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방학하기 전에 제가 속해있는 2학년 2반끼리 어디로 여행을 한 번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과 함께 여행 일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반끼리만 여행을 간다고 하면 학교에서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방학 때 따로 만나서 사비로 여행을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습니다.

결국 2학년이 끝나기 전에 반 여행 가는 것을 포기하고 있을 무렵, 어느날 학교에서 뇌활성 명상 교육을 실시한다고 했습니다.

뇌활성 명상을 하는 강사를 학교에 초청하여 1박2일로 교육을 받는 일정이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기회로 생각하셨습니다.


우리 2학년 2반의 반 여행을 대신하여 학급 모두가 학교에서 자면서 놀기도 하고 뇌활성 명상 교육도 받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기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태봉고 한 반에 구성원은 고작 15명인데, 15명으로는 뇌활성 명상 교육이 진행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반 뿐만 아니라 다른 반 학생들도 몇 명 참여하여 뇌활성 명상 교육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2학년 학생 약 20명과 함께 금요일(2013년 1월 4일)부터 일요일(1월 6일)까지 총 2박 3일 간 학교에서 먹고 자며 뇌활성 명상 교육을 받기로 했습니다.


명상 교육이라고 해서 계속 자리에 앉아서 명상만 하는 그런 지루한 교육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받은 뇌활성 명상 교육은 생각보다 활동적이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뇌활성 명상은 뇌를 활성화시켜서 긍정적인 감정상태를 유발하여 행복한 삶에 이르기위한 수행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우선 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과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 긍적적인 감정상태가 몸에 주는 영향 등 여러가지 이론적인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뇌를 활성화시키는 활동을 시작했는데, 기본적으로 오른손과 왼손을 고르게 사용하는 한 손을 접고 숫자를 세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제가 오른손잡이라서 사실 왼손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그 때 오른손과 왼손을 골고루 사용하면서 많이 어려웠지만 나름 뇌가 활성화되는 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간단한 몸풀기가 끝나고 이제 모둠을 나누어서 모둠끼리 종이에 각 한 사람마다 칭찬을 적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이 적어주는 자신에 대한 칭찬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고 그 상태로 남을 칭찬하는 문구를 적어주는 활동은 너무나도 희망찬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우정을 확인할 수도 있어서 친구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도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1박 2일간의 명상 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하나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들을 했지만 저는 두 명씩 짝을 지어서 한 명이 눈을 가리고 한 명이 이끌어 주는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두 명이 짝이 되어 한 명이 눈을 가립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학교 3층에서 1층 운동장까지 이동하는데 눈이 보이는 친구는 눈을 가린 친구가 길을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활동이었지만 선생님들의 안전지도 하에 움직였기 때문에 안심하고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눈을 가리고 하는 이 활동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활동입니다. 눈을 가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결국 자기 옆에 있는 사람만을 의지하게 됩니다.


활동을 하면서 안내해주는 친구가 잘 안내하지 못하여 눈을 가린 친구가 다치기라도 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없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눈을 가린 친구를 안전하게 인도했습니다.

덕분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많이 형성되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는 활동이었지만 저는 이 활동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촛불을 한 개씩 들고 그 동안의 뇌활성 명상 활동들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날 일정도 많이 남았는데 벌써 이별의 시간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찡하기도 했습니다.


1박 2일 동안 배운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칭찬을 많이 들은 밥은 시간이 지나 뽀얀 곰팡이가 생기고 욕을 많이 들은 밥은 흉측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 곰팜이가 생기는 것처럼 어떤 사물이든 간에 거친 욕보다는 칭찬이 더 좋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친구와 대화를 할 때에도 거친 욕을 사용하기보다는 억지로라도 고운 말과 칭찬을 사용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 등의 기본적인 마인드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느끼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우리 2학년 2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번에(10월 22일 토요일) 학교에서 '공동체의 날' 이라는 행사를 했습니다. 무슨 학교 축제같은 행사로써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들 모두가 참가하는 행사였습니다.

공동체의 날에는 한 학기동안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준비한 작품들과 동아리 전시, 그리고 공연 동아리들이 열심히 연습한 공연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동아리가 있었습니다. 그림과 글을 창작하는 '그글' 이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저는 동아리에서 특정한 만화와 소설을 만들어 전시했습니다.

사실 공동체의 날은 지난 1학기 때에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에는 아직 학교 축제 분위기도 낯설었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블로그에 포스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한 2학기 공동체의 날에 대한 글을 올려봅니다. 이번 공동체의 날은 '공감'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개최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과 학생들이 모두 함께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미술시간에 만든 작품들은 전시하고, 어른들과 학생들이 모두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시문화 축제' 도 열렸습니다. 시문화 축제란 어떤 시를 가지고 그 시에 대한 여러가지 연극이나 공연을 준비하여 보여주는 축제였습니다.

이번에 열린 시문화 축제는 1학년들만 했는데 1학년의 세 반이 모두 참가하여 각 반이 준비한 무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시(詩)를 연극으로

물론 제가 속한 1학년 3반도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저희 반은 '식민지와 국어시간' 이라는 시를 가지고 연극을 하기로 했습니다.

식민지와 국어시간이라는 시는 일제감점기 때 일본어를 강요하는 것과 지금 현대에 영어를 강요하는게 뭐가 다른지 표현하며 비판하는 시입니다.

시의 내용을 봤을 때 연극을 하는게 시에 담긴 뜻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연극을 택했습니다. 연극의 전체적인 연출은 만화가가 꿈인 김향기 누나가 맡았습니다.

그리고 저또한 연출을 도와주며 연극 대본 작성을 맡았습니다. 기본적인 연극의 내용은 연출 누나와 함께 회의를 하면서 정했고, 세부적인 대본은 전부 제가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연극 대본을 가지고 우리반은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시의 주제가 너무나도 좋았고, 공감이 충분히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포기를 모르는 독한 연습 끝에 저희 반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문화 축제 무대위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연극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연극 줄거리

우리반이 했던 연극의 전체적인 내용을 간단하게 적어보자면 처음에 일제감점기로 연극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한 학생이 일본경찰들에게 쫒기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현대로 시간이 넘어갑니다. 현대에서는 한 여학생이 엄마에게 영어단어는 외웠냐? 학원을 가라! 등의 잔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제감점기, 그곳에서는 한 학생이 지각을 하여 일본인 교사에게 혼이 납니다. 그리고 조선말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일본인 교사에게 뺨을 맞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대, 한 여학생이 지각을 해서 영어 교사에 혼이 납니다. 그리고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더 혼이 나고, 벌점 처리를 당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일제감점기, 일본인 교사는 일본의 언어와 문화를 따르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을 하며 일본어를 강요합니다.

그리고 현대쪽에서는 영어를 못하면 대학도 못가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영어를 강요합니다. 이런 일제감점기와 현대에서 각각 일본어와 영어를 강요하는 모습이 계속 비교되며 연극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국어교사가 나와서 일제감점기 때와 지금이 뭐가 다르냐고 호소하면서 연극이 끝납니다.



'우리는 아직도 식민지인가?'

사실 시의 주제가 너무 무거워서 우리들이 쉽게 다룰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학교에도 영어 선생님이 계셨고, 심지어 일본어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 선생님들 앞에서 우리 연극을 보여드리는게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학생으로써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확실히 영어가 필요한 이유와 일제감점기 때 일본어를 강요한 이유는 분명 다르지만 일본어와 영어 둘 다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우리반의 연극으로 인해서 영어가 없어진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단지 저를 비롯한 우리반은 우리 연극을 통해 우리학교 학생들이 문제를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연극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쨋든 우리반을 비롯한 시문화 축제가 끝났고, 본격적으로 각 동아리들의 공연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밴드, 랩, 댄스, 노래 등 여러가지 동아리들이 각각 준비한 멋진 공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연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게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무대만큼은 정말 새로웠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학부모들이 무대위에 올라가서 노래를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무대가 꽉 찰 정도로 많은 학부모님들이 바쁜 일상에도 준비를 하셨는지 멋진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정말 이번 공동체의 날 행사는 너무나 재미있었던 같습니다. 확실히 주제 공감이라서 학부모, 교사, 학생들 모두가 즐거웠던 축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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