에 반대하는 의지가 투쟁으로 이어지는 동안 저는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할 공부, 내가 할 일들을 하며 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밀양에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깊게 고민했습니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투쟁을 하셨던 분들이 투쟁의 의지를 담은 노래를 재미있게 불렀고, 춤을 추며 지난 10년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자는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비록 송전탑은 세워졌지만 송전탑을 뽑아버리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도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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