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후배의 추천으로 사진 촬영에 관한 책을 하나 접하게 되었습니다.'조선희'라는 포토그래퍼가 쓴 '네 멋대로 찍어라'라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마침 저희 학교 졸업앨범 제작을 맡았기 때문에 사진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네 멋대로 찍어라'라는 책의 제목이 조금 프로페셔널하기 보다는 너무 추상적인 것 같아서 도움이 될지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조선희씨의 사진 노하우에 점점 빠져들었고, 그녀가 추구하는 사진의 이상향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선희씨는 사진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사진에 담는 연습이라고 했습니다. 기술만 공부하면 남들과 똑같은 사진밖에 찍지 못하고, 결국 개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사진은 30분이면 배운다"라고 말한다고 하십니다. 사진의 기본적인 기술은 30분만에 충분히 배울 수 있겠지만 자신만의 사진 철학과 감각, 자신만의 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해왔던 사진의 철학과 너무나도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사진을 찍을 때 노출이나 구도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기이며, 제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길 것은 사진에 저의 가치관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실질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아버지가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사진과 영상에 대한 정확한 저의 철학이 자리잡힌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문구가 있습니다.


'셔터속도 소리에 맞춰 춤을 추라!'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찰칵' 소리, 이런 셔터소리만 들어도 사진가들은 심장이 뛴다고 합니다. 사진이라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라는 것이죠. 

'사진은 사각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훔쳐보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 세상의 모든 일들을 기록할 수 있지만 사각프레임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그 느낌 그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는 의미를 모두 포함한 말입니다.

'잠재의식 속 기억들이 사진을 만든다'

사진을 찍을 때 사진가가 겪어왔던 인생과 경험 등 그 사람의 삶 전체의 무의식 속에서 사진의 감각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각과 노하우를 길러 자신이 인생에서 감명 받았던 것, 충격 받았던 것 모두를 사진에 녹아낼 수 있음을 표현한 말입니다.

조선희씨는 잘 몰랐지만 사실 굉장히 유명한 포토그래퍼였습니다.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한국 영화들 대부분의 포스터 사진을 직접 촬영하시고, 다양한 사람, 유명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사진 분야에서 명성이 아주 높은 분입니다.


그 분이 유명한 분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도 저는 이 책을 보고 무척 감명을 받았습니다. 물론 유명한 포토그래퍼라는 것을 알고, 책에 대해 더 신뢰가 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조선희씨의 사진 철학은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진이라는 분야가 예술가가 아닌 전문 카메라 기술자들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스마트폰으로 인해 남녀노소 누구나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는 이 시대에 조선희씨의 책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저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만의 감각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는 내용에 공감이 갔으며, 무엇보다도 졸업앨범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간접적이지만 분명한 답을 주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제 멋대로 찍어볼 것'입니다. 물론 수평이나 노출 등 기본적인 사진의 규칙은 지켜야겠지만 남들과 똑같은 다른 학교처럼 평범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희 태봉고등학교는 학생의 개성의 존중해주는 대안학교이고, 3년간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졸업앨범 또한 절대로 잊을 수 없도록 멋지게 만들고 싶습니다.

저를 비롯한 학교 친구들의 개성과 끼를 충분히 발휘해서 정말 태봉고스러운, 대안학교다운 멋진 졸업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번에 학교에서 진행했던 그린나래 3기 캠프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세 가지의 수업이었습니다. 학교소개와 배움의 공동체, 그리고 삶과 철학 수업이었습니다. 


수업 말고는 그린나래에서 제마 맡은 다른 특별한 역할은 없었기에 수업 준비에만 집중하여 심혈을 기울이며 최대한 수업을 알차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린나래 캠프에서는 저희 태봉고등학교에서만 하고 있는 특별한 예술감성교육 명상, 농사, 철학, 음식과 옷만들기, 공동체 회의, 주를 여는 시간, 이동학습 등을 신입생들이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스탭 학생들이 수업을 준비합니다.

그린나래는 학생이 주체가 되는 캠프지만 수업만큼은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교과 선생님들께 도움을 많이 구하여 그린나래 수업이 진행됩니다.

- 학교소개
먼저 제가 맡았던 학교소개 수업은 이번 3기 캠프에서 진행되는 가장 첫 번째 수업이었기 때문에 이번 2박 3일 간의 수업 분위기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간단하게 PPT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PPT 안에는 저희 태봉고등학교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과 학교 홍보 동영상, 학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저는 가장 평범한 게 좋다고 생각하여 지루할 수도 있지만 PPT로 수업을 준비한 것입니다. 말만 늘어놓는 것보다는 시각적인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저희 태봉고는 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먼저 학교홍보 영상을 신입생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보여준 학교 홍보 영상은 모두 학생들의 손에서 제작된 영상임을 알려주고 태봉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학교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다음에는 태봉고의 여러가지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학교 생활을 전반적으로 구경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학교 철학인 꿈, 땀, 사랑, 나눔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인턴십 수업 LTI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또한 저희들이 진행하고 있는 그린나래 캠프 또한 LTI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캠프임을 알려주었습니다.

학교 소개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수업이 지루해서 잠과 싸우고 있는 모습도 보였주었는데, 역시 어떤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 대해 설명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어떤 정보를 가르쳐주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린나래의 첫 번째 수업인 학교소개가 조금 딱딱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뒤에 진행되는 다른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안정적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배움의 공동체
제가 맡은 두 번째 수업은 '배움의 공동체'수업이었습니다. 배움의 공동체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하면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가 힘을 모아 배움을 이끌어 내는 수업을 말합니다.

그런 배움의 공동체를 설명하기 위해 저는 여러가지 활동적인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각 모둠원들간의 신뢰와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 조장이 뒤로 넘어지고 모둠원들이 넘어지는 조장을 받쳐주는 게임을 했습니다.

그 게임을 시작으로 서로 간의 신뢰를 확인한 학생들은 다시 경쟁을 하게 됩니다. 사탕을 걸고 팔씨름을 하게 됩니다. 총 6번의 팔씨름 경기를 하여 한 번 이길 때마다 사탕을 하나씩 가져가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사탕을 가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팔씨름에 임합니다.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팔힘을 써보지만 팔씨름이라는 게 역시나 계속 이기는 사람만 이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원하는 정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팔씨름을 하는 두 명의 학생이 서로 힘을 빼고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져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팔씨름을 하는 두 학생 모두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사탕을 3개씩 사이좋게 나눠가지게 이렇게 어렵고 피곤했지만 알찬 토론 수업을 끝내고 저는 삶과 철학 수업을 마치면서 이번 삶과 철학 수업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한 가지 사실을 강조했습니다.이 팔씨름 게임을 통해 배움의 공동체는 분명히 경쟁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가 되어 공동체를 실현하는 수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를 하면서 마지막을 했던 게임은 '갈등 풀기'라는 YMCA에서 배운 게임 중에 하나입니다. 그 게임은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게임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 딱 알맞는 수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모둠끼리 둥글게 손을 잡아 원을 만듭니다. 그리고나서 양팔을 교차시켜 다시 옆에 사람과 손을 잡아 팔이 꼬인채로 원을 만듭니다. 그 상태를 '평화 구조'라고 합니다.
 
팔이 꼬인채로 원이 만들어진 그 상태를 '갈등 구조'라고 하고, 이제 그 상태에서 잡은 손을 떼지 않고 원래 팔이 꼬이지 않았던 평화 구조로 만드는 게임입니다.

갈등 구조를 푸는 방법은 우선 갈등 구조의 원에서 키가 큰 두 사람이 팔을 들어 작은 터널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터널 밑으로 다른 조원이 들어가서 한 바퀴를 돌면 갈등 구조가 풀려 다시 평화 구조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꽤나 복잡한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서로 배려하며 협동심을 가지고 임하면 아주 간단하게 갈등 구조가 풀려 평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탭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대부분의 조가 금방 해법을 찾아 갈등 구조를 풀었습니다. 그 게임을 통해 배움의 공동체는 모두가 함께 가려는 공동체 의식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 삶과 철학
제가 그린나래에서 맡았던 마지막 수업은 바로 '삶과 철학'수업이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국어나 사회 또는 미술 교과 선생님들께서 진행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진행한 삶과 철학 수업은 저희 학교 국어 선생님께서 실제로 철학 시간에 진행했던 간디의 물레 토론 수업이었습니다.


저희 학교 여름 방학 때 '간디의 물레'라는 책을 꼭 읽어보라는 교장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이 너무 어려워서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학생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간디의 자급자족하는 사상이 담긴 그 책에 매력을 느꼈고 독서토론 동아리 등을 통해 간디의 물레라는 책을 가지고 다양한 토론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번 그린나래에 참가한 신입생들에게 삶과 철학 수업을 통해 간디의 물레라는 책에 담긴 간디의 사상과 철학을 조금이나마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우선 자신의 철학과 교양을 쌓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바로 '독서'라고 생각하여 학생들 모두가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물론 간디의 물레를 읽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책이 너무나 어려워서 책을 읽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갸우뚱하거나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국어 선생님께서 간디의 물레를 간단하게 요약한 글을 학생들에게 읽어주고 토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삶과 철학 토론 수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둔 간디의 철학은 바로 '산업 문명의 폐해'였습니다. 현대 사람들의 삶이 점점 타락해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우리가 살고있는 산업 문명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산업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예로 스마트폰을 이야기하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올바른가?'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은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의견과 철학이 달랐고 서로의 의견에 반대도 하면서 나름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바로 철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은 바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상과 사상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이 가지는 철학과 생각에도 역시 차이점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고 남의 다름을 존중할 수 있어야 자신의 철학을 기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린나래 캠프에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참 많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수업에 열중하는 학생을 보면 더 열정적이고 싶고, 반면에 제 수업에서 졸거나 딴 짓을 하는 학생을 보면 수업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수업이 끝나고 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뭔가를 배웠다는 것을 느끼면 정말 보람차고 뿌듯해집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음 수업 때에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그린나래에서 진행했던 수업들은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요? 분명히 선생님들께서 하는 수업과 제가 하는 수업은 수준부터가 다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배움으로 인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짜릿한 경험일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했으니 앞으로 1년 남은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항상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