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 무빙스쿨

라온아띠 국내훈련 중에는 '무빙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무빙스쿨이란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주제의식을 가지고 꿋꿋히 자리잡고 있는 기관이나 공동체를 방문해보는 활동입니다.

외국에서 5개월 간 생활하는 라온아띠 활동과 무빙스쿨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각 국가별 팀원들끼리 호흡을 맞춰볼 수 있는 첫 번째 활동이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무빙스쿨을 해보면서 팀원들끼리 의논하고, 방문할 기관에 대해 조사하고, 직접 그 방문기관 및 공동체에 연락을 드려서 허락을 맡아 가서 궁금하고 싶은 것을 질문하고.. 이런 활동들로 얻는 것이 바로 무빙스쿨이 가지는 의미입니다.

저희 캄보디아팀은 무빙스쿨 주제를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무빙스쿨에 대해 의논하면서 특히 많이 다투었던 팀이 바로 저희 캄보디아 팀이었는데, 다투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살아온 환경, 받아왔던 교육 등 삶의 대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의견을 가지고 다툼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무빙스쿨 주제와 연관시켜서 '우리가 받은 교육이, 우리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나?' 라는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마침 저희 팀에는 보편적인 교육이 아닌 대안학교에서 대안교육을 받은 사람이 저를 포함해 두 명이 있었습니다. 대안학교를 모르는 사람도, 대안학교를 다녔던 사람도 대안교육의 많은 모습을 보기 위해 대안학교를 방문하여 다양한 교육에 대해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방문하기로 한 곳은 서울에 있는 '풀뿌리 사회지기 학교' 라는 곳과 광명 YMCA의 '볍씨학교'였습니다. 

풀뿌리 사회지기 학교는 대안대학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라온아띠의 카페 면접 장소를 제공해 준 카페 체화당을 운영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교육이라는 것을 이분법적으로 일반교육과 대안교육으로 함부로 나눠서는 안되지만 일반교육을 받은 사람과 대안교육을 받은 사람은 분명히 차이가 있고, 그 차이에 대해 알기 위해 대안학교를 방문한 것이었는데, 풀뿌리 사회지기 학교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풀뿌리 사회지기 학교의 선생님이신 이성민 교무지기께서는 보편학교와 대안교육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학교와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보편(일반)교육이 답이다.', '대안교육이 답이다.'라고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각 교육들만의 다양한 방식과 지향점이 있고, 그것들을 모두 존중해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최종적으로 사람이 가지는 생각이나 가치과, 교육의 철학 등을 시계추에 비교하시면서 한 쪽으로 치우지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한 쪽으로 치우쳐 가면서 생기는 것들, 중립만 지키는 것보다는 왔다갔다 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에 집중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을 가리지 말고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보는 것이 좋다고도 하셨습니다.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말씀해주셔서 가슴속에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은 볍씨학교라는 곳을 방문하려는데, 길이 무척 어려워서 많이 헤맸지만 주변에 사시는 주민 분들이 길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볍씨학교는 대안초등학교입니다. 처음에는 '아직 자신의 주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안교육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 의문은 쉽게 풀렸습니다. 

볍씨학교는 생명을 중요시하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맨날 책상에 앉아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시골같은 정겨운 분위기의 학교에서 뛰어놀고, 진정한 상생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에 배우고 느낀 것들이 인생에서의 여러 가지 습관들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초등교육을 대안교육으로 생명의 중요성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사실 말이 대안교육이지 볍씨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의 과정들은 그저 '함께 사는 법'이었습니다. 볍씨학교의 선생님들께 교육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저희 라온아띠들도 현지에 가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국제자원활동을 하고, 이런 것보다 결국 팀원들, 현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단이 있으면 분명히 갈등이 생기고, 그것은 곧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지만, 볍씨학교에서는 '둘러앉기' 라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한 반에 갈등이 생겼을 때, 친구끼리 싸웠을 때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의 한생들과 선생님들이 다 모여서 무릎을 맞대고 둥글게 둘러앉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바로 '둘러앉기'입니다.

둘러앉기에서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서로 상처를 받더라도 그 상처를 계속 드러내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과 치유를 목적으로 합니다. 

비록 둘러앉기의 이런 방식이 갈등해결에 있어서 시간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를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지만, 서로의 서운한 감정과 상처를 계속 드러내면 감정이 쌓이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볍씨학교의 함께 사는 철학이나 생활, 둘러앉기 등을 보면서 제가 졸업한 태봉고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대안학교들이 각자들만의 교육방식이 모두 다르지만, 결국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점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무빙스쿨은 저희가 앞으로 캄보디아 현지에 가서 필요한 생활의 방식들, 여러 가지 고민들을 생기게 해준 좋은 시간이었고, 무빙스쿨을 통해서 배운 것들을 실천해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때로는 한 쪽으로 치우치기도 하면서 또 갈등이 생기면 둘러앉기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가고(실제로 국내훈련을 하는 동안 둘러앉기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그런식으로 우리가 살아갈 5개월을 천천히 준비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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