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읽었습니다. '혜주'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있었던 유일한 여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었습니다.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해서 사극 영화도 참 즐겨보는데, 이번에 본 '혜주'라는 소설도 역시나 정말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역사에서 조선시대 때 여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왕은 신라시대에 세 명 있었다고 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 여왕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이 '혜주'라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책은 현대에 송 씨 집안의 한 수학교사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록'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비록에는 실록에서 지워진 여왕인 '혜명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있는, 그동안 알려진 역사를 송두리째 바꿀만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혜명공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 임금이 절벽에서 굴러 몸이 날로 쇠약해지고 있던 어느날, 왕위를 이을 마땅한 사람이 없어 조정의 주요인사들은 광조의 막내딸인 '혜명공주'를 왕위에 앉히기로 합니다. 


여자가 왕이 되면 안된다는 여러 신하들에 반대에도 여러 가지 일들을 계기로 혜명공주는 조선의 최초이자 마지막 여왕인 '혜주'로 등극하고, 16살의 어린 나이에 나라를 다스리게 됩니다. 


혜주 여왕은 공주시절 병으로 먼저 죽어버린 왕자들 때문에 선왕과 왕비에게 막내의 이쁨을 한껏 받으며 자랐습니다. 혼인도 제 나이에 하지 못한 탓에 한 나라의 공주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자이고 싶은 순수한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왕이 되고 조선을 통치하면서 점점 변하게 됩니다. 백성들이 가뭄이나 홍수, 전염병으로 고통받을 때 자신의 안위만 신경쓰면서 백성은 챙기지 않고, 자신에게 대드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벌하려는 억지스러운 형벌이나 법률을 만들질 않나... 그야말로 무능력하고 이기적인 왕이었습니다. 


게다가 계속해서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늘리고 기존의 신하들을 믿지 못하며,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항상 신경질적이고 신하들을 눈치만 보게 만드는 폭군으로 점차 변해갔습니다. 


책 초반에 나왔던 순수한 혜명공주의 모습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고, 무능력하고 폭정을 일삼는 여왕의 모습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게 다 혜주의 탓만은 아닙니다. 혜주 곁에 있던 여러 인물들이나 왕이라는 높은 자리가 영향을 많이 주었겠지요. 하지만 결국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것은 헤주 여왕 본인의 잘못이 가장 크겠지요.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참 절실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혜주의 폭정을 보다못한 신하들이 실록에서 헤주의 기록을 지우기로 하지만, 결국 책에서는 혜주의 존재를 발견하고, '역사는 감추려고 해도 결코 지울 수 없다.'라는 말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혜주 - 10점
정빈 지음/피플파워


나는 어제부터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엽기 조선왕조실록' 이라는 책을 읽어서 오늘 드디어 그 책을 다 보고 이렇게 블로그에 쓴다.

그 책은 옛날 조선의 사소한 일들을 아주 재미있고 웃기게 표현해놓은 책이었다. 그 책에는 조선시대인데 컴퓨터게임 이야기와 드라마이야기 등 조선시대에는 있을 수가 없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이 그 책의 재미를 더하여 주었다.

이 책에는 조선에 대한 것을 아주 재밌고 웃기게 만든 이야기가 아주 많다. 나는 그 중에서도 이 책에 나오는 '사형수가 죽고 싶어도 절대 죽을 수 없는 날' 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그 이야기는 김상택이라는 남자가 어느날 큰 범죄를 저질러서 사형선고를 받게된다. 하지만 만물이 생동하거나 생장하는 봄, 여름에는 사형을 집행할 수가 없다면서 가을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사형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드디어 봄과 여름이 지나서 가을이 된다. 그래서 사형을 집행하려 하지만 하늘에서 사는 태일신선이 지상을 둘러보며 선악을 살피는 날인 1, 8, 14, 15, 18, 21일은 금형일(형을 금지하는 날)이라서 사형을 집행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16일에 사형을 집행하기로 하는데 하필 그날에 비가 와서 또다시 사형을 연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형을 집행하려고 하지만 갑자기 대감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사형집행을 또 연기하게 된다. 덕분에 김상택은 조금이나마 더 목숨을 부지할수가 있었다.

대충 이런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봤냐하면 김상택의 사형이 연기될 때마다 사또가 당황하는 말투가 너무 웃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사형이 연기되고 다시 사형을 받을 날을 기다리는 동안 김상택에게는 매일 만두만 주었다. 그래서 김상택은 자기가 무슨 늙은소년(영화 올드보이를 비유)이냐고 막 화를 내는 게 정말 웃겼다.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주인공에게 매일 만두만 주었다. 그래서 김상택이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조선시대였다. 조선시대에는 올드보이는 커녕 영화라는 개념도 없는 시대였다. 나는 그런 조선시대에 그렇게 웃긴 비유를 한 것이 정말 웃겼다.

이 이야기는 단지 웃음을 주기위한 내용은 아니다. 이것은 조선이 금형일을 엄격히 지켜서 인간다운 면모를 지키려는 노력을 했다는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움을 보여준다.

엽기 조선왕조실록 - 10점
이성주 지음/추수밭(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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