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만 실수로 까먹고 코펠과 버너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코펠과 버너를 가져왔다면 뜨거운 라면을 추운 산에서 맛있게 먹었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라면의 기운으로 힘차게 등산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지도 저도 무척 아쉬웠했습니다.
지리산 삼신봉 정상에서.
그리고 우리가 세석 대피소로 들어갔을때 발이 너무 시려웠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핫팩으로 자신들의 발을 문지르고 있더군요.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사실 우리집에도 핫팩은 있었습니다. 만약 그 핫팩을 등산하는데 가져왔다면 보다 더욱 따뜻하고 덜 힘들게 등산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석 대피소에서 정말 맛없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햇반에 햄이랑 참치... 햄은 먹을만 했는데 참치는 너무 차가워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젓가락 또한 없었습니다.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죠.
우리가 지리산 세석대피소에서 먹은 저녁식사.
우리는 세석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잘 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젓가락을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나무젓가락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을 거쳐서 드디어 나무젓가락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무젓가락을 빌려준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맛있게 구워지는 고기들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제가 먹을 햇반과 햄, 참치를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다들 버너와 코펠을 가져와 맛있는 저녁을 지어 먹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맛있게 익은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현실은 전부 인스턴트 음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대충 먹고 우리는 거림코스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 주먹밥을 파는 것이 아닙니까? 만약 원래 계획대로 거림코스에서 등산을 시작했다면 맛있는 주먹밥을 사서 올라가 맛있게 먹었을 텐데...
그나마 아이젠과 스패츠, 그리고 방한장갑을 준비해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이번 여행은 아쉬웠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아쉬운 일이 많고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은 여행은 기억에도 잘 남을 것 입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교훈은 여행을 갈 때 사전계획을 잘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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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씩 배우는 거지요.
그런데 너무 힘들게 배웠어요;;;ㅋㅋ
아, 내년에는 지리산에 꼭 가야지 ㅋㅋ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가세요. 아니면 저처럼 되요.
한 두 가지씩은 꼭 빼놓게 되더군요. ^^
집의 소중함을 한 번 더 느꼈을 듯 하네요.
그러니까요 집에 가고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가야 하는 여행이 있고
그냥 무작정 떠나서 더 좋은 여행이 있죠.
하지만 이번같이 큰 산을 오르거나 기후의 변화가 예상될때는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하죠.
하지만 무사히 살아돌아왔으니 다음부터는 멋진 여행이 만들 수 있겠네요~~ ㅎㅎ
다음에는 따뜻한 봄에 갈꺼랍니다.
태윤군, 아빠가 다쳤던데 많이 놀래지 않았니.
다음에 아빠랑 산에 갈때는 구급약도 챙겨가.
네 다음부터는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약도 꼭 가지고 가야되겠어요.
^^
사이판 총격사건을 보고 들어와보니 이해 되네요.
그 아빠 참 나쁘죠.
아들에게 차가운 햇반과 참치통조림, 그리고 햄을 따듯하게 뎁히지도 않고 먹으라 하구요. ^^
한사 아저씨가 막 뭐라고 그러더라 하세요.
산에 갈 때는 만약을 알 수 없어 겨울철이나 여름에도 항상 비상식과 견과류, 구급약, 가벼운 버너와 코휄을 꼭 챙겨다녀야 해요.
그것만 있으면 사나흘을 고립되어도 살 수 있답니다.
만약 그런 준비도 없이 눈이나 다른 이유로 고립된다고 해봐요.
큰일 나겠지요. ^^
부족함 속에서 배우는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