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 있으면 너무 나른하고 낮잠만 자는 거 같아서 도서관에 다닙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나름대로 탄탄한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 가서 읽은 책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아니고 저번 여름방학 때 아버지가 사주신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중 하나였습니다.

집에서는 책 읽는 게 너무 집중이 안 되기 때문에 도서관에 책을 가져가서 읽은 것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우주의 운명 : 빅뱅과 그 이후'라는 책입니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듣는 수업 중에서 과학을 제일 좋아했고 특히 우주에 관해서 배우는 과학 시간이 저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우주의 운명이라는 책을 골랐습니다. 제가 읽은 우주의 운명이라는 책은 단지 과학적인 시각에서의 우주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책은 우주에 관한 과학적인 사실과 우주의 역사부터 고대 사람들이 생각했던 우주, 우주에 대한 관념을 바꿔놓은 사건, 인물들, 그리고 우주에 담긴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우주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고대 사람들이 바라보는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하늘을 아름다운 여신 '누트'의 육체라고 생각해 왔다고 합니다.

하늘과 땅, 우주의 모든 것은 신이 창조했으며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자리들을 보고 모두 신의 모습에 투영하여 의인화하였습니다.


이처럼 고대 사람들의 세계관은 우주에 관하여 모든 것이 신의 존재를 부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류가 하늘과 우주의 신비에 감탄하고 우러러보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우주에 대한 인류의 세계관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우주의 중심을 자신들이 사는 지구라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에서 생각하면 그리스인들은 참으로 건방지고 성급한 생각을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 매일 밤 별들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것만을 볼 수 있는 그리스인들에게는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주관을 뒤바꾼 주장, 태양중심설
2000년 동안이나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왔던 인류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꾼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1543년 '천체의 회전 운동에 대하여'라는 책을 출판한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입니다.

코페르니쿠스는 처음으로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태양중심설'을 주장한 사람입니다. 그 당시 그의 주장은 그야말로 혁명이었습니다.

그런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은 지금까지 우주의 중심이 자신들이 사는 지구라고 생각해왔던 인간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자신들이 믿었던 우주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리스토텔레스와 코페르니쿠스가 불을 지핀 우주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주장을 시작으로 우주에 관한 연구는 계속되어 여러 학자가 우주가 가진 비밀을 점점 밝혀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티코 브라헤, 갈릴레이, 케플러와 뉴턴, 허블 등 수많은 천문학자를 거쳐 우주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들이 점차 쓰여갑니다.   


책의 나머지 내용은 지금까지 밝혀진 우주에 관한 과학적인 사실들을 적어놓은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이 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의 내용보다는 훨씬 다양한 내용과 깊숙한 부분까지 알 수 있었고, 복잡하지만 더 자세한 내용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마지막 장에 그려진 우주의 달력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세 장의 종이가 접혀있어서 펼쳐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을 펼쳐보니 우주가 빅뱅을 거쳐 탄생하고 난 뒤로 약 137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를 1년이라고 생각했을 때의 우주의 달력을 볼 수 있습니다. 


우주의 나이를 1년이라고 잡았을 때 우주가 탄생한 뒤, 태양계는 9개월이나 지난 다음인 9월 9일에 형성되었고 지구가 만들어지고 12월 19일이 되어서야 지구에 최초의 생물 어류가 태어납니다.

그리고 인류는 12월 31일 밤에야 시작됩니다. 저녁 10시 30분에 최초의 인류가 태어나고, 11시 59분 56초 예수 탄생, 그리고 우리는 지금 12시 자정을 살고 있습니다.

즉 우주의 나이를 1년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1초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주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우리 인류는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시간적이 개념에서만이 아니라 우주의 드넓은 공간에서 봤을 때에도 우리가 사는 지구는 단지 우주의 작은 먼지밖에 안 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우주는 너무나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입니다. 아직 인류는 우주에 대해 1만분의 1도 밝혀내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친구가 가지고 있던 영화 중에서 '프로메테우스' 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마침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얼른 아이패드에 넣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를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예전에 에일리언과 블레이드 러너 등의 영화를 만들어 SF영화사에 길이 남을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외계인 영화의 틀을 확 바꾸어 '인류의 기원' 을 찾아간다는 독창적인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영화 제목의 '프로메테우스'는 무슨 뜻일까요?

- 프로메테우스란?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입니다. 신들과 타이탄족이 전쟁을 할 때, 제우스가 승리할 것을 예상했던 '프로메테우스(먼저 생각하는 사람)'는 제우스 편에 서서 제우스의 총명을 받습니다.

신들의 왕 자리를 차지한 제우스는 신들만 있는 세상이 지겨워서 다른 생명체도 만들어달라고 프로메테우스에게 명령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호랑이와 독수리 등의 동물들과 인간을 창조하게 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호랑이에게 발톱을 주고, 독수리에게는 날 수 있는 날개를 주는 등, 동물들에게는 줄 것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특별히 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불을 훔쳐서 인간들에게 나눠주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큰 벌을 내립니다.


그렇지만 인간을 사랑했던 프로메테우스 덕분에 불을 얻은 인간들은 불을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잘 생존해 오면서 살고있다는 것이 신화의 포인트입니다.


-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내용
인류의 기원을 밝힌다는 주제를 가진 영화이지만 역시 에일리언을 만들었던 영향인지 프로메테우스 영화에도 외계 생명체가 등장합니다.

지구의 여러 동굴에서 같은 배열의 행성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하고 인류의 기원을 찾기로 한 엘리자베스 쇼 박사와 그의 연인이자 고고학자인 찰리 할러웨이는 프로메테우스호라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떠납니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 호


그들은 인류의 탄생이 외계인(영화상에서는 '엔지니어'라고 부른다.)의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하여 2년 동안의 우주여행으로 어느 행성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 행성에서 어떤 인공적인 건물을 발견하게 되고, 사람들은 인류를 창조한 외계인을 찾기위해 조사를 하면서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그들이 찾은 것은 외계인들의 수많은 시체들 뿐, 인류의 기원을 찾을 방법은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징그러운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기도 하면서 여느 영화처럼 고난을 겪습니다.

나중에는 여주인공 쇼 박사의 연인이자 고고학자 찰리 박사가 그 행성의 건물에 있던 어떤 유기체 감염되어 죽게 됩니다.

그와 성관계를 가졌던 쇼 박사는 비정상적인 임신을 하게됩니다. 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그 생명체를 제왕절개로 뱃속에서 꺼내버립니다. 그녀의 뱃속에서 나온 생명체는 문어처럼 생긴 징그러운 외계생명체 같았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갔던 건물의 정체는 인간을 창조했던 외계인들이 다시 인간들을 파괴하기 위해 지구로 가고 있던 우주 전함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을 자신들이 타고 온 프로메테우스 호를 이용해 외계인들의 우주전함을 부셔버립니다. 하지만 외계인(엔지니어)의 유일한 생존자가 우주전함에서 빠져나와 쇼 박사를 위협합니다.


하지만 쇼 박사가 임신했던 그 문어같이 생긴 외계생명체가 다시 나와서 외계인(엔지니어)을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쇼 박사는 외계인들의 우주선 조종법을 알고있는 데이빗을 데리고 다른 우주선을 찾아떠납니다.

한 편, 문어 외계생명체에게 잡아먹힌 외계인(엔지니어)의 시체에서 에일리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에일리언 같이 생긴 괴상한 생명체가 기어 나옵니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 그들은 왜 인간을 창조했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질문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외계인(엔지니어) 한 명이 우주선에서 지구로 내려와 어떤 액체를 마시고, 온 몸의 세포가 파괴되면서 바다에 빠집니다.

그리고 외계인의 부서진 세포가 바닷속에서 다시 합쳐지며 인간의 DNA가 만들어지고, 적혈구가 형성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한 영화 중간에 외계인과 인간의 DNA가 일치한다는 내용도 언급이 됩니다. 

이런 부분들을 조합해 볼 때,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엔지니어)들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죠. 그 외계인들은 왜 인간을 창조했을까요? 그들이 우리 인류의 기원이자 창조주라면 분명히 우리를 창조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영화 중간에 데이빗이라는 인조인간이 찰리 박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들은 왜 나를 만들었을까요?' 그러자 찰리 박사가 대답합니다.

'만들 수 있으니까 만든 거지.' 과연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우리를 만든 이유도 저렇게 시시하다면 우리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 인간들이 인조인간을 만든 것처럼 외계인이 우리 인간을 만든 이유가 단순히 '그냥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들었다'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요?

저는 인류가 창조된 이유를 알고싶어서 영화를 기대하며 봤지만 끝까지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영화 중간 중간에 그 해답이 숨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아마도 감독이 영화의 다음 편에서 공개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 창조한 인간을 다시 파괴하려는 이유는? 
영화에서 인간을 만든 외계인들이 다시 인간들을 파괴하려 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언급됩니다. 자신들이 창조한 인류를 다시 파괴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해답도 역시 영화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 또한 속편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류의 탄생 이유과 기원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담기에는 영화의 2시간이 너무 짧다고 생각되지는 않나요?

저는 오히려 이번에 본 프로메테우스의 1편에서 모든 결말이 밝혀지지 않을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주제는 좀 더 오랜 시간 다뤄져야 할 논쟁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다행히 3부작이라고 하니까 앞으로의 내용을 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부작을 모두 보면 인류의 기원을 포함한 저의 궁금증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겠죠.



- 결말에 대한 짧은 생각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에일리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에일리언 영화의 프리퀄 속편이다' '인류의 기원은 결국 에일리언이다' 등의 얘기가 많은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프로메테우스 마지막 장면에 나온 에일리언이 인류의 기원이라는 주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속편에서 그 에일리언이 나와 스토리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에일리언과 인류 창조의 이유를 연관짓는 것을 좀 터무니 없는 것 같습니다.

뭐 그런 것들도 프로메테우스 2편, 3편이 나온다면 모두 밝혀지겠죠. 1편은 너무나 궁금증을 많이 남기고 끝났으니까 이 영화의 속편을 기대해 봅니다.
 


프로메테우스
감독 리들리 스콧 (2012 / 미국)
출연 누미 라파스,마이클 패스벤더,샤를리즈 테론,로건 마샬 그린,가이 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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