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아버지가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인 즉 물이 변기에 튄다는 것 이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왜냐하면 귀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서서 볼일을 보고 그 때마다 변기를 깨끗하게 닦아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변기를 닦을 바에야 앉아서 볼일을 보는 것이 덜 귀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의 제의를 받아드렸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던 습관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일어서서 볼일을 보고 아버지에게 작은 꾸중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동안 계속 앉아서 볼일을 보니까 어느새 그것도 하나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저도 모르게 변기에 앉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습관이 고정되고나니 아버지는 우리가 앉아서 볼일을 보는 이유는 매일 앉아서 볼일을 보는 어머니를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계속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볼 것 입니다. 우리집 뿐만 아니라 다른 화장실에서도 말입니다. 남성들이 조금만 습관을 고치면 그 변기를 쓰는 여성들의 변기를 내리는 고생은 줄어들 것 입니다.

꼭 남자는 변기에서 일어서서 볼일을 봐야한다는 고정관념을 이번에 완전히 깬 것 같습니다.
 

항상 내려져 있는 우리집 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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