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창원의 늘푸른 전당에서 창원 학교들의 간부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각 학교의 전교회장과 부회장이 모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태봉고등학교의 전교 부회장의 자격으로 그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이제 한 학기 동안 부회장으로 학교생활을 할 것이기 때문에 활기차게 참가했습니다.

늘푸른 전당에 들어가니 다른 학교에서 온 고등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은 대부분 교복을 입고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학교는 아쉽게도 교복이 없기 때문에 그냥 사복을 입고왔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자율성이 있다는 것이라 여기고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태봉고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학교들은 보통 일반 고등학교에서 온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학교는 마산의 끝자락에 있어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온 회장, 부회장들은 서로 막 아는 사이이고 친한척도 많이 하는데 저와 저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다른 학생들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잠시후 저희 학교의 전교회장 누나도 모임이 왔고 간부 수련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학생자치회를 이끄는 방법을 강의해준다고 했습니다.

강의는 마산내서여자고등학교의 이필우 강사님께서 해주셨고, 무슨 학생차치활동에 관련된 책도 주고 뭔가 기대가 많이 되는 강의였습니다.


그 강사님의 강의에서는 학생자치외의 권한이 많이 넓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학교의 행상를 학생자치회가 계획해야하고, 간부는 학생회에서 직접 뽑으며 학생자치회에서 학교예산을 직접 정하여 사용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강사님께서 하시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저희 태봉고등학교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태봉고의 학생자치회는 오직 학생들의 의지로 움직이는 단체였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던 일이 다른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태봉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여서 학생자치회를 이끌고 학교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강사님께서 말하시는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에 대해 전혀 감흥이 없었습니다.

저희에게는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만큼 저희 학교는 다른 일반 고등학교들과 비교해서 매우 자율적인 분위기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입니다.


학생자치회는 물론 학생들의 생활에 있어서도 저희 태봉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존중해줍니다. 하지만 이번 간부수련회에 참가해보고나서 절대로 그 자율성을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가 저희들에게 자율을 준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그 자유를 실컷 누릴 게 아니라 그 자율성을 받아드리되, 그 자율을 누리면서 그 만큼 더 노력해야 합니다.

다른 일반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비록 학교에 의해 자율성이 조금씩 억압받지만 자신들의 활동을 절대 멈추지 않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저희 학교도 자율이 있다고해서 무조건 좋아할 게 아니라, 그 자율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열심히 노력하여 자기 할 일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제 부회장 임기인 한 학기 동안 오늘 느낀 것을 바탕으로 학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태봉고등학교에는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회장과 부회장이 있습니다. 원래는 2학년에 회장과 부회장이 한 명씩 있고 1학년 부회장이 1명 있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학기가 끝나가면서 약간 바뀌었습니다. 내년이면 3학년이 되는 2학년 중에서 회장이 한 명 나오고 내년에 2학년이 되는 우리 1학년 중에서 부회장이 나오는 형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출되는 회장과 부회장은 임기가 6개월로써 내년 1학기까지만 하고 내년 1학기가 끝나면 3학년들은 참가하지 않고 1, 2학년 중에서 회장과 부회장이 선출되기로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임기 6개월짜리 회장, 부회장을 뽑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는 반장이 아닌 부회장이 되보려고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2학년들 중에서 회장 선거에 출마한 형, 누나들은 모두 세 명이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 1학년은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부회장을 선출할 때에는 저를 대상으로 찬성, 반대 투표를 해야 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저에게는 경쟁자가 없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소견 발표를 할 때 부담이 되거나 긴장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무조건 부회장이 될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경쟁자가 없으니까 왠지 의욕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학교 내에서 동아리, LTI , 영상 편집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부회장 선거는 부끄럽지만 어느샌가 신경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회장, 부회장을 선출하는 투표 당일날이 되어서야 '아, 내가 너무 준비를 안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컴퓨터실에 가서 ppt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PPT를 엄청 많이 만들어서 말을 길게 늘어놓으면 지루해 할 것 같아서 그냥 슬라이드를 한 개만 만들어서 공약 발표와 간단한 소견만 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실전! 제가 슬라이드 한 개만 만들어 넣은 PPT는 꽤 인기가 많았습니다. 잘 만들지는 않았지만 아이디어가 좋았나봅니다. (못믿으시겠다면 직접 확인하시길.....)


여튼 저는 제가 만든 PPT를 띄워놓고 소견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제가 내세울 공약들을 발표했습니다. 공약은 총 세 개로 부회장으로써 실현시킬 수 있는 공약들을 말했습니다.

'첫 째, 공동체 형성을 위해 소통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둘 째, 교내 급식소 밥을 먹지 않는 일을 없도록 하겠습니다.
 셋 째, LTI 활동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공약도 발표하고 말만 하니까 조금 허전한 것 같아서 간단한 퍼포먼스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지난번에 1차 연설을 할 때 다짜고짜 포크를 꺼내들며 "저를 찍어주십이오" 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께도 그 때 아무도 웃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포크 퍼포먼스였는데 반응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 때의 냉랭한 반응을 만회하기 위해 더 화려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짜서 휴대폰 퍼포먼스를 준비해 갔습니다.

이번 연설에서는 휴대폰 5개를 꺼내들었습니다. 애플, 노키아, 안드로이드, 폴더폰, 터치폰 등 아주 패키지로 준비했습니다.

여튼 그 휴대폰들을 보여주며 학생, 선생님들께 물었습니다. "이 폰들의 공통점들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러자 돌아오는 답은 "전화가 되요.", "니꺼에요." 등 당연한 답들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들고있는 휴대폰 중에서 몇 개를 땅에 던지며 배터리를 분리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휴대폰들은 모두 배터리가 없으면 작동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휴대폰들이 우리 태봉고등학교라면 제가 우리학교의 배터리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준비한 성과가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휴대폰 퍼포먼스는 아마 다른 곳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을거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보여준 공약과 연설, 퍼포먼스는 매우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는 부회장으로 당당히 선출되었고, 내년 1학기 때부터 1학기 말까지 6개월의 부회장의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너무 간단하게 부회장이 되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부회장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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