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수요일(6월 25일)은 라온아띠 면접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저번에 신청했던 중장기 해외봉사 프로그램 라온아띠에 다행히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해서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면접은 서울에서 했는데,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시간대를 오후 4시 30분으로 배치했습니다. 아무래도 지방에 살면 올라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했나 봅니다.

라온아띠 면접은 특이하게도 '카페형 면접'을 합니다. 사무적인 공간에서 딱딱하게 면접을 하면 면접하는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카페에서 편하게 면접을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이화여대 옆에 있는 '체화당'이라는 카페에서 면접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지도로 찾아보니 완전 무슨 동네의 골목 구석에 숨어있는 카페라서 찾기가 엄청나게 힘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길을 잃을까봐 혹시나 해서 1시간이나 일찍 갔는데, 근처에 있는 이대부고 버스정류장부터 채화당까지 '찾아오시는 길' 종이가 친절하게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하도 곳곳에 찾아오는 길 종이가 있어서 아주 쉽게 카페 채화당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이나 일찍 왔던터라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여유롭게 면접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4시가 되고 미리 와서 대기하라고 명시되어 있었기에 면접장소로 향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카페 채화당은 생각보다 큰 건물이었습니다. 


채화당 안으로 들어가니 면접을 기다리는 다른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면접을 보는 25일 5조는 지방에서 오신 분들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어떻게 또 경상도 분들만 계시더군요.

제가 나이가 제일 어려서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20살이 해외봉사에 신청했다고 하니 다들 조금씩 신기하다고 하셨습니다. 여튼 면접을 하기 전부터 꽤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개인이 들고 온 컵으로 음료를 먹으며 이미 라온아띠를 다녀 온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라온아띠에 가려고 했던 이유, 가서 느낀 것, 그리고 면접에 가서 솔직하게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분들이 준비한 게임? 같은 것도 했는데,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돌아가면서 주사위를 굴려 선택된 카드에 적힌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었는데, '결혼하고 싶은 나이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 '자신의 장점 세 가지' 등 자신이 살아온 배경이나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그 게임을 약 30분간 하고나니 약간 긴장이 풀렸습니다. 조금 쉬다가 면접이 시작되었습니다. 카페 채화당은 지하에도 큰 공간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면접은 A, B, C로 조를 나눠 각 조마다 세 명씩 면접관 세 분과 3대3 면접을 보았습니다. 면접에서는 기본적으로 '라온아띠에 지원하게 된 동기를 물어보고,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질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면접에서 나온 세부적인 질문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여튼 면접은 면접관이 일방적으로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딱딱한 형식이라기 보다는 편하게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습니다.

면접관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것저것 배운 것도 많았고, 여러 가지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면접관님들은 비록 떨어져도 수준이 떨어져서 떨어진 것이 아니기에 자책하지 말고, 만약 합격했다고 해도 자신이 남들보다 대단하기에 뽑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라온아띠는 남들보다 대단한 사람을 뽑는 것이 라온아띠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뭐 합격하면 좋겠지만 떨어져도 이미 면접을 통해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었서 좋았습니다.

면접 일정이 모두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라온아띠 간사님이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셨습니다. 현수막으로 만든 재활용 가방이었습니다.

그 선물들을 나눠주시면서 비록 라온아띠에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평소에도 항상 라온아띠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진짜 라온아띠라고 하셨습니다.


3년 전에 태국으로 해외봉사를 갔을 때 알게 된 형이 있습니다. 그 형은 태국어가 아주 유창했고, 모든 일정을 통솔하고 태국의 문화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형은 '라온아띠'라는 프로그램으로 태국에서 3개월 간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태국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형의 모습을 보고 많이 부러워 했던 것 같습니다.

뭐든지 나서서 이끌어 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하지만 태국에 갔을 때에는 태국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알지 못하니까 뭐 딱히 리드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봉사활동을 좋아하는데, 태국에서 2주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점점 그들과 소통하기 시작하고 태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때쯤 봉사활동은 끝이 났습니다.

아주 보람 찬 2주였지만 봉사의 기쁨을 알기에는 너무나 짧았던 것 같습니다. 2학년 때 학교에서 갔던 네팔 봉사활동 때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 때는 제가 학생회 부회장으로서 학생 대표를 맡고 있었음에도 열정적으로 봉사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역시나 네팔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2주라는 기간이 저에는 짧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의 2주는 긴 시간이지만 그 곳의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어울리기에는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고, 3년 전 태국에 함께 갔던 형을 통해 알게 된 라온아띠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가 한 번 신청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은 대학교에 붙여진 포스터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라온아띠는 '즐거운 친구들'이라는 뜻으로 아시아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과제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연대활동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지속가능한 아시아를 꿈꾸는 대학생해외봉사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라온아띠 12기는 1개월 간 국내에서 교육을 받고 5개월이나 해외봉사를 하는 장기간 봉사 프로그램입니다.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일정이지만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신청 기간은 6월 10일까지였고, 저는 자기소개서를 계속 고치다가 당일 날 제출했습니다. 

경쟁률이 아주 치열한 프로그램이라서 제가 선발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라온아띠를 통해 해외봉사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라온아띠에 참가한다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친화력과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쉽을 비롯하여 다양한 감수성과 자연친화적 삶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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