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저희 태봉고등학교에 EBS에서 촬영을 하러 왔습니다. EBS가 기획하여 만든 책 중에서 '학교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번 촬영은 그 주제를 가지고 전국의 여러 학교를 촬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학교가 바로 저희 태봉고등학교였습니다.

대안학교라는 이름의 여러 고등학교 중에서 특히 저희 태봉고등학교가 새로 지어진 학교로써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 태봉고등학교를 거의 1학기 내내 촬영했습니다. 학교의 수업부터 교사회의 학생회의 동아리 활동 및 인턴십 활동 등 학교의 거의 모든 모습을 세세하게 촬영했습니다.

수요일마다 거의 항상 오셔서 했는데 확실히 EBS라 그런지 촬영할 때 사용하는 장비가 학교 방송부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저는 가끔씩 EBS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고 EBS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카메라를 살짝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뭔가 제 꿈에 더 열정을 가지게 되는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EBS가 기획한 방송 '학교의 고백 10부작' 에서 저희 태봉고등학교는 여주중학교와 비교하여 방송되는 것이었습니다. 

여주중학교는 일반 중학교로 학교의 규제가 심하고 소위 말하는 불량학생들에게 벌점을 주고 사회 봉사를 시키고 교장실에 불러서 혼을 내거나 성적 등 여러가지로 학생들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학교였습니다.

반면에 저희 태봉고등학교는 대안학교로써 학생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학교였습니다.

태봉고등학교는 거의 대부분 학생들의 주도로 이끌어 나가는 학교입니다. EBS 방송에서도 그런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저희 학교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공동체 회의를 많이 강조했습니다.  공동체 회의는 학생과 교사가 모두 모여 학교의 중대사안을 결정하는 곳이라는 것이 공동체 회의의 핵심이었습니다.
 

EBS팀이 촬영을 할 당시에는 제가 학교 부회장을 맡고 있어서 제가 공동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가끔씩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회장이라서 별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방송에 나온 공동체 회의의 안건은 바로 기숙사 생활과 개선방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한 선생님이 콘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학교의 여러 곳에서 콘돔이 발견되어 학생들의 성문화가 흐트러진다는 발언이었습니다. 그 때 다른 선생님 한 분께서 회의를 촬영하고 있는 EBS팀에게 카메라를 잠시 꺼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때 학생들은 모두 하나같이 찍으라고 말합니다. 부끄러울 게 뭐가 있냐고, 절대로 숨겨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며 EBS팀에게 촬영을 계속해 달라고 합니다.


태봉고의 영상을 본 여주중학교와 태봉고등학교, 각 학교의 선생님들이 나와서 서로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희 태봉고등학교에서는 조정희 선생님과 박경화 선생님, 두 분 모두 미술 선생님이셨습니다. 두 선생님은 여주중학교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어떤 학교든 간에 아픔과 상처는 다 가지고 있다고, 태봉고등학교나 여주중학교만이 아픔과 학교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학교라도 그런 아픔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 아픔와 상처들을 숨길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드러내서 그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무조건 숨긴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학교의 고백이자 저희 태봉고등학교 선생님들의 고백이었습니다.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였고 정말 저희 태봉고 선생님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선생님들이 멋있게 보였고,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들이 저희들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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