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목)부터 24일까지 학교에서 가는 이동학습에 참가했습니다. 저희가 간 곳은 바로 '지리산' 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지리산으로 갈 때 코스 난이도를 상, 중, 하로 나눠서 갔는데 저는 남자기 때문에 가장 힘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캠프를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고, 아버지와 등산도 충분히 해봤으며 지리산도 한 번 가봤기 때문에 이번 이동학습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리산은 각 코스에 몇 개의 조를 짜서 가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조는 총 7명으로 담당 선생님은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체육을 전공하셨고, 등산도 많이 다녀보셔서 아주 든든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걱정없이 등산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조에서 저는 '코펠' 과 '버너' 를 들고오기로 했습니다. 제 아버지가 등산을 많이 좋아하셔서 왠만한 등산장비는 모두 집에 있었습니다.

제가 들고 간 버너입니다.


그렇게 준비한 짐을 챙겨서 선생님께 검사를 맡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제 짐을 보고는 깜짝 놀라셨습니다.

우선 제 가방이 너무나도 작다고 했습니다. 우리집에 있는 등산 가방중에서 그나마 가장 큰 가방을 가지고 온건데 작다고 하니까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져 온 코펠도 너무 작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코펠을 들고오기 전에 작은 코펠이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도 지금와서 작다고 하니까 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께 짐에 대해 실컷 잔소리를 들은 뒤 저는 짐을 처음부터 다시 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먼저 등산용 가방부터 새로 샀습니다.

저번 가방보다 훨씬 큰 가방을 구입했고, 친구에게 부탁해서 큰 코펠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까지 챙기고보니 가방을 들고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무거워졌습니다.

아버지가 새로 사주신 등산 가방입니다.


그렇게 짐을 다시 챙기고도 저는 지리산 준비를 하면서 계속 허둥지둥해야 했습니다. 정말 제가 생각해도 필요없을 것 같은 것들을 선생님과 다른 조원들은 계속 챙기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람막이 2겹과 각종 반찬들, 쌀, 모자, 장갑 이런 것들은 제가 생각하기에 지리산에 가서 정말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계속 분쟁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른 조원들도 작년에 지리산을 한 번 가봤다고 저를 계속 무시하면서 그런 짐들을 계속 챙기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조에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지리산에 가기 전까지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제 친구까지도 지리산 준비로 시비를 걸어서 그 친구와 싸우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지리산에 가서 바람막이는 한 개밖에 필요하지 않았고, 반찬은 너무나도 많이 남았으며, 쌀도 엄청 남아서 힘들게 들고왔습니다.

또한 모자나 장갑은 정말 필요도 없었으며 새로 산 가방은 공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괜히 가방이 너무 커서 무겁기만 했습니다.

저는 제 또래들 중에서 제가 여행을 가장 많이 가봤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등산도 아버지와 함께 많이 가봐서 충분히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서 나오는 제 의견은 거의 다 무시되었고 오히려 혼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리산을 다녀오고 나서야 제가 힘들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학교에서 가는 지리산 등산은 저 혼자만 잘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 의지하고 이해해줘야만 했습니다.

저도 너무 제 의견만 앞세웠다는 것을 느꼈고 이번 지리산 등산은 저 혼자 가는게 아니라 저희 조의 총 7명이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 의견이 무시되더라도 절대로 기분 나빠해서는 안되는 것 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동체 의식이라는 것을 배웠으니 내년에 가는 지리산 등산은 더 완벽한 준비를 해서 갈 수 있을 것 입니다.

저희 조의 일부 멤버들입니다.


지리산을 등산할 때 나는 아쉬웠던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단 우리는 집에 라면을 끓여먹을 코펠과 버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실수로 까먹고 코펠과 버너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코펠과 버너를 가져왔다면 뜨거운 라면을 추운 산에서 맛있게 먹었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라면의 기운으로 힘차게 등산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지도 저도 무척 아쉬웠했습니다.

지리산 삼신봉 정상에서.


그리고 우리가 세석 대피소로 들어갔을때 발이 너무 시려웠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핫팩으로 자신들의 발을 문지르고 있더군요.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사실 우리집에도 핫팩은 있었습니다. 만약 그 핫팩을 등산하는데 가져왔다면 보다 더욱 따뜻하고 덜 힘들게 등산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석 대피소에서 정말 맛없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햇반에 햄이랑 참치... 햄은 먹을만 했는데 참치는 너무 차가워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젓가락 또한 없었습니다.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죠.

우리가 지리산 세석대피소에서 먹은 저녁식사.


우리는 세석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잘 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젓가락을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나무젓가락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을 거쳐서 드디어 나무젓가락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무젓가락을 빌려준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맛있게 구워지는 고기들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제가 먹을 햇반과 햄, 참치를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다들 버너와 코펠을 가져와 맛있는 저녁을 지어 먹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맛있게 익은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현실은 전부 인스턴트 음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대충 먹고 우리는 거림코스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 주먹밥을 파는 것이 아닙니까? 만약 원래 계획대로 거림코스에서 등산을 시작했다면 맛있는 주먹밥을 사서 올라가 맛있게 먹었을 텐데...

그나마 아이젠과 스패츠, 그리고 방한장갑을 준비해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이번 여행은 아쉬웠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아쉬운 일이 많고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은 여행은 기억에도 잘 남을 것 입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교훈은 여행을 갈 때 사전계획을 잘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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