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3부, 한반도를 덮친 전쟁의 위협

태백산맥 3부에서는 이데올로기의 본격적인 대립으로 6.25 전쟁이 일어납니다. '1950년 6월 25일'이라는 목차의 제목에서 나오는 차갑고도 위압적인 느낌은 제목 자체로 전쟁의 참혹함을 전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한반도 역사의 큰 분기점인 그 날은 태백산맥의 이야기 속에서도 큰 사건이고, 많은 인물들이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고 행동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 염상진을 비롯한 좌익 공산당 세력들에게는 그 전쟁은 바로 인민해방을 위한 숭고한 해방전쟁이었고, 그들의 사상과 가치관을 실현시키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반면에 땅을 많이 가진 지주 중심의 기득권 세력들에게는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북한 괴뢰군의 불법남침이자 혼란의 시작이었습니다. 


지주들에게 착취를 당해오던 가난한 농민들은 농지개혁과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사회주의 세력의 인민군들을 반가워합니다. 소설에서도 묘사되었지만 그들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반기고 찬동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땅을 가지고 '착취당하지 않는 삶' 자체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농지가 많아 농경생활이 성행했던 전라도 땅에서 소작 농민들이 겪은 끝없는 착취와 가난한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참혹했던 것이죠. 


그에 비해 지주 세력들은 공산주의가 자신들이 가진 재산을 무상으로 몰수하여 농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양반중심의 생활양식을 가진 그들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 또한 말이 안되는 것이었죠. 


이렇게 다른 두 이데올로기 대립의 절정인 전쟁 속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갈등과 가치과 혼동을 느낍니다. 좌도 우도 아닌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지식인 김범우는 이리저리 방황하는 와중에 동료에게 "제 3의 입장은 없다"는 팩트폭력을 당하게 됩니다. 


전쟁의 초반, 한반도 대부분을 인민군이 장악하고 있던 시기에 김범우는 인민군 세력의 선전활동과 정보 수집 활동을 하며 좌익 쪽으로 가치관이 넘어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김범우 자신의 우려대로 미국이 참전이 결정되고, 미국 전투기의 엄청난 폭격에 남한 땅의 수많은 인민군들이 죽어갑니다. 


인민군이 심각하게 밀리는 상황에서 김범우는 동료들의 배려로 인민군 세력에서 벗어나 혼자 몸을 숨깁니다. 그는 두 이데올리기가 대립하게 되면 결국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민족이 처잠하게 죽어가는 모습에 큰 두려움을 느낍니다. 


미군의 참전으로 대립은 대립대로 악화되고, 사람은 사람대로 수없이 죽어가는 모습은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끊임없는 죽임의 현장이었고,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데올로기나 정치사상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인데, 그런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대립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큰 회의와 혼란을 느끼고 방황합니다. 


그러다 한국 여자를 겁탈하려는 미군들을 혼내주게 되고, 이런 저런 일을 겪다가 자신이 그렇게도 거부했던 미군의 통역사가 되버렸습니다. 


김범우는 민족의 발견을 외치며 한반도의 민족이 하나로 뭉쳐 외세를 몰아내고 진정한 화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 미군에서 일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인생의 수치이고, 민족을 배반하는 부끄럽고 죄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자기 감정을 숨기고 묵묵히 일을 해나갑니다. 


그는 미군들과 일하면서 한국 사람들을 보며 야만적이고 자신들보다 하등한 존재로 여기는 미국에게 열등감이 아닌 구역질을 느끼고 그들을 죽이는 꿈을 계속 꿉니다. 


김범우의 눈에는 인디언들을 무차별로 죽이고 그 곳에 나라를 세워 인류의 발견이니 뭐니 해대는 미국이야말로 진정으로 야만적이고 역사의식은 커녕 역사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였습니다. 


그런 미국을 몸을 느끼면서 김범우는 민족의 단합이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점점 머릿속에 새기며 그런 생활을 참아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그의 생각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줄 일이겠죠. 


3부의 후반, 7권의 마지막장에서 미국과 남한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에 중국의 개입이 시작되며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한반도 땅에서 같은 민족끼리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군인들까지 들어와 피튀기며 싸우는 전쟁의 끔찍한 현실, 한반도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요? 

태백산맥 2부, 역사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2부 '민중의 불꽃(3~4권)'을 읽었습니다. 1부 '한의 모닥불'에서 한반도에서 인간이 겪어온 끊임없는 굶주림의 굴레와 불평등에서 비롯된 억압의 역사에 대한 분노로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게 되는 인물들의 그 나름대로의 이유를 설명했다면,


2부에서는 본격적인 사회주의 혁명의 행동을 실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초반에 사회주의 혁명의 염상진과 그의 동생인 우익세력 청년단의 염상구의 대립으로 진행되는가 싶더니 2부에서는 '심재모'라는 인물을 새롭게 등장시킵니다. 


심재모는 벌교, 보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계엄사령관을 맡은 군인 중위로 소개가 되는데,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편까지 들어주는 세심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소위 빨갱이 소탕을 위한 전투에서는 무서울만큼 냉철한 모습으로 적들을 상대하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까지 겸비한 완벽한 인물이죠. 


그는 군인으로 지내면서도 어딘가 군인과 경찰이라는 존재가 민심을 크게 잃어가고 군, 경이 하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느낄 무렵 벌교의 지식인 김범우와 서민영이라는 인물을 만나며 가치관에 큰 혼란을 겪습니다.

 

그것이 이념이나 사상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 비롯된 혼란이었던 것입니다. 


어느날 길을 지나다가 배고픔에 술찌꺼기를 먹으러 모여든 아이들을 보고 진정으로 군인이라는 존재가 국민, 국가에 이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품고 김범우, 서민영 그리고 손승호라는 인물들과 대화하고 또 가르침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맡은 계엄 지역에서 벌어지는 지주와 소작인의 문제, 끝없는 가난과 싸워가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인간적, 윤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노력합니다. 


염상진도 비록 적이지만 그를 인간적인 인물이라 생각하고 있죠.

 

심재모라는 인물이 책 속에서 겪는 감정의 변화나 민족의 아픈 역사에 대해 배워나가는 모습이 마치 책을 읽고있는 저의 모습인 것 같아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심재모는 용공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계엄사령관 자리에서 쫒겨나가게 되어 서울에서 김범우를 비롯한 신문기자, 선생님 등 다른 지식인들의 도움을 받고, 그들과 친해지며 정치나 역사의 흐름에 관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는데,


그런 만남이 김범우와 심재모 둘 다에게 큰 영향을 주고, 그들이 행동을 결정하는데 많은 작용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 태백산맥을 3권까지 읽었습니다. 3권까지가 태백산맥의 1부 이야기라고 하네요. 한 챕터가 끝나는만큼 3권의 마지막은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뭔가 큰 바람이 몰아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습니다. 


3권의 이야기이지만 참으로 많은 인물이 나오고, 그만큼 많은 일이 책 속에서 펼쳐집니다. 일제의 지배와 탄압으로부터 오는 고통과 분단의 아픔으로 연속된 민족의 고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시대를 사는 것처럼 가슴이 턱턱 막히고, 끓어오르는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삼키기가 힘들게 됩니다. 우리 민족의 겪었던 그 아픔의 광경이 스쳐지나는 것 같은 그 느낌을 책을 읽고나서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1부의 제목 '한의 모닥불' 에서 그 '한'이라는 것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된 것 같습니다. 한반도의 역사 대부분을 거쳐 온 지배와 착취의 역사에서 그들의 겪은 갖은 고초, 특히 인간의 가장 큰 고통인 굶주림을 삶의 일부로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요. 



너무나도 막막하고 힘겨운 일이이게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이 큰 고통 속에 그들은 몸부림치고, 싸우려는 마음을 먹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짓밟혀 더 큰 고통을 받는 현실이 믿을 수 없었습니다. 


지주를 비롯한 농업사회 속 지배와 착취의 굴레를 끊기 위해 사회주의 혁명으로 모인 세력들, 지주에게 대항하는 소작인들, 그들을 도와주는 여러 사람들, 모두 쉽게 자유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전라도 사람들이 옛날부터 욕을 많이 하고, 군인과 경찰에게 냉소적인 이유가 농업 토지가 많아 그만큼 지주의 횡포가 심해 사람들의 착취와 고난의 역사가 길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대목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백성들의 8할이 농사를 짓는 시대에 농업으로 인해 더 힘겨워지는 그들의 삶이 정말 모순되고 아픈 이야기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역사라는 것이 그저 마음 아픕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정래 작가님은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수난과 아픔을 쓰고자 하여 많은 작품을 쓰셨고, 그 중에 하나가 태백산맥이라고 합니다. 


1부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적 수난과 아픔을 읽으면서 그 시대의 흐름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남은 책들도 더 읽으면서 더욱 우리 민족의 역사를 이해하고 마주하고 싶습니다. 

 

태백산맥 2권을 읽었습니다. 1권은 사회주의 혁명의 염상진이라던가, 그를 쫒는 동생 염상구, 민족의 단합을 주장하는 김범우 등의 주요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2권의 그 주변인물들에 초점이 잡혀있는듯 했습니다. 


사회주의 혁명, 책에서는 소위 '빨갱이'가 되어 몸을 숨겨야만 하는 남편을 둔 여자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그런 시대에 그들이 겪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힘들기만 했습니다. 


경찰서에 있는대로 끌려가서 매타작을 받으며, '남편을 보았냐', '남편을 빨갱이로 신고할 것이냐', '남편을 설득시킬 수 있냐'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고, 


그런 상황에서 아내들을 남편이 하는 빨갱이라는 것에 치를 떨고, 거부감을 느끼지만 남편은 남편이기 때문에, 자식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신고할 수 없다며 꿋꿋한 의지를 밝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겨진 자식들은 부모가 다 자리를 비운 마당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신세가 되지만, 더 어린 동생을 달래며 어른스럽게 부모를 기다리는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지주와 소작인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실직적인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굶주림과 가난의 대물림으로 살아가는 힘겨운 삶에 지쳐 정부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고, 그런 정부에 반하는 좌익세력에 마음이 쓰이기도 합니다. 


'배고픔과 동물과 인간'라는 차례가 있는 2권에서는 이렇듯 인간이 겪는 어쩌면 가장 큰 고통일 수도 있는 굶주림에 대한 고민을 던져줍니다. 












책 속 김범우는 반만년이라는 긴 세월동안이나 역사를 이어온 한반도에서 아직도 이런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굶주림과 가난에 시달리는 것에 큰 회의감을 느끼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이며, 긴 시간동안 인간이 이루어 낸 것이 또 고작 굶주림에 시달리는 고통인 것이 참 슬프다고 합니다. 


결국 이 책의 사회주의 혁명의 시작도 이런 수많은 사람들의 굶주림과 가난의 굴레를 끊어버리기 위한 발걸음이라며 그들의 사상적 의지는 더욱 불이 붙습니다. 


이런 시국에 자기 밥그릇과 승진할 기회만 노리는 높은 사람들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이렇게 대조적인 두 집단의 모습이 여러 가지 인간의 고뇌와 심리를 복잡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책 속 그들의 선택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만큼 참아왔던 고통, 울분이 담겨있기에 그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 공감해야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집 책장에 있는 소설 '태백산맥'을 읽어봤습니다. 고등학생 때 몇 번인가 읽어보다 내용도 복잡하고 양도 많아 그만뒀던 기억이 있는데, 워낙 좋은 책이라 해서 이번 기회에 한 번 다 읽어볼까 했습니다. 


대망의 1권을 펼치자 처음부터 엄청난 긴장감을 조성하며 전개되는 엄청난 이야기의 향기가 풍겨오는 듯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미국, 소련의 신탁통치로 남북의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격동의 1940~50년대를 배경으로 사회주의와 민족주의를 비롯한 수많은 사상의 대립과 사건이 가지를 뻗듯 진행되는 어마어마한 이야기 바로 소설 '태백산맥'이었습니다. 



80년대에 쓰여진 태백산맥은 대표적인 한국 문학인만큼 문체가 너무도 매력적이고 인물들의 행동이나 생각의 묘사가 치밀해서 책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에 걸맞게 책 속에는 정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1권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의 좌익세력의 일원인 '정하섭'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회주의 세력의 위원장 '염상진', 그의 동생이자 우익세력의 대표 '염상구', 정치적 사상을 떠나 민족의 단합을 바라는 '김범우' 이 네 명이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1권의 제목이 '한()의 모닥불'인 것 처럼 1권의 내용은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는 생각과 사상, 행동의 이유가 어떻게 생겨난 것이며 각자의 분노 또는 '한(恨)'이 어떠한 이유로 나타나고 표출되는지를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인물의 소개같은 것이죠. 책 앞에 간략하게 할 수도 있는 인물소개를 태백산맥은 그 인물들 하나하나 살아온 모습과 가족관계, 각자에게 있었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 등으로 인물들이 가진 사상적 배경이나 행동의 이유를 펼쳐놓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사회주의 혁명의 군사적 행동이나 숙청, 좌익세력을 혐오하는 우익세력 등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닌, 그들이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들의 감정과 행동에 힘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염상진과 그의 동생 염상구 두 인물의 대립이 중점이 될 것 같은데, 저는 역사의 분기점에서 방황하고 있는 김범우라는 인물에 신경이 쓰입니다. 


염상진이라는 인물은 독립운동에 몸을 바친 김범우의 친형 김범진이라는 사람에게 매료되어 사회주의에 대해 오랜 시간 공부하여 투철한 혁명전사가 된 것으로 묘사되는 반면, 정작 그 독립운동가 김범진의 동생인 김범우는 참으로 여러 가지 사상적 갈등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그도 역시 염상진이라는 인물처럼 어릴적부터 사회주의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염상진과도 절친한 사이였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학도병으로 끌려가게 되면서 염상진과는 전혀 다른 삶의 갈래로 나뉘게 됩니다. 


일본의 군인인 것이 싫어서 일본군을 탈출해 영국군에 투항한 뒤, 연합군 소속으로 미국에서 OSS라는 첩보요원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던 중, 갑작스런 조선의 독립으로 졸지에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갇히게 되는 신세가 됩니다. 


어찌어찌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 김범우였지만 그는 미국의 첩보요원에서 갑자기 포로가 되어버린 경험으로 '나라잃은 슬픔'을 몸으로 실감하고 정치적 사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큰 회의를 느낍니다. 


그는 미군정에서 부탁하는 통역관의 자리도 미제국주의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 같아 거절하고, 그렇다고 염상진이 행하는 사회주의 혁명에도 동참하지 않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마냥 소극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염상진과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염상진에게 그는 지금 우리 나라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이다, 소련이다, 민주주의다, 공산주의다, 그런 이념대립이나 정치적 택일이 아니라 민족의 발견을 통한 단합이라고 말합니다. 


제국주의적 팽창주의의 미국과 공산주의적 패권주의의 소련이 대립하는 큰 흐름에 짓밟히고 있을 때가 아닌, 우리 민족끼리 뭉쳐서 단합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죠. 


하지만 김범우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염상진은 그가 비현실적이고 허황된 꿈을 꾼다고만 생각하고 두 사람이 겪는 이념적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갑니다. 


어쨌든 저는 김범우가 말했던 그 민족의 발견과 단합이라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역사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초반이라 짧게 나오지만 두 생각의 차이는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우리 민족의 겪은 거대한 역사속 소용돌이를 문학이라는 소재로 이렇게나 가슴아프고 웅장하게 표현한 것이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며 각자의 사상과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수많은 대화와 갈등, 선택을 목격하며 저 또한 그 시대의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앞으로 더 진행될 염상진, 염상구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행보와 이야기들이 기대가 됩니다. 

진주에 정의당 원내대표이신 '노회찬' 의원님의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촛불이 꿈꾸는 정치'라는 주제로 현재 대한민국에 대한 노회찬 의원님의 여러 가지 생각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딱딱한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지만, 언어의 연금술사로 유명하신 노회찬 의원님 특유의 재치와 편안함 덕분에 굉장히 재미있고, 또 공부가 많이 되었던 강의였습니다. 



강의를 시작하시기 전에 대한민국의 역사가 '촛불 이전'과 '촛불 이후'로 나뉜다고 하셨는데. 

촛불 이전을 B.C(Before Candle)이라고 재밌게 비유하시면서 우리는 앞으로 촛불 이후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노회찬 의원님은 먼저 작년, 그러니까 2017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박근혜 국정농단'이라는 사건을 시작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남으로써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을 비롯한 정권교체. 이것 이외에도 2017년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먼저 요즘 상영되고 있는 영화, '1987'의 이야기를 꺼내시며, 6월 항쟁이 있었던 1987년'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시작한 해'이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7년은 그 30년을 되돌아보고, 이후 30년을 설계해야 하는 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겨지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격차'. 경제적 '격차', 이러한 격차가 모습을 드러냈던 1997년 IMF시절로부터 20년이 바로 2017년이며,


새누리당 정권으로부터 10년이 바로 2017년이라고 했습니다. 10년간 쌓였던 온갖 적폐들로 인한 국민들의 문제의식이 쌓이고 쌓여 들고 일어섰던 것이 바로 촛불이었죠. 


2017년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하시며, 그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들이 해나가야 하는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해주셨습니다. 


정당인으로서 적폐청산의 중요성을 언급하셨는데, 참 공감갔던 것이 적폐청산이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청소는 먼지에 대한 보복이냐"며 사이다 발언을 하셨습니다. 


방송에서 하셨던 말씀이라는데, 그 말이 정말 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대변하는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적절한 비유였던 것 같습니다. 


"더러우니까 청소하는 것 아니냐.", "청소를 1월 말까지만 하고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은 없다." 등의 말도 덧붙이시며 시한없이, 기한을 두지 않고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1시간 반 동안 많은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대한민국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적 격차를 없애지 못한다면 국가의 성장이나 수출은 의미가 없다고 하신 것과 친일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더 이상은 이런 기록과 잘못된 원칙을 남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이 왠지모르게 가장 감명깊었습니다. 


항상 정치나 사회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도 잘 하지 못했었는데, 이번 노회찬 의원님의 강의가 세상을 향한 저만의 관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영화 1987은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와 사건이 전개됩니다. 하지만 인물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뛰어난 연출 덕분에 영화를 보며 전혀 피로하거나 혼란스럽지 않죠.


원래 그 배우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이미지를 영화 속에 녹여들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대는 배우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대학생으로 나오는 '연희(김태리 분)' 라는 인물인데, 이 연희라는 인물이 이 영화 1987의 감정을 따라가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영화 1987을 만든 장준환 감독님은 연희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꽤나 직접적으로 연희라는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를 통해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연희는 기본적으로 첫 등장부터 잡지를 얼굴에 뒤집어 쓴 모습으로 등장하고, 다음 장면에서는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걸어갑니다. 



그 당시 정권은 국민들의 정치나 사회에 대한 관심을 줄이기 위해 잡지나 음악같은 대중문화를 장려했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희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눈과 귀를 막은' 대중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초반, 연희 주변에는 데모를 하거나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정작 본인은 나름의 상처때문에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연희는 소개팅을 하러 가는 길에 시위가 일어나 경찰에게 맞으며 쫒기게 되고 몸을 숨겨 얼굴에 묻은 최루가스를 닦으며 "처음 소개팅인데 데모하고 지랄이야..."


이 장면에서 관객들과 저는 웃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대사였습니다. 지금 밖에 놀러나가는 길에 시위를 하고 있다면 저는 어땠을까요? 


연희는 그 후로 한 운동권 오빠를 만나 동아리실에서 7년전, 5.18 광주에서 있었던 일의 진상에 대해 알게되고 생각의 큰 전환점을 겪어갑니다. 


영화후반, 지칠대로 지친 연희는 그 운동권 오빠에게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라는 말을 하는데, 용기가 부족했던 많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대사였던 것 같습니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결국에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큰 한 걸음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점점 바뀌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저는 같은 대학생으로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수많은 국민들이 모인 광장에서 결국 손을 들고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연희의 모습은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장면이었죠.

 

불과 1년 전에도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큰 일이 하나 있었죠. 같은 일은 아니지만, 그 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희망을 외치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영화 1987은 1987년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며 변해가는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친구와 '1987'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1987은 6월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습니다. 요즘 정치적이거나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을 다룬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죠. 하지만 1987은 뭔가 좀 다른 영화였습니다. 


영화 1987은 기본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잡혀가서 고문으로 죽임을 당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덮으려는 '정부'측 사람들과 그 진상을 알아내려는 검사, 기자, 운동권 사람들, 대학생 이런 여러 인물들 각각의 이야기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점점 민주화에 눈을 떠가는 대학생 '연희(김태리 분)' 라는 인물이 내용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의 3분의 1을 지나서야 등장합니다. 


그 만큼 영화 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연으로 나오며 그 사람들 각각의 행동과 감정, 신념이 자주 묘사됩니다. 심지어 악역이라 볼 수 있는 박처장(김윤석 분)의 비중 또한 엄청나죠. 



그렇게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이야기 속에서 영화는 전혀 어지럽거나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마치 한 인물인 것처럼 모든 사건과 행동이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목적을 이루어 갑니다. 


영화 속 각각의 인물이 주인공인 여러 편의 영화를 한 번에 본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만큼 영화가 짜임새 있고 전달하려는 바를 효율적으로 담아냈다는 것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런 연출 덕분에 영화를 보며 '그들은 왜 그렇게 필사적이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됐습니다. 


한 대학생의 죽음, 그 사실을 숨기려는 사람들, 그리고 진상규명을 바라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계속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영화 중반의 한 대사가 제 가슴을 찔렀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무기는 진실 뿐입니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과도 관련없는 이야기는 아니죠. 


아들의 유골을 뿌리며 오열하는 박종철 학생의 아버지


수많은 정치적, 경제적 압박과 고문을 받으며 심지어 가족의 신변까지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영화속 그들은 오직 '진실'이라는 것 하나만 믿고 신념이 이끄는대로 행동합니다.


죽은 박종철 학생이 그들에게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동생, 형, 친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이 아니라고 생각한 순간 자신의 일이 되었고 그들은 움직였습니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한 명의 영웅이 가져온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건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이루어낸 결과임을 이 영화는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픽션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결과를 위한 과정 속에 넣은 극적인 요소일 뿐이지 인물들의 행동에 제약을 주거나 억지로 눈물을 유발하려 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교훈을 주거나 감동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 오직 그 당시의 인물들을 빌려와 일어났던 일들을 단지 재현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 영화가 저를 비롯한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집에 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저를 부르셨습니다. 아버지 방으로 간 저에게 아버지는 옷장 서랍 구석에 꼭꼭 숨겨둔 곳에서  왠 나무상자 하나를 꺼내 주셨습니다. 


상자 속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동전더미가 들어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몇년간 모으신 동전들이라고 하시면서 용돈으로 쓰라고 하셨습니다. 


양이 많다보니 은행에 가서 지폐로 바꿔야 할 것 같아서 바로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동전을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에 가서 지폐로 바꾸려면 종류별로 나눠서 가져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100원, 500원, 50원 등의 종류를 분류하는 김에 액수를 세면서 했습니다. 그래야 뭔가 의욕도 생길 것 같아서ㅎㅎㅎ


비록 동전이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점점 꽤 큰 돈이 되더군요. 거의 2시간이 걸린 작업이었지만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분류를 다 하고, 동전을 다시 모아 은행으로 들고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워서 엄청 당황했습니다. 


집에서 은행까지 10분정도 걸리는데 동전을 세는 2시간보다 은행까지 동전을 들고가는 10분이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은행 영업 상 동전을 지폐로 바꿔주는 것은 보통 오전에만 진행해주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뭐 어찌어찌 동전을 바꿀 수 있었는데, 은행직원 분이 제가 들고 온 동전의 양을 보고 살짝 당황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동전을 지폐로 바꿔서 잘 가져왔습니다. 모아 둔 동전을 바꿔오니 뭔가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주신 동전이지만 오늘부터 저도 동전을 모아서 몇 년 뒤에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기분좋은 돈이 생기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군대 휴가 나갔을 때 친구가 읽으라고 빌려준 책이 하나 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인데, 뭐 그 당시에 이미 베트셀러로 아주 유명한 책이었습니다. 


읽기 전에는 평범한 자기계발서인줄 알았는데, 이게 읽으면 읽을수록 보통이 아닌 책입니다. 책의 전개 방식도 독특한데, 어떤 철학자와 청년이 대화하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이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의 저서인 '대화편'이라는 책의 형식을 따온 것이라고 작가가 말하더군요. 확실히 철학적인 내용을 딱딱하게 늘어놓은 것보다 두 인물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도 쉽고 몰입도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은 기본적으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사람의 '아들러 심리학'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아들러라는 사람은 인간이 겪는 수많은 일들과 고민이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연구한 '개인심리학'을 인생의 전체적 과제로 이야기하며 철학적인 논의로까지 끌고갔습니다. 


이 책인 두 저자는 일본인인데,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사상으로 세상에 전한 것이 플라톤인 것처럼, 아들러의 철학과 사상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들러 사상은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굉장히 이상적이고 너무 실현하기 힘든 방법과 마음가짐을 제시하죠. 


책에서 아들러의 사상을 배우는 '청년'이라는 인물도 책을 읽는 저희들처럼 끊임없이 아들러 사상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면서 반기를 듭니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청년은 철학자의 말을 이해하고, 수긍하면서 아들러의 사상과 그가 생각해 낸 심리학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이고 삶에 미치는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게 되죠. 


하지만 책을 읽는 저로써는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어느정도 수긍하더라도, 아들러의 사상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었고, 여전히 현실에 대입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움받을 용기2'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바로 구입해서 읽어보았죠. 2권의 내용은 저처럼 아들러의 사상을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책의 주인공 청년이 다시 철학자를 찾아가 대화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 1권이 아들러 사상을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라면, 2권은 아들러 사상을 통해 행복으로 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책에 워낙 많은 내용이 있어서 몇번 읽어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미움받을 용기' 1, 2권을 읽으며 가장 감명깊었던 내용은 바로 '삶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이 내용은 책의 제목처럼 인생에 필요한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책은 전반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의 태도, 이 책에서는 '생활양식'이라고 말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이 언급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한 기억이 있어서 어른이 된 이후에도 사람들과 관계맺기를 어려워하고 외톨이가 되는 일>을 놓고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따돌림을 당한 기억'이라는 원인에 집중하는 '원인론'을 생각하지만,

아들러는 심리학에서는 그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과 관계맺기를 꺼려하는 '목적'에 집중하는 '목적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론 어린 시절의 기억에 그 사람의 행동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그 사람은 자신이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에 대해 위로받고 싶다던가, 더이상 상처받기 싫다는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여 타인과의 관계에 소홀하고 꺼리는 생활양식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 '목적론'이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요즘 소위 말하는 '팩트폭력'을 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방금 든 예시가 아니더라도 제가 살아오면서 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선택일 뿐이라는 것.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는 '목적론'에 대한 이야기. 이 부분이 심리학적으로 사실이든 아니든, 이 목적론이라는 것을 알고생활하다보니 어떤 일이나 사람에게 화가 날 때 '내가 화나는 감정을 표출하여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목적이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무척 단순한 예시이지만, 감정 조절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태도'는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있는 일이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문득 '인생에 대한 태도'에 대한 생각이 들면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살아갈 때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고민들, 고난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때 이 책을 참고하며 해결해 나가고 싶습니다. 두고두고 읽고싶은 책이 하나 생겼네요. 


어렸을 때부터 군대라는 곳에 대해 참 거부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휴전중인 국가에서 '군대'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기본적인 두려움과 20살이 넘으면 가야한다는 사실에 무의식적으로 싫어하게 되고 피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보통 어른들이 어린 남자애들한테 하는 "네가 군대 갈 나이가 되면 통일이 될꺼다.", "네가 20살 되면 군대가 없어질꺼다." 등의 말들이 듣기 좋았고 믿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군대에 대해 별 생각없이 지내다가 20살이 넘고 군대를 다녀온 주변 형들이나 슬슬 군대를 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군대를 가야한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뭐 금방 현실을 받아드리고, 육군이나 해군 등 여러 곳을 지원하다가 가장 먼저 합격한 의무경찰로 입대가 결정되었습니다. 



의경에 지원하기 전까지 '의경'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던 저는 의경에 가게 되었다는 제 소식에 놀라는 주변 지인들의 반응에 당황하기도 했었죠. 


의경에 지원할 때 체력검정과 시험, 면접... 등 여러 가지 테스트가 있었던 듯 한데, 사실 그 당시 기억도 잘 안 나고 운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기도 하네요 


뭐 어찌됐든 입대 전에 남들 다 해보는 '이등병의 편지'도 불러보고 친한 사람들 만나서 놀기도 하다가 작년 2월 초에 논산 훈련소로 입대를 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논산 훈련소를 나오셨다고 하셔서 왠지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었죠.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 부모님과 인사하던 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사실 한달 헤어지는 건데 왜 그리도 서러웠는지 참.)



훈련소를 마치고 의무경찰 교육도 받은 뒤, 자대에 배치받아 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1개월 간의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2017년 11월 3일부로 전역을 했습니다. 


물론 육군이나 다른 군대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청춘을 낭비한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의 의미에서 군대라는 곳이 참 사람에게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하는 곳입니다. 


20살이 되고 대부분 처음으로 '계급'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맞닥뜨리는 곳이고, 어떤 조직에 필요한 사람으로서 생활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어떤 일이든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21개월간 이런 저런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 많았지만 주변 형들이나 어른들의 말씀처럼 그 당시에는 진짜 힘들고 견디기 버거운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니 지금은 대부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기억이 된 것 같습니다. 


전역을 하니 역시 큰 짐을 덜어냈다는 기분이 들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요즘 날씨가 춥습니다. 한달 쯤 전에 세상구경을 하러 다니던 중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우편물이 제 앞으로 하나 왔다고...


군대 입영통지서더군요. 사실 2월 쯤에 간다고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통보를 받으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더라구요. 


입영 날짜가 2월 4일, 벌써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의 내일이 군대 가는 날이 되어버렸네요. 그동안 뭐 하고싶은 일도 실컷 하고 친구들이랑 보고싶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나름대로 시간 소중하게 사용한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랑 논다고 바빠가지고 군대 간다는 실감이 안 났었는데, 하루 남은 지금은 진짜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고, 뭐 걱정도 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오히려 편안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친구들이 대부분 군대를 가있는 상태라 저도 뭐 이제 갈 때가 된 거죠. 휴가 나와서 블로그 관리하는 건 좀 힘들겠지만, 뭐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


군대 잘 다녀오겠습니다. 


 


'응답하라 1988' 제가 아주 좋아하는 드라마입니다. '응답하라 1997'부터 '응답하라 1994' 그리고 1988, 응답하라 시리즈의 드마마는 꾸준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세 시리즈 모두 제가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다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입니다. 그 시절에 살지 않았음에도 그 시절의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는 연출력에 흠뻑 빠졌었죠. 


게다가 성시원, 삼천포, 쓰레기, 칠봉이, 택이, 개정팔, 봉황당 아저씨 등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무한하게 만들어 냈지요. 



그리고 응답하라 시리즈는 뭐니뭐니해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흔들어 놓는 '남편찾기 방식'의 러브스토리와 웃음과 감동을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이번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이 저는 특히나 제일 재미있고, 의미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1988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관련이 많은데요.


우선 다른 응답하라 시리즈의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성동일, 이일화의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야기라는 것이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이 속한 가족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을 보면 분명히 성동일, 이일화 가족이 이야기의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도 아주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가족애, 소꿉친구와의 사랑, 우정 등의 이야기도 많이 다루지만 가장 주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이웃 간의 '정'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드라마 중간중간에 끊임없이 나오는 '저녁식사 전 반찬을 돌려먹는 모습'들이 바로 이웃 간의 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도시에서는 뭐 이웃간에 음식을 돌려서 먹기는 커녕 당장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죠. 요즘 사람들이 정이 없어졌다기 보다는 그만큼 세상이 살기 팍팍하고 다들 자기 삶에 여유가 없어졌다는 뜻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응답하라 1988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합니다. 이웃끼리 음식을 나눠먹고, 식사에 초대해서 함께 먹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이런 모습들이 현대사회의 팍팍함에 지쳐있던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드라마 중간에 보면 시내버스에서 앉아있는 사람들이 일어서 있는 사람들의 가방을 맡아준다던가 하는 장면들도 아주 소소하게 정겨운 모습이죠.


요즘도 가끔 시내버스에서 어르신들이 앉아계시면 일어서있는 제 짐을 맡아주시고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참 기분이 좋더라구요. 


인도의 지도자 간디는 마을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했고, 제가 졸업한 태봉고를 비롯한 여러 대안학교들과 대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단체들이 '마을'의 중요성에 대해 참 많이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다녀온 국제자원활동 라온아띠도 역시 마을 공동체와 마을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라온아띠로 캄보디아에 파견되었을 때 옆집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함께 밥을 먹기도 많이 했었죠. 



그 때 이웃 간의 정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참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베푼다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이 캄보디아 깐달의 따끄덜 마을이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지는 마을의 모습들, 이웃들이 모여 회의하고, 함께 고스톱치면서 놀기도 하고 특히 준비한 음식을 서로 대접하는 문화가 참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모습이 드라마에 많이 그려져서 보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마을이라는 것이 결국 그런 것 같습니다. 소통, 화합, 공동체 이렇게 뭔가 딱딱한 말인 것처럼 보여도 응답하라 1988에서 보이는 모습들처럼 서로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게 우리가 꿈꿔야 할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요?




얼마전 고등학교 선생님 한 분께 강의를 부탁하는 전화가 왔습니다.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태봉고 졸업생'으로 살아가기에 대한 내용의 강의를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이미 태봉고를 졸업한 몸인데, 이렇게나마 계속 찾아주시는 게 오히려 제 쪽에서 많이 감사했습니다. 당연히 고민도 없이 흔쾌히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름대로 강의를 하게 되었으니 최대한 재미있고, 알찬 내용을 학부모님들께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자녀들을 처음 태봉고에 보내는 7기 학부모님들이고, 또 제 강의가 학부모 연수의 마지막 순서라 엄청 중요한 역할이지 싶었습니다. 


강의는 졸업한 후의 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셔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계속 고민을 하다가 이번에 20살 때 다녀왔던 국제자원활동 프로그램인 라온아띠의 15기 국내훈련의 동반자(스태프)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동반자로 9일간 활동하면서 지구시민 국내훈련을 다시 받았는데, 이 지구시민 교육의 내용을 제가 할 강의에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온아띠의 지구시민 교육과 제가 졸업한 태봉고의 대안적인 가치가 맞물리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라온아띠에서 중요시하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태봉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강의의 전체적인 내용을 '라온아띠'로 맞췄습니다. 졸업한 뒤의 저의 삶을 라온아띠에 초점을 잡고 라온아띠로서의 활동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학부모님들이 어떤 강의를 원하는지 알기가 힘들었습니다. 태봉고를 다녔던 졸업생의 입장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님들이 걱정하고 계시는 졸업후 자녀의 진로같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직 제가 어리고 사회적으로 뭔가 위치를 잡은 상태도 아니어서 준비하기가 좀 까다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진로나 삶의 방향성보다는 저와 제 친구들을 비롯해 태봉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느끼고 가며, 이런 생각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는 것', 나아가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개성 강한 45명이 모여 학교생활을 하는 태봉고에서 타인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대안학교 학생으로서 진정으로 얻어가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강의가 끝나고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질문은 저에 대한 것, 제 삶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물론 성심성의껏 답해드렸습니다.


많이 어설프고 준비도 미흡했던 강의였지만, 학부모님들께서 많이 좋아해주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강의가 앞으로 태봉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지만, 저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간만에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읽었습니다. '혜주'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있었던 유일한 여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었습니다.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해서 사극 영화도 참 즐겨보는데, 이번에 본 '혜주'라는 소설도 역시나 정말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역사에서 조선시대 때 여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왕은 신라시대에 세 명 있었다고 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 여왕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이 '혜주'라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책은 현대에 송 씨 집안의 한 수학교사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록'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비록에는 실록에서 지워진 여왕인 '혜명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있는, 그동안 알려진 역사를 송두리째 바꿀만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혜명공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 임금이 절벽에서 굴러 몸이 날로 쇠약해지고 있던 어느날, 왕위를 이을 마땅한 사람이 없어 조정의 주요인사들은 광조의 막내딸인 '혜명공주'를 왕위에 앉히기로 합니다. 


여자가 왕이 되면 안된다는 여러 신하들에 반대에도 여러 가지 일들을 계기로 혜명공주는 조선의 최초이자 마지막 여왕인 '혜주'로 등극하고, 16살의 어린 나이에 나라를 다스리게 됩니다. 


혜주 여왕은 공주시절 병으로 먼저 죽어버린 왕자들 때문에 선왕과 왕비에게 막내의 이쁨을 한껏 받으며 자랐습니다. 혼인도 제 나이에 하지 못한 탓에 한 나라의 공주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자이고 싶은 순수한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왕이 되고 조선을 통치하면서 점점 변하게 됩니다. 백성들이 가뭄이나 홍수, 전염병으로 고통받을 때 자신의 안위만 신경쓰면서 백성은 챙기지 않고, 자신에게 대드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벌하려는 억지스러운 형벌이나 법률을 만들질 않나... 그야말로 무능력하고 이기적인 왕이었습니다. 


게다가 계속해서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늘리고 기존의 신하들을 믿지 못하며,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항상 신경질적이고 신하들을 눈치만 보게 만드는 폭군으로 점차 변해갔습니다. 


책 초반에 나왔던 순수한 혜명공주의 모습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고, 무능력하고 폭정을 일삼는 여왕의 모습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게 다 혜주의 탓만은 아닙니다. 혜주 곁에 있던 여러 인물들이나 왕이라는 높은 자리가 영향을 많이 주었겠지요. 하지만 결국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것은 헤주 여왕 본인의 잘못이 가장 크겠지요.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참 절실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혜주의 폭정을 보다못한 신하들이 실록에서 헤주의 기록을 지우기로 하지만, 결국 책에서는 혜주의 존재를 발견하고, '역사는 감추려고 해도 결코 지울 수 없다.'라는 말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혜주 - 10점
정빈 지음/피플파워


지난 26일 밀양에서 '송전탑 투쟁 10주년 행사'가 있었습니다. 10년간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해온 것을 되돌아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밀양의 한 체육관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이 학교를 다녔던 후배와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도 밀양 송전탑 투쟁 10주년 행사를 보기 위해 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2년 전 이맘때에 밀양에 왔었습니다. 그 때 농성장을 둘러보고 투쟁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일도 도와드렸던 아주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2년만에 찾은 밀양은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이 밀양이라는 곳에서 추위와 분노를 견디며 투쟁하셨을 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고, 노래와 퍼포먼스들이 분위기를 올렸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세월 간 다들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모두가 웃으며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2부에서는 밀양 송전탑 투쟁 10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10년간의 투쟁이 다 담기지는 않았겠지만 영상을 보며 10년간 투쟁하신 분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극같은 느낌으로 투쟁하신 할머니 분들이 무대로 나오셔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평생 농사만 지었어요. 40년 농사가 너무 지긋지긋해서 남동생하고 할배하고 집지어서 늘그막에 좀 조용하게 살아볼라꼬 들어왔어요. 그런데 마을에 세계에서 제일 큰 철탑이 들어온다카데요." 


"합의금을 준다는데, 송전탑이 들어오면 우리보고 죽으라카는 소리아닙니까? 죽지 않으려고, 살려고 투쟁을 하는겁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습니다. 송전탑 밑에는 사람도 짐승도 살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은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고계신 마을을 가로지르는 말도안돼는 설계였습니다.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10년 동안이나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투쟁해오신 밀양의 어르신들, 후손들에게 송전탑이 있는 땅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후손들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싸워오셨다는 말씀에 저는 지금까지 뭘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간의 투쟁으로 많은 분들을 분노하시고, 다치시고, 또 돌아가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밀양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원전에 반대하는 의지가 투쟁으로 이어지는 동안 저는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할 공부, 내가 할 일들을 하며 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밀양에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깊게 고민했습니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투쟁을 하셨던 분들이 투쟁의 의지를 담은 노래를 재미있게 불렀고, 춤을 추며 지난 10년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자는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비록 송전탑은 세워졌지만 송전탑을 뽑아버리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도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인터넷에서 재밌는 동영상을 보며 놀다가 '류승범의 소름돋는 연기' 라는 식의 제목이 달린 영상을 한 편 보았습니다. 류승범이 교도소에서 자신에 시비거는 사람을 노려보는 연기였는데, 정말 눈빛이.. "와...." 라는 말밖에 안나오더군요. 


살벌한 눈빛 하나로 그렇게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니.. 정말 감탄했습니다. 찾아보니 그 영화는 마침 제가 좋아하는 류승완 감독님의 '주먹이 운다'라는 영화더군요. 


저는 학교과제를 하다말고 바로 그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영화로 10년이나 된 영화지이지만 최민식과 류승범의 연기력과 마음을 울리는 연출력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영화입니다. 


어릴 때 한번 본 영화같은데, 기억도 잘 안나고 해서 이번에 제대로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왕년에 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 딴 전직 프로 복서 강태식(최민식 분)과 패싸움과 삥듣기밖에 하지 않는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양아치 유상환(류승범 분).


은메달리스트 강태식은 주변 사람들에게 빚 보증을 서주고 이것저것 사기를 당해 땡전 한푼도 없는 상황에서 길거리 한복판에서 매를 맞으며 돈을 버는 처량한 신세가 됩니다. 



게다가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나 이혼까지 요구합니다. 그의 어린 아들 서진은 그런 아빠를 무식하다며 부끄러워합니다. 강태식은 젊은 시절 자신의 찬란한 순간을 회상하며 다시 한 번 복싱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우여곡절 끝에 프로 신인왕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유상환은 불량배지만 사실 마음은 매우 여린 남자인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 같이 사는 그는 최대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서 겉모습과는 다른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공사판에서 힘들게 일하는 그의 아버지는 상환을 항상 걱정합니다. 양아치같은 아들이 한심하지만 정작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을 많이 아쉬워하는 듯한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상환은 그런 아버지에게 미안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상환은 돈이 필요해서 강도짓을 하다가 붙잡혀 소년원에 수감됩니다. 


소년원에 가자마자 상환은 자신에게 시비거는 남자와 싸움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장면이 제가 인터넷에서 본 장면이었습니다. 싸움을 하는 상환의 깡다구를 눈여겨 본 교도 주임은 상환에게 권투부 가입을 권합니다. 


권투를 배우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될 때쯤 공사판에서 불의의 사고로 상환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권투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주려 했던 상환은 끝내 아버지에게 부끄러운 아들로 남았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슬퍼합니다. 



게다가 상환의 할머니까지 몸상태가 악화되서 치매에 걸리게 되고 상환은 점점 비참하게 현실에 내몰리게 됩니다. 궁지에 몰릴수록 상환은 점점 훈련에 몰두하고 상환 또한 신인왕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들의 이름으로, 각자의 사연을 품은 두 남자가 링에서 만나게 됩니다.



가슴을 울리는 주먹 한 방! 이라는 영화의 소개 글처럼 정말 영화 속의 주먹 한방 한방에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최민식과 류승범의 연기력이 참 인상깊었는데, 그런 비참한 현실 속에서 점점 나약해져가는 모습을 오히려 강한 척하고 욕하고 소리지르는 꼴불견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게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특히 치매걸린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상환의 모습에서 끊임없는 연민의 감정이 생겨났는데, 제가 영화속의 상환과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몰입도가 깊은 연기력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친구에게 자신을 동정하지말라는 식으로 소리지르고.. 하는 모습이 진짜 리얼하더군요. 


저번에 영화 베테랑에 대해 포스팅할 때에도 말했지만 류승완 감독님과 배우 류승범씨는 형제 관계로 거의 항상 작업을 같이 해왔습니다. 다른 영화 감독님들이 류승완 류승범 형제를 참 좋아하고 존경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류승완 감독님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영화를 제작하실 때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배우를 구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는데, 양아치를 연기할 배우가 없어서 한참 고민하던 중 '집에 와보니 왠 양아치 한 명이 누워자고 있네...' 라며 자신의 동생 류승범을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그게 류승범씨가 양아치 연기를 잘하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류승완 감독님이 실제로 촬영을 할 때 동생에게 "늘 하던대로 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정말 재미있는 형제인 것 같습니다. 


'주먹이 운다'라는 영화는 제가 쓴 내용 말고도 재미있는 부분이 참 많은 영화입니다. 한 번 들으면 몇 번이고 다시 되새겨보는 멋지 대사가 많이 있었는데, 특히 술먹고 신세한탄을 하는 강태식에게 근처의 식당 주인 아저씨(천호진 분)가 던지는 핵직구가 참 많이 와닿았습니다. 


"세상에 사연있는 사람 너만 있는 게 아니다." 약간 영화의 주제와도 연관되는 듯한 중요한 한마디인 것 같습니다. 영화속 비참한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의 각자의 힘든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그런 힘든 사연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보다는 그저 잠깐의 휴식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내 사연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렇게 힘든 사람들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꿋꿋이 살아가는구나..'이라는 생각으로 보면 바쁜 현실에서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대부분이 비극이고 보면 눈쌀이 찌푸려지는 비참한 장면들도 있지만 영화속 그들을 보며 저는 약간 삶의 자신감이 생기고 제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요즘 공부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학이론서 '시학'에서 나온 비극의 목적입니다. 

'공포와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켜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를 도모하는 것'





주먹이 운다 (2005)

Crying Fist 
8.7
감독
류승완
출연
최민식, 류승범, 임원희, 변희봉, 나문희
정보
드라마 | 한국 | 134 분 | 2005-04-01


얼마전 부모님과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큐슈의 후쿠오카에 내려 하카타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벳푸라는 도시로 이동했습니다.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기 위해 일본에서 가이드 없이 가족들끼리만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버스표도 구입했는데, 일본은 버스 시간표가 특이했습니다. 



버스의 출발시간이 모두 11시 31분이나 41분, 44분, 59분 등 분단위로 딱딱 정해져 있더라구요. 정각이나 50분 이렇게 정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11시 31분! 이런 식으로 출발시간을 정하다니 좀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한국사람들과 일본사람들의 시간개념이 달라서겠죠? 


차를 너무 많이 타서 힘들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직접 길을 찾아다니는 게 재밌더라구요. 짧은 영어와 인터넷에서 급하게 본 간단한 일본어로 무사히 예약한 숙소까지 갔습니다. 


일본은 길이 참 예쁜 것 같았습니다. 도시에는 전봇대가 없어서 탁 트여있는 하늘에 건물들이 멋있었고, 약간 시골에는 낡은 전봇대가 그 자체로 뭔가 정겹고 예쁘게 보였습니다.


숙소까지 가면서 화장실을 많이 갔는데, 일본은 화장실을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편의점마다 화장실이 다 설치되어 있고, 시골의 화장실도 엄청 깨끗하고 물도 전부 자동으로 나오더군요.



가장 인상 깊었던 화장실은 한 작은 건물에서 본 화장실입니다. 차를 오래 타고 길을 걷다 한 건물의 직원에게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물어봤는데, 직원이 가르쳐 준 화장실은 장애인 표시가 있었습니다. 


일반 화장실이 따로 있는 줄 알고 건물을 거의 다 돌아다녀 보았지만 그 건물의 화장실은 아까 본 장애인 화장실이 전부였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1층으로 와서 아까봤던 화장실 문을 다시 보니 제가 착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TOILET FOR EVERYONE' 게다가 '모두의 화장실'이라고 한글로 딱 적혀있었습니다. 들어가보니 큰 변기와 남자용 소변기,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한 손잡이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화장실은 장애인과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 모두가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장애인 전용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라는 것입니다. 


원래는 화장실을 여러 개 따로 지을 돈이 없거나 공간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 생각 자체가 좀 좋은 것 같네요. 


짧았지만 여러 가지로 재밌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일본 여행이었습니다.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부당거래와 베를린을 연출하신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입니다. 전작들에서 볼 수 있는 류승완 감독님 특유의 긴장감있는 연출을 좋아했었는데, 이번 영화 '베테랑'은 긴장감보다도 웃긴 장면과 액션이 풍부한 오락 영화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베테랑을 보면서 류승완 감독님의 전작 '부당거래'가 많이 떠올랐는데. 그건 부당거래와 베테랑 두 영화 모두 배우 황정민씨가 주연으로 나오고 범죄를 돈으로 덮으려하는 사람들이 주 내용이기 때문이죠. 


배우와 상의하고 계시는 류승완 감독님(왼쪽)


두 영화 모두 황정민씨가 경찰로 나오는데, 부당거래에서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욕심많은 경찰로 등장하는 반면, 베테랑에서는 오히려 승진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신의 가치와 정의를 지키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실제로 베테랑에서 승진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차이 만큼이나 두 영화에서 황정민씨가 연기하는 두 경찰 최철기(부당거래), 서도철(베테랑)의 역할도 많이 다릅니다. 


부당거래의 최철기 형사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


부당거래의 최철기 형사는 급하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얼른 덮으려고 하고,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는 반대로 엉뚱한 사람들이 죄를 뒤집어쓰는 것에 대해 분노하죠. 


이렇듯 부당거래와 베테랑은 기본적인 설정은 비슷하지만, 문제의 시작과 해결과정, 던지는 메세지도 확연히 다릅니다. 부당거래에서는 선과 악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결국에 착한 놈이 하나도 없는데, 베테랑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합니다. 



부당거래는 모호한 선과 악처럼 이야기 진행과 주제도 좀 복잡하고 여러번 보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베테랑은 서도철 형사의 아내(진경 분)가 영화 중간에 나와 주제를 대변하는 말을 화끈하게 던져줍니다.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쪽팔리게는 살지말자."


이 대사는 전작 베를린에서도 비슷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북한의 최고 요원 표종성(하정우 분)이 아내와의 식사 중에 하는 대사 " 우리가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바로 그것이죠. 


부당거래에서는 돈에 굴복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쩔 수 없는 잔인한 현실에 답답하고 불편했었는데, 베테랑에서는 돈의 힘에 맞서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미련해 보이지만 위험한 일에 뛰어들고, 몸이 다치면서도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여유롭게 장난기섞인 대사를 날리는 주인공들을 보면 영화의 제목에 베테랑이 점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뭐 여튼 여러모로 부당거래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베테랑이었습니다. 영화 베테랑만의 재미도 많이 있었고, 천호진, 유해진, 오달수 등의 주연만큼이나 빛나는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모델로 유명하신 장윤주씨도 생각보다 연기를 아주 잘하시고, 영화의 재미도 보태주는 역할을 하셔서 영화를 보는 내내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주연이신 황정민씨의 연기는 물론이고 특히 유아인씨의 연기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에서 거의 항상 영향력있는 악역으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시는 류승완 감독님의 동생 류승범씨가 나오지 않아서 '누가 그 자리를 채울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유아인씨가 악역도 참 멋있게 잘 소화하시더라구요. 



진짜 망나니가 뭔지 보여주는 광기,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는 아직도 생생하네요. 베테랑에는 미리 인터넷으로 공개될만큼 인상깊은 명대사가 참 많은데요. 그 대사들을 곱씹으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코믹과 액션, 드라마가 잘 조화된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부당거래를 보며 나쁜 주인공들과 불편한 내용에 느꼈던 답답함이 이번 베테랑에서 정말 통쾌하게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베테랑 (2015)

Veteran 
8.4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장윤주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3 분 | 2015-08-05


얼마 전 TV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엄청난 대작이라고 해서 예전부터 보고싶었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보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영화는 대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엄청나게 긴 시간의 영화입니다. 172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영화는 '운명'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특이하게 총 6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옴니버스 영화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고, 장면들이 교차적으로 편집되어 진행되기 때문이죠. 


영화의 흐름은 불교의 윤회사상을 떠올리게 하는데, 모든 운명이 순환한다는 느낌을 많이 줍니다. 각 에피소드들의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소품이나 기억, 행동 등으로 그들이 같은 운명을 반복하고 있고, 환생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죠. 



이 영화를 만드신 만드신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 감독님은 친절하게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에게 '별똥별' 모양의 점을 그려놓는데, 영화는 그 모양을 따라서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기본적인 틀을 바탕으로 영화는 6개의 에피소드에서 각기 다른 장르와 메세지를 보여줍니다. 스릴러, 코미디, SF,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 등 수많은 장르가 뒤섞여 우정과 욕망, 진실, 자유, 존엄 등 다양한 것들을 표현하죠. 


저는 6가지의 에피소드 중에서 한국 배우이신 '배두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미래 도시 네오 서울의 스토리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한국의 서울이 배경이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던지는 메세지가 가장 맘에 들었던 것 같네요. 



'서울(Seoul)'이라는 발음이 영혼을 뜻하는 'Soul'이라는 단어와 비슷해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했다고 합니다. 영화 자체가 영혼의 순환이라는 것을 다루고 전체적으로 동양의 여러 사상을 많이 반영한 것 같습니다.


미래 세계의 중심을 서울이라고 표현하고 한국어가 계속 나와서 신기하더라구요. 영화 속에서 서울을 피폐한 도시로 표현하는데, 그건 스토리와 관련이 많이 있어서 설득력이 있기도 했습니다.  


여튼 네오 서울 에피소드는 자유와 존엄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 에피소드는 첫 번째 에피소드와 많이 연관이 있습니다. 자유를 위해 영원히 싸운다는 메세지가 참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것말고도 각각의 에피소드가 정말 완성도 높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몇 번 더 봐야할 것 같습니다. 


긴 러닝타임 만큼이나 다양하고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시간나면 한 번 보시는 것을 권유합니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3)

Cloud Atlas 
8.2
감독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출연
톰 행크스, 할리 베리, 짐 브로드벤트, 휴고 위빙, 짐 스터게스
정보
SF, 액션 | 미국 | 172 분 | 2013-01-09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유명한 작가 있습니다. 소설 개미, 신, 뇌, 제3인류 등 인기있는 책을 무수히 많이 써낸 작가입니다. 


친구들이 그 분 책을 많이 읽는 모습을 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이름을 아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지낼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한 권 보았습니다. 


저번에 있던 한국사람들이 놔두고 간 책이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라는 책이었는데, 무슨 백과사전처럼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책은 백과사전이 맞았습니다. 특별한 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직접 만든 사전이라는 것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들, 조사한 것들을 책으로 정리해 놓은 지식의 창고였습니다. 


실제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사전에 담긴 지식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쓰는 소설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그 작가의 인생 그 자체가 이 상상력 사전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담은 것은 아니겠죠? 어쨌든 이 책은 말그대로 예술과 역사, 과학 등의 모든 종류의 지식이 담겨있는 백과사전이지만 읽으면 아주 재미있어서 계속 읽고 싶어집니다. 


그것은 바로 책 속에 작가의 말? 같은 짧은 코멘트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한 신에 대한 전설과 역사의 정보가 있고, 마지막에 그 전설에 대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인의 생각이 덧붙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른 책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곳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독자들과 이 책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쓴 사전에 담긴 지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 개개인의 관점을 가지고 받아드리라는 말도 적혀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이라는 말을 책 제목에 붙인 것이죠. 



어쨌든 이 두 책을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에게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사전에는 '개미'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이런 개미들에 대한 정보가 모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 소설 '개미'가 나온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지금까지 알지못했던 것들은 물론이고, 알고있는 줄만 알았던 것들까지고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철학과 역사, 과학, 예술, 정치 수학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고, 생각할 거리들을 끊임없이 던져줍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안다고 해도 그것은 오만이고, 아직 모르는 게 훨씬 많은 게 세상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진리에 가까워지려면 지식를 곧이곧대로 받아드리는 것보다도 그 지식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힘을 길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산 YMCA에서 새로운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저도 어릴 때 YMCA에서 진행하는 캠프를 많이 갔었습니다. 산골캠프라고 해서 시골에 가서 놀다오는 식이였는데, 아직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더라구요. 


자연에서 친구들도 사귀고 같이 뛰어놀던게 참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동고동락'이라는 캠프는 전라남도 광양의 백학동 마을에서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탐험도 요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삼시세끼'처럼 밥을 직업 해먹어보기도 하면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더군요. 친구들과 힘을 합쳐 밥을 해먹고 같이 다양한 도전도 해보면서 공동체 의식도 기를 수 있겠네요.


현대사회의 삭막한 도시 속에서만 지내는 아이들을 시골에서 잠시 뛰어놀며 즐거운 추억을 하나 만들어 주는게 어떨까요? 


3박 4일 28만 원이면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그 이상의 재미와 경험, 의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석 신청 : 055-252-9878




오랜만에 부모님과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본 영화는 요즘 아주 흥행을 하고있는 '암살'이었습니다. 타짜, 도둑들 등의 영화도 만드신 최동훈 감독님의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봤습니다. 


영화 암살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독립운동가들의 암살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전지현과 하정우, 조진웅 등 제가 좋아하는 배우 분들의 액션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시원시원한 액션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뭉클함까지..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영화였습니다. 


영화속에는 실제로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많이 등장하시는데, 대표적으로 백범 김구 선생님과 약산 김원봉 선생님입니다. 김구 선생님은 독립운동하면 바로 떠올릴 정도로 아주 유명한 분이시지만, 김원봉 선생님은 저도 처음 들어본 분이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김원봉 선생님은 독립운동에서 김구 선생님과 견줄만한 업적을 많이 세우신 분입니다. 우리나라가 독립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셨던 훌륭한 분이죠. 



김원봉 선생님은 항일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을 조직하여 일제의 주요인물들과 친일파들을 암살하고, 국내에 있는 일제 수탈 기관들을 파괴하면서 무장 투쟁으로 독립운동을 하셨습니다. 


김구 선생님이 인도의 지도자 간디와 비슷하다고 한다면, 김원봉 선생님은 쿠바의 혁명가 체게바라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김원봉 선생님도 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인데 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그건 아마도 독립운동을 하시던 당시에 중국에 있는 황포군관학교를 다니시고 독립운동을 일으켰던 방식이 사회주의와 좌파로 불리게 되고 해방 이후 친일파의 득세에 혐오감을 느껴 북한을 넘어가면서 우리나라에서 많이 잊혀지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상의 차이가 생겼더라고 해도 북한이든 남한이든 우리 민족이라면 당연히 존경해야할 분이 역사 속에서 잊혀져가고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니, 안타까울 뿐이네요.



그런 점에서 영화 암살이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해주고, 그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다시금 가지게 해주는 좋은 영화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에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잠깐 나오는데, 실제 상하이에 남아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내부를 거의 동일하게 만들어서 영화를 보며 어릴 때 중국에 가서 봤던 임시정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것말고도 영화에서 일제강점기 때의 시대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많이 있어서 몰입도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대사가 참 기억에 많이 남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는 큰 부상을 입은 독립운동가 한 명이 다시 몸을 일으켜 임무를 수행하려 하는데, "그 몸으로 어떻게 하려구요?" 라는 말에 "이 일은 몸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라고 하는 대사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제강점기라는 아주 고통스러운 상황속에서도 나라를 다시 되찾으려 목숨을 걸고 싸웠던 분들을 잊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하겠죠. 




암살 (2015)

Assassination 
8.5
감독
최동훈
출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9 분 | 2015-07-22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찾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이라는 철학자가 쓴 사랑에 관한 책입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많이 어려워서 항상 다 이해못하면서도 계속 찾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것을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 아니라, 충분히 숙달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이라는 '기술'을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사랑의 '이론'과 '실천'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는 '실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론 부분은 내용이 무척 어렵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해하기도 좀 힘들고, 사실 사랑보다도 사회의 구조로 인해 영향받는 사랑이라는 개념과 사랑의 종류 등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사랑의 실천에서는 사랑을 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좀 더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사랑을 하는 자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랑에 대한 '훈련'을 언급하는데, 어떤 기술을 습득하든 간에 훈련이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그 훈련은 특정 기술의 실천에 대한 훈련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친 훈련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훈련을 필요한 '정신 집중'에 대해서도 강조하는데, 정신 집중을 못한다는 것은 곧 '혼자 있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혼자 있을 때 뭔가를 먹거나 마시고, 책을 읽거나 담배를 핀다는 것은 결국 혼자 있지 못한다는 뜻이죠. 혼자 있을 때 가만히 있는 법, 즉 자신에게 민감해지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을 연습하라고 합니다. 


'명상'과도 비슷한데,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며, 정신을 흘려보내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죠.


세 번째는 '인내'입니다. 어떤 기술을 익히든 급히 결과를 바란다면 결코 그 기술을 익힐 수 없을 것입니다. 현대인에게 훈련과 정신집중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인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그 이유를 현대 사회의 산업체계가 끊임없이 신속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곧 인간의 가치가 되고 기계의 이익이 인간의 이익이 되는 논리가 지배한다고 하죠. 


어쨌든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 시대에서 인내를 가지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습득에 대한 '최고의 관심'이라고 합니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야 기술 습득이 된다고 합니다. 


운전이나 요리 등의 다른 기술들도 마찬가지죠. 사랑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그것이 곧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훈련은 물론이고 집중이나 인내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특히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가지는 것,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기르라는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사랑에 대한 해답이라기 보다는 사랑을 훈련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법, 사랑을 쟁취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형제애 등 사랑에 대한 폭넓은 정의를 바탕으로 사랑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것을 점점 더 느끼게 되는데,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남녀가 서로를 쇼핑처럼 교환가치를 매겨 선택하는 삭막한 이 사회에서 뭔가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의 기술

저자
에리히 프롬 지음
출판사
청목 | 2001-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대한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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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배트맨 시리즈를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배트맨 시리즈의 2편인 다크나이트는 제가 거의 10번 정도 본 영화입니다. 그 만큼 재밌게 본 영화였고, 배트맨 시리즈 1편인 배트맨 비긴즈도 봤었죠.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모두 보고나서야 놀란 감독님의 배트맨 시리즈가 정말 완벽한 트릴로지(3부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 편이 모두 연관성을 가지고 하나의 구조를 가진다는 것, 세 편을 정말 꼼꼼히 보면 배트맨 3부작이 주는 메세지를 정확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1편인 배트맨 비긴즈는 '비긴즈'라는 제목처럼 두려움을 승화시킨 배트맨이라는 영웅의 '탄생'을 그린 작품이라면, 2편인 다크나이트는 배트맨이 '다크나이트(어둠의 기사)'로 불리게 되는 이유와 함께 배트맨의 '추락'에 대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이 일어서는(rise) 이야기를 보여주죠. 영웅의 탄생과 추락,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다시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이만큼이나 완벽하게 표현한 영웅 시리즈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미 1편 배트맨 비긴즈에서 어린 주인공 웨인이 우물에 떨어졌으 때 웨인의 아버지가 구해주며 했던 '떨어지면 다시 올라 올 길을 찾으면 돼" 라는 대사를 통해 이미 3편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주제를 암시합니다. 



저것 이외에도 세 편의 영화가 마치 하나의 영화인 것처럼 이어주는 '구조'적인 장치가 영화 여러 곳에 숨어있습니다. 영화를 몇번이나 보고서야 그 세세한 장치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배트맨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과 장치들을 제가 좋아하는 한 블로그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식 순환구조'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순환구조는 놀란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놀란 감독님의 작품 '프레스티지(2006)'와 '인셉션(2010)'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영화 프레스티지와 인셉션 둘 다 배트맨 시리즈와 굉장히 비슷한 스토리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놀란 감독님 대부분의 영화가 기본적인 구성은 거의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항상 남자가 주인공이고, 그와 대립하는 자아와의 갈등, 항상 죄책감에 살아가는 모습 등 배트맨 시리즈에서는 브루스 웨인과 자신의 다른 모습인 배트맨과의 자아 갈등이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놀란 감독님은 자신의 다른 영화들에서 등장시켰던 배우들을 다시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단순히 친분 때문만이 아니라, 같은 배우를 등장시키고 그 배우가 그 영화에서 가지는 역할이 다른 작품과 동일하다는 것이 독특한 점입니다. 



어떤 작품에서 적으로 등장했던 배우를 다시 적으로 등장시키고, 조력자는 조력자로, 스토리의 핵심 인물은 다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놀란 감독님은 자신의 친척들을 카메오로 등장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카메오들도 한 작품에서 승무원(서비스직)으로 등장했다면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서비스직으로 등장시키고, 판사나 변호사라면 또다시 법에 관련된 캐릭터로, 의사를 연기했던 배우라면 다시 다른 작품에서 의사로 등장시키는 등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십니다. 


놀란 감독님의 이런 디테일한 작품 구성은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님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디테일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습관은 제가 분명히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모습.


여튼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의 배트맨 시리즈와 더불어 전체 작품들에 대한 저의 찬양(?)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단순히 영화가 블록버스터하고 흥행을 많이 해서 좋아한다기 보다는 놀란 감독님의 디테일한 영화 구성 탄탄한 스토리 명확한 주제의식에 반해서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놀란 감독님의 신작 인터스텔라는 흥행했지만 저는 그렇게 재밌지가 않더군요. 아직 그 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겠지요. 나중에 인터스텔라에 대한 글도 올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면서 놀란 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애착과 어마어마한 세계관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어제 아버지와 저녁을 먹는데, 제가 막걸리를 주문해 마셨습니다. 아버지는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저를 갑자기 다그치셨습니다. 제가 마시고 있던 막걸리가 생탁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생탁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아는지 물어보셨고, 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잘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가서 생탁 노동자들에 대해 찾아보니 정말 말이 안나왔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생탁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노예라고 표현하던데 그 말이 정말 과장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생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침, 점심을 회사에서 먹는데, 한 끼 식사가 1인당 450원이라고 합니다. 일요일에 일을 나오면 그 식사조차 주지 않고 고구마나 삶은 달걀을 한 개씩 나눠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휴일에 일을 나와도 휴일수당도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주 5일 근무는 커녕 한 달에 한 번도 제대로 쉬기 힘들고, 장례식이나 부모님 팔순 때에도 예외없이 근무하게 한답니다. 


사규에 1년에 80% 이상 근무하면 연차 휴가를 준다고 해놓고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소멸된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은 생탁 노동자들은 전혀 알지도 못한채 일했다고 합니다. 


버스가 다니지도 않는 새벽 4시에 버스비를 주면서 출근하라고 하고 심야수당도 없고, 이것들 이외에도 작업 환경과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정말 터무니없는 곳이 바로 부산의 막걸리 생탁이었습니다. 


부산 생탁의 노동자 지옥을 잘 보여주는 만화가 있기도 합니다. http://www.ziksir.com/ziksir/view/1484


생탁의 노동자들은 현재 1년 동안이나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회사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회의원조차 외면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상식적인 노동환경인데, 그 '상식'조차 지켜주지 않는 회사가 정말 무엇을 위한 회사일까요? 그러면서 사장들을 자기 몫을 다 챙기고 살겠죠. 자신들이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될텐데.. 



저도 아르바이트 정도는 해본 적이 있는데, 근무환경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대한 대우는 두말 할 필요도 없죠. 일할 맛이 나야 능률이 생기고 회사도 더 발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걸까요?


이런 생탁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잘 몰라서 생탁을 먹었으니까요.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아는 게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생탁의 노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 마시지 말아야겠습니다. 생탁말고도 앞으로 뭔가를 소비하거나 선택할 때 충분히 알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이라는 영화감독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분이 만든 영화는 대부분 다 챙겨보았습니다. 10번도 넘게 본 영화도 있습니다. 


메멘토, 프레스티지, 인셉션 등 그 분 작품들은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트맨 시리즈를 가장 좋아합니다. 



예전에 놀란 감독님의 다크나이트라는 영화를 보고 블로그에 글을 적었는데, 제가 다크나이트의 속편이 아주 기대된다고 적어놨더라구요.


예상대로 다크나이트의 속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2012년에 개봉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개봉하자마자 바로 영화관에서 챙겨봤었는데, 그 때는 별로 그렇게 재미가 없었습니다. 


조금 어려서 그랬던 걸까요? 내용 이해도 잘 안되고, 좀 지루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크나이트 라이즈라는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이번에 보니까 영화는 무척 재밌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제목처럼 '상승(rise)'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담시의 영웅 배트맨이 힘을 잃고 추락했을 때 다시금 일어나는 모습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상승(rise)'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대놓고 보여주려는듯 '더 배트' 라는 배트맨의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이 계속 등장하고 나중에는 스토리의 핵심적인 역할도 합니다. 



일단 배트맨이라는 인물에 대해 말하자면 재벌 2세인 브루스 웨인이라는 사람이 어렸을 적, 부모님을 범죄로 잃고나서 범죄에 대한 증오,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브루스 웨인은 범죄에 대한 증오로 타락하게 되는데, 특별한 계기로 훈련을 받고 힘을 기릅니다. 브루스 웨인은 범죄를 없애는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는 두려움의 상징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어릴 적 우물에 빠졌을 때 무서워하게 되었던 박쥐를 떠올립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범죄자들도 두려워하게 하기위해 자기 자신이 '박쥐(두려움)' 상징이 되기로 합니다. 



그렇게 하여 배트맨이 탄생하였죠. 두려움을 승화시켜 탄생한 영웅 배트맨, 이번에 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브루스 웨인이 두려움 그 자체를 받아드려 비로소 완전한 상승(rise)을 통해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두려움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는 제가 좋아하는 '슬램덩크'라는 농구 만화에서도 나오는 말입니다. 



"두려움을 받아들인다." 무척 어려운 말이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슨 일을 하든지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요?


상승과 두려움 극복으로 인한 성장 이외에도 공권력의 회복이라는 주제의식도 가집니다. 배트맨 시리즈 내내 공권력을 비롯한 경찰들이 정말 나약하게 그려지는데 이는 현실의 모습이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과 권력에 굴복하는 나약한 공권력을 배트맨 시리즈에서 정말 극단적으로 묘사하는 모습을 많이 볼수 있는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경찰들 스스로 고담시를 지키는 자립의 의지를 잘 보여줍니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이 계속 바랬던 '배트맨이 필요하지 않은 고담시'라는 이상적인 고담시가 되기 위한 과정이 영화에서 그려지는데, 이는 공권력이 사회를 바로 잡기위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주는 메세지는 이것들 이외에도 정말 많습니다. 특히 결말에서는 '끝이 곧 시작이다.' 라는 말을 하는듯한 여운을 많이 주는 것 같았는데, 이게 다크나이트의 새로운 속편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평론가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며 정말 완벽한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이라고 합니다.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배트맨 시리즈가 어떻게 하면 멋지고 완벽하게 마무리되는가? 다크나이트는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는 듯합니다. 정말 군더더기 없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를 다 보시길 권유합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The Dark Knight Rises 
8.3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게리 올드만, 앤 해서웨이, 톰 하디
정보
액션, 범죄 | 미국, 영국 | 164 분 | 2012-07-19


캄보디아에 들고 가서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소설가 유현숙의 '체 게바라'라는 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은 많이 읽어봤지만 이번에 본 책은 좀 달랐습니다. 


소설가 분이 쓴 책 답게 체 게바라의 인생을 그저 기록이 아닌 하나의 소설처럼 담아놨습니다. '유현숙 기록소설'이라는 말이 책 표지에 적혀있었는데, 정말 기록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소설처럼 체 게바라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덕분에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살아온 일대기를 평범한 기록이 아니라, 체 게바라가 그 당시에 했던 말, 행동, 생각들을 전부 이야기처럼 표현함으로써 재미를 더했습니다. 


체 게바라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게 참 새로웠습니다. 물론 책의 내용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기록 소설답게 제가 알고있는 체 게바라가 겪었던 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성격이 아주 자세히 묘사되는데, 그게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비록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작가 분의 상상이 더해진 설정이겠지만 체 게바라를 더 가까이에서 보는 듯 했습니다.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의 헌책방에서 샀던 책인데, 캄보디아에 있을 때에도 책을 반쯤 읽다가 갑자기 바빠져서 다 읽지 못하고 돌아왔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남은 절반을 다 읽어버렸죠.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앞의 내용도 조금 다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처럼 이야기 형식이라는 점 이외에도 독특한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체 게바라가 쿠바 혁명 이후의 이야기가 아주 자세하게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었던 체 게바라에 관련된 책들은 대부분 쿠바 혁명 이후의 체 게바라 모습이 잘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쿠바 혁명이 끝나고 쿠바에서 고위 간부로 경제 혁명을 일으키다가 볼리비아로 다른 혁명을 찾아 떠났다가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만 간단히 표현하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기록소설 체 게바라에서는 쿠바혁명이 끝나고 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떠나게 되는 이유, 그 당시 체 게바라의 심경, 볼리비아에서 새로운 혁명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아주 상세히 보여줍니다. 


보통 체 게바라를 쿠바의 혁명 영웅으로 많이 표현하지만 비록 실패했더라도 다른 국가들에서도 체 게바라는 뜨거운 혁명을 위해 청춘을 바쳤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체 게바라가 쿠바가 아닌 다른 곳에서 혁명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 체 게바라가 그 때 배운 것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며 느꼈던 감정, 혁명을 하며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모습, 천식이 심해지면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모습 등 체 게바라라는 사람을 정말 하나하나 자세히 표현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한 인물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체 게바라라는 혁명가를 그저 영웅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정말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잘 보여줍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체 게바라, 책에 나오는 말처럼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었고, '혁명이 있는 한 그곳에 있는다.' 라는 철저한 원칙을 삶의 과제로 삼은 사람이었습니다. 



체 게바라

저자
유현숙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1997-10-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53096 중남미 혁명의 전설적 지도자 에르네스트 체 게바라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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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레드 툼'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제목은 '빨갱이 무덤'이라는 뜻으로 6.25 전쟁 때 일어난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에 좌익전향자를 계몽하고 지도하기 위해 만든 단체로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하자 국가는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이 인민군에 동조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무차별 살해했습니다. 


영화 레드 툼은 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과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학살이 발생했던 곳을 찾아가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 학살이 일어난 당시의 처참함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선 자신이 보도연맹에 가입했는지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국가가 마음대로 가입시켰던 거죠. 그리고 마음대로 살해했던 것입니다. 보도연맹 사건은 국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명권을 침해한 비인간적인 학살이었습니다.



전쟁 중이었다고 해도 국가가 국민을 구속하고 처형하려면 적법한 절차와 공정한 재판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근거와 절차를 다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을 빼앗았습니다. 정말 엄청난 비극이죠. 


영화 레드 툼은 다양한 편집의 기교나 부가적인 설명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충분한 정보전달과 설득력을 가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사실(fact)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 사건에 대한 설명보다도 사건이 발생했던 곳, 희생자들의 유골,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모두 담았다는 것에서 기록적인 가치도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나레이션이 없어서 몰입도가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인터뷰한 분들의 목소리를 영상 설명과 나레이션처럼 사용함으로써 충분히 몰입도가 생겼습니다. 


특히 유족들이 제사를 지내며 희생자들에 대한 글을 읽는 장면과 할머니께서 오열하시는 장면은 그 자체로 영화와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 인터뷰 장면에서 나오는 "언제 무서운 시대가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다. 남북이 아직 떨어져 있다."라는 대사는 레드 툼이라는 영화가 가지는 주제의식을 정말 여운이 많이 남도록 함축하여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영상에 담긴 학살의 흔적, 그들의 목소리가 역사를 설명하고 기록하는데 충분한 힘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예산으로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역사의식이 투철하고 자본에 꺽이지 않는 의지가 분명했기 때문일겁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뒤로 가면서 몰입도가 약간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큐멘터리라는 게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정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속 파헤쳐가도록 유도해야 집중이 잘 되는데, 계속해서 영상의 나열인 것 같아서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이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국가나 큰 단체에서 이런 영화를 많이 지원해주고 하면 좋을텐데, 아직 이런 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환경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도 좋지만 나라가 좋아지려면 이런 역사 의식이 담긴 영화도 사람들이 많이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레드 툼 (2015)

Red Tomb 
9.1
감독
구자환
출연
성증수, 박상연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1 분 | 2015-07-09


캄보디아에 있을 때 '어린왕자'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잠깐 봤을 정도로 워낙 유명한 책이라 언젠가 한 번 읽어보려 했지만 제대로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책은 아주 짧았습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의 저자인 생택쥐베리는 책 속의 글과 함께 있는 그림에 더 애착을 가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자신이 직접 그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어린왕자의 책 속의 삽화들도 책만큼 아주 유명하다고 합니다. 


어린왕자라는 작품은 주인공인 어린 왕자가 여러 행성을 여행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내용입니다. 저는 어린왕자에 나오는 인물들의 대사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돈버는 일, 밥먹는 일도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말은 참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겠죠. 


저도 아직 많이 어리지만 살면서 인간관계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가끔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인간과계의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데도 인간관계는 결코 포기하거나 내려 놓을 수 없죠.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 수록 점점 더 외로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정말 인간관계를 내려 놓거나 정말 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노력해도 뭔가 보상이 없을 때 오는 상실감은 정말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렇게 지칠 때 제가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책을 보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 있을 때 봤던 어린왕자는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행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 그의 순수함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끊임없는 욕심 속에 사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어린 왕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상상 속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을 하는 말과 행동은 정말 자신감을 줍니다. 인간관계는 말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왕자를 보면 그게 더 느껴집니다.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만나는 장면에서 사막여우가 하는 대사는 정말 제 마음의 순수를 끄집어냅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마음이 즐거워질 거예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복한 기분이 점점 더해지죠. 4시가 되면 보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게 되고 마침내 당신을 보면 행복감에 젖은 얼굴을 보게 될 거예요!"


'누군가를 만나는 것' 그 자체에 설렘을 느낀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는 그 시간이 기다려 진다는 것을 저런 식으로 표현한 게 참 가슴에 와닿더라구요.


같은 감정이라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참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어린 왕자에서 말한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말하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길들여져있고 저도 누군가를 길들였겠죠. 


관계로 인해 사람이 많이 변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지금의 제 모습도 여태까지 제가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관계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어린왕자

저자
생텍쥐페리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주) | 1982-10-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용감있음/ 겉표지와 책의 3면이 때가 많이 탐 / 책기둥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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