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봉고등학교에는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회장과 부회장이 있습니다. 원래는 2학년에 회장과 부회장이 한 명씩 있고 1학년 부회장이 1명 있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학기가 끝나가면서 약간 바뀌었습니다. 내년이면 3학년이 되는 2학년 중에서 회장이 한 명 나오고 내년에 2학년이 되는 우리 1학년 중에서 부회장이 나오는 형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출되는 회장과 부회장은 임기가 6개월로써 내년 1학기까지만 하고 내년 1학기가 끝나면 3학년들은 참가하지 않고 1, 2학년 중에서 회장과 부회장이 선출되기로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임기 6개월짜리 회장, 부회장을 뽑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는 반장이 아닌 부회장이 되보려고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2학년들 중에서 회장 선거에 출마한 형, 누나들은 모두 세 명이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 1학년은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부회장을 선출할 때에는 저를 대상으로 찬성, 반대 투표를 해야 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저에게는 경쟁자가 없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소견 발표를 할 때 부담이 되거나 긴장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무조건 부회장이 될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경쟁자가 없으니까 왠지 의욕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학교 내에서 동아리, LTI , 영상 편집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부회장 선거는 부끄럽지만 어느샌가 신경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회장, 부회장을 선출하는 투표 당일날이 되어서야 '아, 내가 너무 준비를 안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컴퓨터실에 가서 ppt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PPT를 엄청 많이 만들어서 말을 길게 늘어놓으면 지루해 할 것 같아서 그냥 슬라이드를 한 개만 만들어서 공약 발표와 간단한 소견만 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실전! 제가 슬라이드 한 개만 만들어 넣은 PPT는 꽤 인기가 많았습니다. 잘 만들지는 않았지만 아이디어가 좋았나봅니다. (못믿으시겠다면 직접 확인하시길.....)


여튼 저는 제가 만든 PPT를 띄워놓고 소견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제가 내세울 공약들을 발표했습니다. 공약은 총 세 개로 부회장으로써 실현시킬 수 있는 공약들을 말했습니다.

'첫 째, 공동체 형성을 위해 소통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둘 째, 교내 급식소 밥을 먹지 않는 일을 없도록 하겠습니다.
 셋 째, LTI 활동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공약도 발표하고 말만 하니까 조금 허전한 것 같아서 간단한 퍼포먼스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지난번에 1차 연설을 할 때 다짜고짜 포크를 꺼내들며 "저를 찍어주십이오" 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께도 그 때 아무도 웃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포크 퍼포먼스였는데 반응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 때의 냉랭한 반응을 만회하기 위해 더 화려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짜서 휴대폰 퍼포먼스를 준비해 갔습니다.

이번 연설에서는 휴대폰 5개를 꺼내들었습니다. 애플, 노키아, 안드로이드, 폴더폰, 터치폰 등 아주 패키지로 준비했습니다.

여튼 그 휴대폰들을 보여주며 학생, 선생님들께 물었습니다. "이 폰들의 공통점들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러자 돌아오는 답은 "전화가 되요.", "니꺼에요." 등 당연한 답들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들고있는 휴대폰 중에서 몇 개를 땅에 던지며 배터리를 분리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휴대폰들은 모두 배터리가 없으면 작동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휴대폰들이 우리 태봉고등학교라면 제가 우리학교의 배터리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준비한 성과가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휴대폰 퍼포먼스는 아마 다른 곳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을거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보여준 공약과 연설, 퍼포먼스는 매우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는 부회장으로 당당히 선출되었고, 내년 1학기 때부터 1학기 말까지 6개월의 부회장의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너무 간단하게 부회장이 되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부회장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9월 22일(목)부터 24일까지 학교에서 가는 이동학습에 참가했습니다. 저희가 간 곳은 바로 '지리산' 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지리산으로 갈 때 코스 난이도를 상, 중, 하로 나눠서 갔는데 저는 남자기 때문에 가장 힘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캠프를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고, 아버지와 등산도 충분히 해봤으며 지리산도 한 번 가봤기 때문에 이번 이동학습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리산은 각 코스에 몇 개의 조를 짜서 가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조는 총 7명으로 담당 선생님은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체육을 전공하셨고, 등산도 많이 다녀보셔서 아주 든든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걱정없이 등산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조에서 저는 '코펠' 과 '버너' 를 들고오기로 했습니다. 제 아버지가 등산을 많이 좋아하셔서 왠만한 등산장비는 모두 집에 있었습니다.

제가 들고 간 버너입니다.


그렇게 준비한 짐을 챙겨서 선생님께 검사를 맡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제 짐을 보고는 깜짝 놀라셨습니다.

우선 제 가방이 너무나도 작다고 했습니다. 우리집에 있는 등산 가방중에서 그나마 가장 큰 가방을 가지고 온건데 작다고 하니까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져 온 코펠도 너무 작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코펠을 들고오기 전에 작은 코펠이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도 지금와서 작다고 하니까 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께 짐에 대해 실컷 잔소리를 들은 뒤 저는 짐을 처음부터 다시 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먼저 등산용 가방부터 새로 샀습니다.

저번 가방보다 훨씬 큰 가방을 구입했고, 친구에게 부탁해서 큰 코펠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까지 챙기고보니 가방을 들고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무거워졌습니다.

아버지가 새로 사주신 등산 가방입니다.


그렇게 짐을 다시 챙기고도 저는 지리산 준비를 하면서 계속 허둥지둥해야 했습니다. 정말 제가 생각해도 필요없을 것 같은 것들을 선생님과 다른 조원들은 계속 챙기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람막이 2겹과 각종 반찬들, 쌀, 모자, 장갑 이런 것들은 제가 생각하기에 지리산에 가서 정말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계속 분쟁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른 조원들도 작년에 지리산을 한 번 가봤다고 저를 계속 무시하면서 그런 짐들을 계속 챙기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조에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지리산에 가기 전까지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제 친구까지도 지리산 준비로 시비를 걸어서 그 친구와 싸우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지리산에 가서 바람막이는 한 개밖에 필요하지 않았고, 반찬은 너무나도 많이 남았으며, 쌀도 엄청 남아서 힘들게 들고왔습니다.

또한 모자나 장갑은 정말 필요도 없었으며 새로 산 가방은 공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괜히 가방이 너무 커서 무겁기만 했습니다.

저는 제 또래들 중에서 제가 여행을 가장 많이 가봤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등산도 아버지와 함께 많이 가봐서 충분히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서 나오는 제 의견은 거의 다 무시되었고 오히려 혼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리산을 다녀오고 나서야 제가 힘들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학교에서 가는 지리산 등산은 저 혼자만 잘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 의지하고 이해해줘야만 했습니다.

저도 너무 제 의견만 앞세웠다는 것을 느꼈고 이번 지리산 등산은 저 혼자 가는게 아니라 저희 조의 총 7명이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 의견이 무시되더라도 절대로 기분 나빠해서는 안되는 것 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동체 의식이라는 것을 배웠으니 내년에 가는 지리산 등산은 더 완벽한 준비를 해서 갈 수 있을 것 입니다.

저희 조의 일부 멤버들입니다.


지리산을 등산할 때 나는 아쉬웠던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단 우리는 집에 라면을 끓여먹을 코펠과 버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실수로 까먹고 코펠과 버너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코펠과 버너를 가져왔다면 뜨거운 라면을 추운 산에서 맛있게 먹었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라면의 기운으로 힘차게 등산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지도 저도 무척 아쉬웠했습니다.

지리산 삼신봉 정상에서.


그리고 우리가 세석 대피소로 들어갔을때 발이 너무 시려웠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핫팩으로 자신들의 발을 문지르고 있더군요.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사실 우리집에도 핫팩은 있었습니다. 만약 그 핫팩을 등산하는데 가져왔다면 보다 더욱 따뜻하고 덜 힘들게 등산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석 대피소에서 정말 맛없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햇반에 햄이랑 참치... 햄은 먹을만 했는데 참치는 너무 차가워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젓가락 또한 없었습니다.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죠.

우리가 지리산 세석대피소에서 먹은 저녁식사.


우리는 세석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잘 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젓가락을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나무젓가락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을 거쳐서 드디어 나무젓가락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무젓가락을 빌려준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맛있게 구워지는 고기들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제가 먹을 햇반과 햄, 참치를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다들 버너와 코펠을 가져와 맛있는 저녁을 지어 먹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맛있게 익은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현실은 전부 인스턴트 음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대충 먹고 우리는 거림코스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 주먹밥을 파는 것이 아닙니까? 만약 원래 계획대로 거림코스에서 등산을 시작했다면 맛있는 주먹밥을 사서 올라가 맛있게 먹었을 텐데...

그나마 아이젠과 스패츠, 그리고 방한장갑을 준비해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이번 여행은 아쉬웠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아쉬운 일이 많고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은 여행은 기억에도 잘 남을 것 입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교훈은 여행을 갈 때 사전계획을 잘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1일은 근현대사캠프의 마무리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일단 학교를 마치고 아버지의 회사로 가서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YMCA로 갔다.

그곳에 가니까 근현대사캠프의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청소년문화의 집에서 전화가 왔다. 그랬다. 그 날은 독서토론도 해야하는 날이었다.

근현대사와 겹쳐서 나는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 얼른 청소년문화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내가 초등학교때 매우 친했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무척 반가웠다. 우리는 독서토론을 끝내고 함께 YMCA에 가서 오랜만에 같이 놀았다. 한참동안 그렇게 놀다가 그 친구는 집에 가고 나는 YMCA에 남아서 근현대사캠프의 마무리를 준비했다. 내 역할은 사진을 보고 그 사진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5, 6월에 간 근현대사캠프의 사진을보고 멘트를 준비했다. 멘트는 생각보다 쉽게 생각났고 빠른 속도로 머릿속에 집어넣고 다른 아이들이 준비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5시에 행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의 발표가 시작되고 마침내 가 발표할 차례가 되었다. 나는 미리 외워둔 멘트로 발표를 술술해갔다.

그런데 내가 미리 멘트를 준비하지 못한 사진이 나왔다. 나는 참 이상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사진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6월의 사진이 나왔다. 이건 정말 아예 기억도 나지않는 사진들이라서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나지않았다.

결국 나는 6월 발표를 하지못하고 중간에 무대에서 내려왔다. 나는 얼른 선생님께 아 상황이 어떻게 된것인지 여쭤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실수로 나에게 사진을 다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무척 안타까웠다. 그래도 어머니와 선생님께서는 발표를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오늘 발표로 나는 준비를 철처히 해야겠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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